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정책은 역대 정부의 중요 시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권인수 준비시기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에서 활약 중인 우리 골퍼들에게 영어회화 공부가 생계에 직결된 초미(焦眉)의 숙제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2009년부터 LPGA에 소속된 외국인들에게 영어 회화실력 테스트를 실시하여 이에 합격하지 못하면 출장정지 등 제재조치가 따를 것이라는 소식입니다. 현재 미국 LPGA에는 26 개국에서 온 121 명의 외국인이 활약하고 있으며 이 중 한국인은 박세리 를 비롯하여 45명으로 제일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은 아니지만 8월 말 현재 금년 상금랭킹 10위 안에 4 명이나 들어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입니다. LPGA측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중 계속해서 열리는LPGA의 여러 경기는 대기업들이 스폰서로 붙기 마련이며 경기 전 날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예외 없이 프로-암 친선대회가 열립니다. 스폰서들인 대기업들이 자사의 고객을 대접하는 친선게임인 만큼 참가한 고객으로부터 불평이 들어오면 LPGA는 불평의 원인을 제공한 선수에게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LPGA 커미셔너가 8월 20일 정식으로 통고했다는 이 새로운 영어회화 능력에 관한 규칙도 결국 프로-암 대회의 제재조치와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협회 관계자는 설명했다고 미국 골프 주간지 <Golfweek>가 전했습니다. 각 투어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는 당연히 시상식에서 짤막한 연설을 해야 하며 동시에 방송이나 신문사의 인터뷰에도 응해야 합니다. 이럴 때 통역을 통하지 않고 직접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하자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외국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는 아니고 입회 2년이 넘어선 선수 중에서 얼마동안 관찰을 한 뒤 선별하여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라지만 많은 한국 선수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습니다. 한국선수를 대표하는 박세리 는 출전정지보다는 벌금을 내게 하는 제재조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 잡지 기자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상금순위 10위의 장정은 이 새로운 규정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과거에 그는 언론을 대할 때 완전한 영어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압도되어 마이크 앞에서 실수를 하곤 했는데, 지금에 와서 스폰서나 팬이나 심지어 협회까지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이런 예를 들었다고 합니다. “2005년에 크리스티 커(Cristie Kerr)가 우승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카메라 앞에 서자마자 그녀가 맨 먼저 한 말은 ‘목말라요. 맥주가 필요해요’였습니다. 지금도 그 광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폰서는 신이 났을 거예요.” 물론 맥주회사가 스폰서였겠지요. 그렇습니다. 이럴 경우 필요한 것은 명 스피치가 아니지요. 오히려 스폰서와 팬을 즐겁게 할 기지(機智)와 유머가 적격인 거지요. 미국에 이민간 지 여러 해 되었는데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만 살아 영어를 잘 못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만 LPGA에서 선전(善戰)하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어느 정도 영어회화를 익혀야 하는 일이 골프기술 연마에 못지않게 다급한 일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정부가 국민의 영어교육에 힘을 쓰는 것은 급변하는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원대한 국가경영정책의 일환이겠지만, 우리 서민 개개인에게는 개인 나름의 학습 목적이 있으며 이에 따라 영어공부의 방식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국가가 정하는 큰 틀 안에서 자기 목적에 부합하는 학습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폐막된 베이징 올림픽대회 기간에 경기인 출신 IOC 선수위원에 동양인으로서 처음 선출된 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씨(동아대 교수)는 출마에 대비하여 뉴질랜드에 어학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합니다. 외교관에 못지않게 200여 개 국가의 스포츠 인사들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언어가 절실했겠지요. 학술 연구에 필요한 영어, 해외 이민에 필요한 영어, 대학 입학에 필요한 영어, 다국적 기업 직장에 필요한 영어, 외국인을 상대하는 단순 직장에 필요한 영어, 외국인가족을 위한 가정부가 필요로 하는 영어, 또는 외국에서 온 손님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영어 등등... 우리는 무턱대고 TOEFL이나 TOEIC 점수에만 매달리는 영어 학습이 아니라 인생의 큰 목표를 세운 뒤 거기에 부합하는 영어지식을 선택해야지, 영어검정시혐 결과에 따라 목표를 세우는 앞뒤가 뒤바뀐 방법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사가 그렇겠지만 영어학습도 우선 재미를 붙여 시작해야 합니다. “고되지만 재미있다”는 자각이 들지 않으면 모국어가 아닌 말을 배우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저의 경험을 토대로 말씀 드립니다. ** 이 칼럼은 원제작처인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과의 협의하에 연우포럼에서도 동시에 배포하고 있습니다.(포럼장)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주한 미국 대사관 신문과 번역사, 과장,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TIME 서울지국 기자, Fortune 등 미국 잡지 프리 랜서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