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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30분에 읽는 앤디 워홀"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출퇴근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 두 시간을 소비했으니 책을 빨리 읽는 jrogue군에게 "30분"이라는 구라를 쳤다는 사실이 무척 괘씸했지만,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러면 일요일을 기념해서 영화랑 책이랑 같이 잡으러 가자.
미라맥스는 월트디즈니 계열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작품(좋은 예: '펄프픽션' --> 다른 예는 더 이상 필요없지?)을 많이 만들어낸 영화사이다. '바스키아'도 대략 깨는(?) 작품이라서 국내에서는 선재 아트 센터에서 단독 개봉했다고 알고 있다(영화광 독자 여러분의 검증 부탁드린다.).
영화관에서 '바스키아'를 본 jrogue군은 무척이나 감동했다.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악당들이 때거지로 나온다는 이유가 아니라(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게리 올드만, 데니스 호퍼가 나란히 서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월램 데포는 단역이라서 빠져있구만. 어쨌거나 평상시 다른 영화에서 이런 기가 막힌 모습은 절대 못본다. 허허허...), 바스키아를 흠모한 감독이 직접 그렸다는 극 중 바스키아 그림과 더불어 감각적인 영상과 앤디 워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워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온갖 잡스러운 일에 치이다보니 슬프게도 몇년이 그냥 흘러가버렸다. 물론 매킨토시 아이콘으로 캠벨 수프, 마릴린 먼로, 덩 샤오핑을 구하긴 했지만...
그러다가 우연히 "30분에 읽는 앤디 워홀"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30분'이라는 단어에 속아서 덥썩 구매했다. 역시... 바스키아를 보면서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워홀은 확실히 깨는 인물이었다. 워홀이 대머리를 가리기 위한 가발을 착용하고 가짜 코를 달고 섹스를 극도로 혐오한 게이라는 사실에 기절초풍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워홀은 반복 가능한 소재를 동원해서 동일한 작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방법으로 기존에 아는 체하며 목에 힘주고 다니던 고급 예술에 직접적인 반기를 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정해줘야할 20세기 예술가 중 한명이라고 봐야하겠다.
보너스로 앤디 워홀과 뉴욕 현대 미술관의 헨리 겔잘러와 인터뷰 일부를 책에서 옮겨보겠다. 너무 웃지 마시라. ;)
겔잘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나요?
워홀: 아뇨.
겔잘러: 그림을 그리기 전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인지 압니까?
워홀: 네.
겔잘러: 마지막 그림은 당신이 기대했던 모습입니까?
워홀: 아뇨.
겔잘러: 그 결과에 당신은 놀랍니까?
워홀: 아뇨.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서)
네 단어로 자기 생각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봐라고 해라.
그러면 바스키아도 보고 워홀도 읽기 바라며, 성공적으로 뽐뿌질을 마친 jrogue군은 번역작업하러 물러간다. 참고로 바스키아는 국내에서 DVD로 미출시된 상황이니... 지금 보려고 하면 조금 난감한 점이 없지 않겠다.
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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