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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늘이 5월 8일. 어머니 날에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그려봅니다. 괜히 울적해 지려고 해서 글 하나 올립니다.
이곳 윰방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저 이해해 주세요.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고 깨어난 나무는, 자신의 멋지고
무성한 잎들 위에 맺혀 있는, 아침 이슬을 부르르 털며 기지개를 함빡 켰습니다.
정말로 상쾌하고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자신의 잎사귀 위에 뿐 아니라, 풀들과 꽃들 위에는
탐스럽게 보이는 아침 이슬들이 은빛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고, 이곳 저곳에는 아침을 맞아 잠에서 깨어나는,
각가지 풀들과 꽃들의 몸짓때문에 향그로운 꽃 향기와 풀 내음이 그윽했습니다.
안녕! 안녕, 꽃들아. 안녕, 풀들아.
나무는 기쁜 목소리로 풀과 꽃들에게 아침 인사를 했습니다.
풀과 꽃들도 환하게 웃으며 나무에게 인사를 합니다.
벌써 새벽에 잠을 깬 온갖 새들이 나무가지 사이를
날며 찌르륵 짹짹 찌르륵 짹짹 노래를 합니다.
나무는 자신의 풍성한 가지 사이로 날며 노래하는 새들을 사랑합니다.
새들은 나무가지와 가지 사이를 포르르 포르르 날아 다니며
꽃내음을 날려 주기도 합니다. 나무는 그 새들이 날아 다닐 때 마다,
간지러워서 자신의 가지를 푸륵푸륵 떨어 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아침입니까? 나무는 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맞추어 노래를 부릅니다.
그 노래 소리를 따라서 풀들과 꽃들이 일렁일렁거립니다.
그러다가 나무는 한 쪽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인상을 찌푸립니다.
항상 아름다운 풍경만이 자신의 주위를 곱게 꾸며내고 있는데,
오직 한 가지 나무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무의 뒤에 축 늘어져 죽어 나자빠져 있는 커다란 나무 등걸입니다.
모든 것이 싱그러운 젊은 향기를 안고, 즐겁게 삶을 노래하고 있는데,
오직 나무의 뒤에 있는 커다란 나무만이,
그 거대한 몸집을 땅 위에 누이고 새까맣게 죽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무의 상쾌했던 기분이 싹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사라져 버린 정도가 아니라 기분이 팍 상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것은 그 커다란 나무가 죽어 있다는 사실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나무에게는 또 다른 기분나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전이든가, 아마 그보다 더 오래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 때 나무는 지금의 자신처럼 그렇게 크고 튼튼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와는 정반대였지요. 아주 몸집이 작고 가지도 없었으니까요.
나무는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자신의 뒤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가 버티고 서서 달콤한 햇빛을 막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햇빛을 받아 보려고 고개를 쭉 뽑아보기도 하고 또
몸을 흔들어 보기도 했지만, 뒤에 있는 나무는 너무나 컸기 때문에
도저히 햇빛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햇빛을 받지 못하니까 나무는
숨이 막혀서 캑캑되었고 점점 약해져만 갔습니다.
나무의 잎사귀들도 햇빛을 받지 못해 누렇게 변해 시들어 갔지요.
나무는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고 뿌리를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나무의 뿌리가 항상 가로막혀 있어서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습니다. 나무는 목이 말라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 커다란 나무가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그 커다란 나무를 싫어하면 할 수록
그 큰 나무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나무는 그 큰 나무가 미워서 어쩔 줄 모르고 몸을 떨어댔습니다.
그러나 그 커다란 나무는 그런 이 나무의 기분도 모르는
미련퉁이인지 자꾸만 자꾸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니 나무는 점점 더 햇빛을 받지 못해 누렇게 변해갔고,
물을 마시지 못해서 시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에
대한 미음때문에 몸은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죽어가던 나무가
커다란 나무를 향해 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커다란 나무는 자신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나는 너를 미워해. 나는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네가 없으면 나는 살아날 수 있을 거야.
이 말을 하고서 나무는 그만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는 일만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나무가 커다란 나무에게
그 말을 하고 난 다음 날이었어요. 나무는 찬란한 햇살을
받고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놀랐어요.
눈부신 아침 햇살은 자신의 상처난 누렇게 시든
나뭇잎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리고 뿌리는
자유로와져서 물을 실컷 마실 수 있었습니다.
나무는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햇빛을 받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러자 금방 죽을 것 같던 나뭇잎과 가지들이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나무는 너무나 기쁘고 신기해서 어찌 된 일인가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아!
나무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 나왔습니다.
