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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브라이언 커니한)
채만식이 1934년 신동아에 발표한 레디메이드 인생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레디 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그런데, 19xx년대도 아닌 2005년도에 레디메이드 인생이 다시 한번 반복된다면 믿겠는가? 오늘은 조금 슬픈 현실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창 IMF 한파가 몰아닥칠 무렵에 정부에서는 벤처 붐을 불러일으킬 인적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IT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며 웹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기술 인력 양성에 엄청난 $을 투자했었다.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대량의 실업자를 다시 양산해내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하지만 뭔가 껀수를 만들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이번에는 3개 부문의 인프라와 8개 분야의 서비스와 9개의 핵심 제품을 집중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IT389라는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는 기존 정책이 실패했음을 시인하는 꼴이 아닌가?
좋다. 뭐 정부 정책이 원래 그러니 백번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단기적인 기술 인력 충원에 대한 근시안적인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전경련이라는 어용 단체와 함께 대학교 교과 과정에 칼을 들이대려고 덤비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정보통신부를 보고 있으면 머리 두껑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한다. 온갖 화려한 기술을 교과 과정에 다 넣어서 우수한 인재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뜻은 무척 가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말하는 _화려한_ 기술은 웹 프로그래밍과 마찬가지로 한 때 유행을 타는 기술이 될 수 밖에 없기에 이런 교과 과목에 따라 양성한 레디 메이드 인생이 조만간 '토사구팽' 당하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jrogue군은 대학교의 학원화를 반대한다. "그렇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말고 대안을 한번 제시해 보게나. jrogue군."
좋다. jrogue군이 아무리 울부짖어봐야 약발이 먹히지 않으니, IT 부문에서 유명한 사람 두 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자... 먼저 "Joel on Software"로 유명한 조엘 스폴스키가 제시한 대학생이 갖춰야할 지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http://www.joelonsoftware.com/articles/CollegeAdvice.html).
1. 졸업전에 작문 방법을 배운다.
2. 졸업전에 C를 배운다.
3. 졸업전에 미시 경제를 배운다.
4. 따분하다고 비전산 과목을 등한시하지 마라.
5. 프로그래밍 심화 코스를 수강하라.
6. 모든 직업이 인도로 넘어간다는 걱정은 그만둬라.
7. 무엇을 하던지, 여름 인턴 과정을 얻어라.
한 사람 말만 들어서는 감이 잘 오지 않으니, 이번에는 C 프로그래밍 언어의 창시자이자 유닉스 개발로 유명한 브라이언 커니한 할아버님(http://cm.bell-labs.com/who/bwk/index.html) 인터뷰 내용 일부를 한번 경청해보자(http://www-2.cs.cmu.edu/~mihaib/kernighan-interview/).
질문: 교육적인 관점에서, 저는 당신이 프린스턴에서 적어도 클래스 둘을 맡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컴퓨터 과학 교과 과정이 너무나도 쓸데없는 이론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실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기에 산업계에서 많은 불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 과학 교육에 대한 의견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대답(커니한): 저는 지난 4~5년 동안 프린스턴과 하버드에서 다양한 수준의 코스 네 개를 가르쳐왔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이 저를 컴퓨터 과학 교육 부문에서 '전문가'로 쳐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교 둘에서 저는 조금 색다른 내용을 가르쳤습니다. 저는 대학이 실업 학교에서 배워야만 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학교 임무가 예를 들자면 비주얼 C++와 여기 속한 통합 개발 환경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학교 임무는 학생들이, 예를 들어, 객체 지향적인 성격이 있는 톡특한 맛을 풍기는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C, C++, 자바와 같은 다양한 언어 가족 사이에 나타나는 쟁점과 상호 절충에 대해 이해하며 이런 언어가 함수 언어와 같이 조금 다른 방법으로 동작하는 언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각적으로 윈도우 개발 도구를 사용하거나 COM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 방법은 대학교가 해야할 일이 아닙니다. 대학교는 운이 좋다면 평생 동안,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5년, 10년, 20년을 버틸 내용을 가르쳐야만 합니다. 이는 원리와 아이디어입니다. 동시에 대학교는 현재 우리 시대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급 예제로 이런 내용을 뒷받침해야합니다.
