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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5/19
 

영화관의 추억 - 1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후반, 부산이었습니다.

전쟁 통에 몰려든 수많은 피난민들과 함께 부모가 없는 고아들도 상당히

많았었는데, 다 고아들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거리거리마다 구걸을 하는

어린애들이 무척이나 많았든 시절이었죠.

당시, 부산 제일의 번화가, 광복동과 남포동 거리의 어느 극장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구걸을 하던 애들과는 달리 꽤 말끔한 차림새의 어느 소년 한 명이

매표소 앞에서 표를 사는 누군가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고, 잠시 후,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극장 안으로 사라집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엄마의 손을 잡고 난생 처음 극장이란 곳을 다녀왔었던 그 소년.

아직 학교도 다니기 전인데, 그 큰 스크린속의 세상은 너무나도 황홀하였답니다.

어느 날 오후, 어른들의 손을 잡고 들어가면 언제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걸

눈치 챈 그 소년은 엄마 몰래 극장 앞으로 다시 가, 데이트를 하던 처녀총각

커플에게 말을 걸어 함께 들어가는 데 성공을 합니다.

그리고는 틈이 날 때마다 반복이 되던 극장 행과 입장 구걸.

그러나 겁 없는 소년의 그런 행각은 결국 오래가진 못합니다.

우선 극장입구의 기도들이 소년의 얼굴을 알기 시작하였고, 또 어느 날 저녁에는

극장 안에서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애가 없어졌다고 집안이 온통 벌컥 뒤집히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날 밤, 무척이나 많은 매를 맞게 되었다는군요.



요즈음 같으면 어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유괴범이나 또는 애들을 노리는 성도착자 같은 범죄자들을 극장 앞에서 만나지

않을 걸 큰 다행으로 여기지 않을 수가 없겠죠.

당시, 도시 전체가 어두웠던 그 부산 시내에서 광복동 거리와 남포동 거리는

밤만 되면 얼마나 휘황찬란했었던지....

거기다 그 밝았던 거리의 극장 앞은 언제나 인산인해였었습니다.

당시에 그곳에서 보던 영화들을 이젠 어른이 된 그 소년이 오늘 날 기억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겠지만, 그런데 간혹, ‘셰인’(Shane. 1953)이나

‘오케이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 1957)같은 서부영화들을

그 때 본 기억이 떠오르는 건 어찌 된 일일까요?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그 소년의 어머니는 소피아 로렌(Sophia Loren)을 어찌나

좋아하셨는지, 그녀가 나오던 '해녀‘(Boy On A Dolphin. 1957)를 소년과 같이

보고 나온 후, 길에서 그녀를 무척이나 칭찬하기도 했었고,

또 스펜서 트레이시의 ‘산’(The Mountain. 1956)을 보고서는 형제는 항상 서로

잘 보살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복동 거리의 그 극장들의 위치는 어른이 된 그 소년이 아직도 정확히

기억을 한다고 하는데, 허지만 극장들의 이름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하네요. 설마 ‘광복 극장’은 아니었겠지요?



1960년대 초에 소년은 서울로 이사를 갑니다. 하지만 1960년대 중 후반,

그가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방학 때 간혹 간혹 다시 들렀던 부산의

그 광복동과 남포동 거리는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다만, 어릴 때 어른들에게 입장 구걸을 하던 그 극장들보다 용두산 공원 쪽

(동쪽)으로 가까운 곳에 새 극장이 하나 더 생겼었는데, 이 역시도 이름이 기억

나진 않지만(현대 극장?), 사춘기 시절에 그곳에서 본 ‘대 모험’(Les Aventuriers.

1967)
이나 ‘맥켄나의 황금’(Mackenna's Gold. 1969)등은 아직까지도 그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올려져 있다 하네요.

하지만, 대학생활을 하던 1970년대서부터 부산에서는 더 이상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고 하니, 결국 부산 시절의 “영화관의 추억“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일부에

국한이 된 셈인데, 그의 인생에서 가장 돌아가고픈 때가 어찌 보면 (생각이 별로

없던) 바로 이 시절이라고 하는군요.






“영화관의 추억-2“ 로 이어짐/ Jay. June.2008.


ting4337 2009.03.05  22:25

저도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 '양지극장'으로 할머니 손을 이끌면서 영화가 바뀔 때마다 극장에서 살았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보았던 많은 영화들이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영화,, 금발의 나타샤나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생전에 꼭 다시 보고싶다고 하셨던 셰넌도어,. 님의 블로그에서 좋은 영화 많이 구경하고 그 때 생각도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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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2009.03.06  14:52

양지극장이라면 연신내의 극장을 말씀하시나요?
여하튼 반갑구요, 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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