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20년대의 해인사 일주문, 종이에 먹펜, 36X50cm, 2007 | | 해인으로 가는 길
- 도 종환 화엄을 나섰으나 아직 해인에 이르지 못하였다 해인으로 가는 길에 물소리 좋아 숲 아랫길로 들었더니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다 그래도 신을 벗고 바람이 나뭇잎과 쌓은 중중연기 그 질긴 업을 풀었다 맺었다 하는 소리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지난 몇십년 화엄의 마당에서 나무들과 함께 숲을 이루며 한 세월 벅차고 즐거웠으나 심신에 병이 들어 쫓기듯 해인을 찾아간다 애초에 해인에서 출발하였으니 돌아가는 길이 낯설지는 않다 해인에서 거두어주시어 풍랑이 가라앉고 경계에 걸리지 않아 무장무애하게 되면 다시 화엄의 숲으로 올 것이다 그땐 화엄과 해인이 지척일 것이다 아니 본래 화엄으로 휘몰아치기 직전이 해인이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거기 미래의 나까지 바닷물에 다 비친 다음에야 화엄이다 그러나 아직 나는 해인에도 이르지 못하였다 지친 육신을 바랑 옆에 내려놓고 바다의 그림자가 비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워있다 지금은 바닥이 다 드러난 물줄기처럼 삭막해져 있지만 언젠가 해인의 고요한 암자 곁을 흘러 화엄의 바다에 드는 날이 있으리라 그날을 생각하며 천천히 천천히 해인으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