프린스턴에서 저는 소프트웨어 공학과 고급 프로그래밍을 섞어서 3학년 과정을 가르쳤습니다. 적어도 3학년인 이 강의를 들은 학생은 산업계가 아마도 요구할 법한 온갖 기술에 상당히 숙달되어 있었습니다. 비주얼 C++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인터넷에서 컴포넌트를 가져와서 어떻게 붙이는지도 알고 있었으며, 자바로 제법 복잡한 응용 프로그램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지식 대다수를 여름 인턴 과정에서 배웠을지 모르겠습니다. 산업계가 '쓸모없는' 이론적인 지식보다 더 많은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을 원한다면 [웃음], 산업계가 해야할 일은 이런 똑똑한 친구들을 학교에서 불러서 흥미로운 여름 인턴 자리를 만들어 줘서, 이론적인 생각과 특정 응용 분야에서 일반적인 통찰력을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학생들은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엄청나게 빨리 습득하며, 여름 인턴에서 흥미로운 지식이 있었다면, 학교로 도로 들고 옵니다. 저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모든 지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잘 읽어보았는가? jrogue군이 생각하는 결론을 정리해보았다.
결론: 산업계에서 맡아야 하는 책임을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여 대학교로 은근슬쩍 떠넘기려는 얄팍한 속셈을 품은 기업가들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불순한 세력과 결합하여 국가 장래를 망치려고 환장한 일부 정부 부처 역시 공범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 대학을 기업에 총알을 공급하는 학원으로 급을 낮춘 다음에 레디 메이드 인생을 대량으로 양산하려는 흑심을 품은 기업은 언젠가는 죄값을 독특히 치룰 것이다.
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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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blog.yahoo.com/jhrogue/trackback/8483/135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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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2005.01.08 00:28 [66.42.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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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원리와 아이디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 공감, 또 공감, 찬성, 찬성, 또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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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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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ogue군도 절대적으로 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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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doh 2005.01.09 21:15 [220.71.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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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ian군(ㅋㄷ)은 정부부처와 얇팍한 속셈의 기업가에 의해 좌지 우지되는 교육계의 현실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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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aftnoon 2005.01.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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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also http://xper.org/wiki/seminar/FocusOnFundament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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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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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ian님, 그래도 우리 젊은 새싹들은 잘 이겨낼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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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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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준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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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2005.01.12 00:33 [216.196.21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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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on Software(20장) 인터뷰에 관한 내용을 번역하면서 느끼는 건데, 학교도 학교지만, 단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우선 뽑고보는 기업도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rogue님, 언제 한번 특집이나 설문조사 뭐 이런 형식으로 "IT기업 지원하면서 받은 인터뷰 질문" 예를 한번 모아보는 건 어떨까요? Rogue님 블로그 애독자분들만 참여하서도 꽤 재밌는 글이 나올 듯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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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2005.01.12 00:34 [216.196.21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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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요즘 바람나셨나여? 블로그 분위기가 자주 바뀌네여. 싱숭생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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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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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요즘 저 바람난 모양입니다. 애꿎은 스킨만 자꾸 바꾸고 있네요... T_T
아, IT 기업 인터뷰 질문 예를 실은 책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마이크로소프트였나?), 책 제목이 가물가물... --> 요즘 기억력이 날로...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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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Yorke 2005.01.16 23:22 [211.255.16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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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전에 커니한 교수와의 인터뷰 글을 읽었는데.. (길어서 중간까지밖에 못읽었지만..)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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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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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Yorke님, 부족한 글을 잘 읽으셨다니 저 역시 기쁩니다.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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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 2005.01.26 19:50 [203.247.1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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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여요. 기본에 충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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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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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드디어 기주군도 jrogue군 블로그 인맥 지도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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