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것은 100년 전 건축가들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지난 세기 동안 실제로 들어맞았다.
오늘날 건축가들에게 21세기 건축을 예상해 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건축을 바꿀 것이다 .' 2002년 런던시가 공사비 640억원을 들여 완공한 신 청사는 이런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이 건물은 86년 매각된 옛 청사를 대체하며 런던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건물에서 건축가는 시 행정의 투명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 템스강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에너지 이용 효율도 높이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축가는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우선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특이한 건물 형태다. 그것은 설계 초기 우연히 채택됐다.
누군가 강가의 자갈을 얘기했고 그것이 곧 디자인에 반영됐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
그 후 최적의 형태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뒤따랐다.
태양광선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건물을 남쪽으로 기울어지게 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형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단 가상의 형태를 만든 뒤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건축가는 원래 유리 플라스크 모양의 시 의사당을 건물 내부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음향 문제가 발견돼 나선형 통로로 대체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등장하는 이 통로는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런던 시민들은 의사당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과정을 바라보며 이곳을 올라간다.
건물의 전체 외관을 유리로 처리하려고 한 만큼 열손실도 중요한 문제였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유리창 면적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전망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패널 하부에 단열판을 설치했다.
컴퓨터 역할은 시공에까지 이어졌다.
건물 외부에 부착되는 모든 패널들은 곡률이 제각각이었다.
따라서 표준화된 생산방법으로는 시공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모든 패널을 컴퓨터로 조절되는 기계로 잘랐고, 하나하나 바코드를 붙여 현장에서 조립하도록 했다.
설계사무실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지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설계실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제도판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도면들이 컴퓨터로 작성되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는 설계 구조 설비 그리고 시공을 모두 통합하려 한다.
이에 따라 건축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심지어 건축가 직분 자체도 크게 바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건축가들은 전문화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든 기능ㆍ구조ㆍ환경적 사항들은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고 건축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만 짜면 되는 것이다.
[정인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