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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번역 공부를 좀 게을리했더니 다시 나쁜 습관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번역 관련 책을 읽어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어야 한다.
'번역은 반역인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단 이 책은 교수겸 번역가인 박상익씨가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하나로 묶어서 만든 책이다.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묶었기 때문에 주제가 좀 산만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여러 가지 관점에서 번역을 되돌아보게 하므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 내용은 세계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번역의 역사 소개를 시작으로 척박한 국내 번역 환경을 한탄하는 내용과 번역가가 부딪히는 현실적인 어려움, 국내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으로 끝난다. 겸손한척 하면서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내용을 읽으며 낯간지러워질 때도 있으므로, 교수님 강의 스타일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조금 멀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번역하는 분이라면 간지러움을 극복하면서 이 책을 읽어 보면 번역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책 말미에 참고문헌이 나와있는데, jrogue군의 시선을 끄는 책이 제법 보였다. 물론 이 중에서 몇 권은 이미 읽어보았고 책꽂이에서 낮잠을 자는 책도 있지만 잘 몰랐던 새로운 책 소개에 귀가 쫑긋해졌다. 본문보다 참고문헌이 더 볼만하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가?
본문 중에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를 소개한다. 사보리(T. H. Savory)라는 분이 번역에 관한 이율배반적인 명제를 쌍으로 묶어 제시했다고 하는 데, 정말 가슴을 찌르는 내용이다.
1. 번역은 원문의 단어를 드러내야 한다.
2. 번역은 원문의 사상을 드러내야 한다.
3. 번역은 원작처럼 읽어야 한다.
4. 번역은 번역처럼 읽어야 한다.
5. 번역은 원작의 문체를 반영해야 한다.
6. 번역은 번역의 문체를 가져야 한다.
7. 번역은 원작과 동시대의 것으로 읽어야 한다.
8. 번역은 번역과 동시대의 것으로 읽어야 한다.
9. 번역은 원문에 덧붙이거나 생략해도 상관없다.
10. 번역은 원문에 덧붙이거나 생략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11. 운문의 번역은 산문이어야 한다.
12. 운문의 번역은 운문이어야 한다.
번역 과정에서 양쪽 명제 중에 어느 한 쪽만 강조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효씨는 이런 모순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번역의 '공격'과 '수비'라는 제목으로 책까지 만든 상황이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도 jrogue군이 번역해 놓은 책을 도마 위에 올린 다음에 한쪽 명제만 강조해서 마구(!) 두드려패지 마시기 바란다. jrogue군도 나름대로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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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blog.yahoo.com/jhrogue/trackback/8486/135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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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Beckett 2006.02.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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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원서가 영문인 경우, 영한대역이 되겠군요. 책의 분량이 2배가 되고, 번역자는 자신의 번역실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셈이 되겠지만, 음성다중 채널 TV처럼 독자에게 2가지 채널의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의미의 오전달을 최소화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용기있는 번역자와 출판사가 얼마나 있을까나... ^^; (Jrogue님 정도면 한번 도전해보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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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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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율배반적인 명제들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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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2006.02.17 01:11 [146.122.4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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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슴을 찌르는 내용입니다. 특히 요즘 작업 중인 APM(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항상 '한글로는 이렇게 표현하면 요지를 이해하기 더 쉬울텐데'라는 욕심 +
그 욕심을 따랐다가는 원문과 거리가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만연체 위주인 본문 + 기술 서적에서 만연체를 싫어하는 개인적인 성향.....
APM은 원문에 충실하느라 어쩔 수 없이 알면서도 읽기 어렵게 번역하게 되는 경우가 다른 책보다 많아서, 작업이 감정적으로 힘들군요...
경험이 쌓이면 쉬워질까 했더니.. 더 어려워지네요....T_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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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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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도전했다가... 독자들이 던진 돌맞구... 쓰러져.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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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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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봉님, 정말 이율배반적이죠? 이래서 번역이 어렵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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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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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LDD3 번역하면서도 눈물 펑펑 흘렸는데... APM은 번역 다 하고 나면 아마 며칠 앓아눕지 않을까요? 원고료 받으면 보약이라도 지어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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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2006.02.18 00:08 [146.122.4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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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네. 보약 한 재씩..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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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in2001 2006.02.18 17:51 [218.14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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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복 받고 읽는 거군요,,참으로 중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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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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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in님, 요즘도 독서 많이 하세요? 갑자기 조용한 찻집에서 책 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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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돌이 2006.02.27 08:53 [220.78.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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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ougue님, 본문 마지막에 언급하신 '안정효'씨가 혹시 '하얀 전쟁'의 안정효씨인가요? 제가 알기로, 그 소설은 'The White Badge'라고 영문으로 원작을 쓰고, 작가가 직접 한글판 '하얀 전쟁'을 다시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 대학교 4학년 때인가 영문판을 먼저 읽고 다시 한글판을 읽으면서 '이게 그 얘기였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은 둘 다 좋았었는데 안성기 씨가 나왔던 영화를 보고는 좌절했던 경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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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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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돌이님, 맞습니다. '하얀 전쟁(white badge)'을 지은 안정효씨입니다. 조만간 책 소개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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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2006.02.27 12:58 [61.104.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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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문학작품들을 읽으며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잘 읽었습니다. 책도 한 번 읽어보면 좋을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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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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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님, 안정효씨가 지은 번역관련 서적과 더불어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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