그 커다란 나무가,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그 커다란 나무가,
자신이 그렇게도 미워했던 바로 그 나무가 저만치에서
뿌리까지 뽑힌 채로 나동그라져 있었습니다.
그 커다란 나무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지만,
나무는 그 커다란 나무가 죽어버리자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이제 자신이 원하던 햇빛과 물을 마음껏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사연이 있었기에 나무는 그 죽어 나자빠져서
썩어가는 나무 등걸만 보면 기분이 나쁜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자신이 그 커다란 나무에게 저주를 한 다음 날
그 나무가 죽어 넘어졌거든요. 그러니 그 커다란 나무가
죽어 나자빠진 것에는 자신의 잘못이 조금은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겁니다.
저주를 했다고 죽는 법은 없으니까요. 나무는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 등걸을 잊어 버리고 금새 아름다운 햇살과
삶의 노래로 귀를 기울였답니다.
나무는 그 죽어 나자빠져 있는 커다란 나무 등걸을 잊으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그 기억은 나무의 머리에서 조금 씩 조금 씩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 날도 상쾌한 새 소리에 눈을 뜬 나무는
기지개를 켜려다 자신의 발 옆에 무언가 비죽 나온 것을 보고
흠칫 기지개를 멈추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어야?
나무는 눈을 비비며 그것을 다시 쳐다 보았습니다.
노랗고 파릇파릇한 것이 앙증스럽게 돋아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자신의 뿌리 한 쪽에서 돋아난 것이었습니다.
아아아!
나무는 그 새싹을 보고 환희의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몸에서 돋아난 새싹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아기인 셈이지요.
나무는 아직 기지개도 켤 수 없는 연약한 새싹을 바라보며 그윽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때 새들이 날아왔고 나무는 화들짝 놀라서 새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새들아, 조심해! 아기 새싹이 다칠라.
나무는 행여 어린 새싹이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나무는 그 어린 새싹이 어떻게
될까봐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나무는
그 새싹에 대해 갖은 정성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 새싹은 잘 자라지 못했습니다.
나무는 그 새싹이 항상 병들어 있는 것에 가슴 아파했어요.
새싹의 몇 개 밖에 되지 않는 잎사귀는 항상 누렇게 시들어 있었습니다.
나무는 새싹이 너무나 애처로와 자신의 잎사귀로 가만히 보듬어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무의 정성도 소용없이
새싹은 자꾸만 시들어 갔어요. 마침내 나무는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했답니다.
하나님, 제 아기 새싹을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러나 이런 나무의 간절한 기도도 보람없이 어린 새싹은 누렇게 죽어갔습니다.
나무는 정말로 새싹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답니다.
바람이 몹시도 불었습니다. 비도 무척이나 내리고 있었어요.
하늘에는 천둥과 번개가 온통 세상을 쪼개낼 듯이 울려댔고,
시커먼 구름이 가득 하늘을 메꾸고 있었지요.
나무는 어린 새싹이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거친 비바람이 아기 새싹을 부러뜨릴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그 비바람을 막으려고 최대한도로 가까이 아기 새싹에게로 가까이 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그 무성한 가지로 새싹을 보듬었습니다.
못된 비바람을 가리려고요. 그
런데 그 때 나무는 아기 새싹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어요.
나는 네가 싫어. 나는 네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그러면 나는 살 수 있을 거야. 왜 내가 미워하는데 자꾸만 가까이 오는 거야.
아아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무의 온 몸이 그대로 얼어 붙어 버렸습니다.
나무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지요.
온 몸이 산산히 부서져 나가는 아픔이 나무를 울렸습니다.
나무는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눈물조차도 이 순간에는 나오지 않았어요.
나무는 그 찢긴 가슴을 안고서 자신의 뒷쪽을 돌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아직도 죽어서 썩고 있는 그 커다란 나무 등걸이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무는 울컥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엄마, 내가 먼 옛날 엄마를 죽였군요.
나무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자신의 뒤에서 냄새를 풍기고 쓰러져 썩어가고 있는
나무 등걸이 자신의 엄마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미워하고 기분나빠하던 그 등걸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엄마는 자신이 저주해서 그렇게 죽었던
사실도 이제야 깨달은 겁니다. 나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신이 지금 저 어린 새싹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깨달은 거지요.
비가 몹시도 내리고 바람이 무척이나 불었던 그 밤이 지나고,
찬란한 은빛 햇살이 온 세상에 골고루 비칠 때,
어린 새싹은 기지개를 켜다가
자신의 옆에 죽어 나자빠진 커다란 나무 등걸을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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