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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4/02
 

* [동문부인수필]: 코스모스 두 송이 **

2009.08.13 07:23 | [17]:雲江臺/동문글 | 우주Feel

http://kr.blog.yahoo.com/jaehwoo/13986 주소복사


<코스모스 두 송이>

(한국수필문학회 공모 입선작품)




          장 명 옥 (장익근목사 부인)









세살짜리 손녀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처음 씩씩하게 정확하게 한 말이 ‘꽃’이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함께 놀아 주면서 “이건 장미꽃이야, 예쁘지?  이건 수국이란다, 아주 크지?” 등등 중얼거리며 꽃을 보여 주고 만져 보게 하곤 했었다.

어느날 갑자기 등뒤에서 무언가가 뻗쳐 나오는 듯 하는 소리가 나더니  “꽃”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 압---, 하면서 겨우 옹아리 수준이던  9개월 손녀의 입에서 꽃이라는 놀라운 말이 터져 나오다니 얼마나  놀랐는지.  퇴근 해 돌아온 아들과  며느리에게 보고하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엄마가 헛들으신 거 겠죠” 라고 흘려 버린다.  그때까지 둥둥대는 가슴을 진정 못하고 들 떠 있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 게다.  뒤 늦게 들른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있던 손녀가  “꽃꽃꽃!” 하면서 차례로 집안에 있는 꽃들을 손가락질 하며 말하는 것을 본 온 식구들은 입을  벌리고 놀라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터진 아기의 말문은  일취월장.  10달 되었을 때 들른 마켓에서 “딸기!” 라며 손짖을 하자 점원이 놀라 “얘가 딸기라고 했나요?”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쳐다 보기도 했었다. 돌때가  되도 한두 발자욱만   겨우 떼며 걷는 걸 무서워 하면서도 손님들에게는 못하는 대꾸가 없이 종알 종알 잘도 떠들어 대는 귀염둥이 였다.

이제  어느새 세살도 훌쩍 지나  예쁜 드레스 차려 입고, 노래하고  춤추기 좋아하고 나는 공주야 를 입에 달고 지낸다.  옷마다 꽃 무늬가 있어야 좋아한다.  때론 꽃무늬가 없는 예쁜 옷을 사다 주면, 속상하단다.  꽃 없쟎아!  이 한마디면 끝이다.  어쩌다  꽃이 없는 옷이 생기면, 그 옷을 입히느라 여간 힘든게 아니다.  목걸이나  핀이라도 꽃이 있는 것을 찾아서 붙여 주어야 한다.     ‘꽃!’ 손녀에게는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달포 전에 유아학교(pre-school) 끝난 후 남편이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었다.  때 이르게 일찍 핀 코스모스를 보더니 두 송이를 따더란다.  그 꽃을 내게 주면서 “ 할머니, 코스모스 예쁘지?  이봐, 분홍 코스모스야.  하나는 할머니 꺼, 하나는 내 꺼” 란다.  손님들이 오셔서 한참 분주한 시간이었다.  대충 “고마워” 라 말하면서 2개 뿐인 꽃송이를 어쩌나? 하다가 급한대로 식탁위의 2개의 화분에 하나씩 꽂아 놓았다.  점심 식사후 손님 몇분과 길건너 바닷가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돌아 왔을 땐, 난 이미 코스모스를 잊어 버리고 있었고 손녀도 투정없이 자기 집으로 갔다.

닷새쯤 지난 점심시간  이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식탁에서  뭔가가 눈을 끄는 거였다.  분홍 코스모스 한 송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남편을 쳐다 봤다.  왜 그래?  그이도 놀라 묻는다.  분홍  코스모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화분에는 생생하게  고운  분홍  코스모스가    우리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왠 코스모스? 라는 눈으로 묻는 남편에게  세린이가  꺾어다  준 꽃이  아직도  싱싱하네요! 라며  웃었다.  경황없이 바쁜 중에 받은 두 송이를 하나는 물이 촉촉한 곳에, 하나는 좀  마른 곳에 쿡쿡 꽂아 놓고 잊고 있었다.  그중 물이 촉촉한 화분에 있는 꽃은 여전히 예쁜 그대로 꼿꼿이  피어 있는 것  이다.  그때서야 찾아 본 다른 한 송이는 바짝  말라서 색갈은 거무튀튀 해 졌고, 화분의 생생한 본 잎새에 달라 붙어서 아직 쓸어 지지는 않고 있을 뿐 이다.  두 송이의 코스모스를 함께 보면서 마음은 천리만리를 달린다.

식사 후 차 한잔을 앞에 하고 창 밖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꽃들을 보면서, 살아 있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품은 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뿌리에서 따온 꽃들,  아무 생각 없이 푹푹 꽂아 놓던 손,  옮겨 놓인 화분에 따라 달라진 오늘의 모습.  꽃 뿐일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들은 어떤가?

30여년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겠다고 결심했을 때 우리 부부는 굳게 약속 했었다.  누구든 하나가 한국으로 돌아가자 하면, 다른 하나는 꼭 반대를 하기로.  힘들어도 참아 내자는 약속 이었다.
 
세아이를 데리고 정착 하기에는, 말도 안 통하고 모든 것이  힘만 들던 날 들 이었다.  남편이 보면 속 상할까 봐 혼자 숨어 울기도 많이 울며 보낸  숨막히는 시간들 이었다. 한인 타운의 아파트 2층에 세들어 살던 날들이 생각난다.  애들이 신난다고 뛰기만 해도 아랫층에서 뛰어 올라 왔다.  한국에서의 버릇대로 노는 예쁜 애들을 그만 두라고 못 놀게 할 때의 속 상함을 잊을 수 가 없다. 

그 덕이었나?  우리는 이리저리 융통하고 , 시어머님의 보증으로 계를 일찍 타서, 이민 1년 10개월만에 셋방살이를 정리하고 태평양 바다가 출렁대는 바닷가 동네로 집을 사서 이사 왔다.  30년이 지나도록 지금도 같은 집에 살고 있다.  누군가가 어디 사세요 물으면 내 대답은 언제나 한가지. “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그 오두막에 살아요.”  오막살이면 대순가?  애들 맘대로 뛰어 놀고, 꽃피고 새우는 예쁜 아침에 마주보며 맘놓고 웃을 수 있는 곳인데.  뒷뜰에서 공놀이도 하고 자갈 뜰에서 물놀이도 하고, 큰아들이 친구집에서 분양 받아온 자그만 강아지도 길러도 되고.  그런 조그만 행복들에 들 떠 있을 때의 우리는 물이 촉촉한 화분에 놓여 졌던 걸까?  버거워 했던 어려움들은, 그건 또 뭔가?  그쪽만 물이 메말라 있었던 건가?

그때는 차도 한대 밖에 없었다.  아빠가 갖고 나가면 우리는 속수무책.  동네 마켓에서는 쌀도 두부도 안 팔았다.  한국음식이 필요하면  무조건 한인타운으로 가야만 했다.  감기가  들어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고추가루 듬쁙 뿌린 콩나물 국 한그릇만 먹으면 곧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그  먼 한국마켓까지 갈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도 한국학생은 우리 꼬마들 뿐 이었다.  애들이, 영어도 잘 안 통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큰아이는  그림을 잘 그려서, 말이 잘 안 통하면 그림으로 그려대는 통에 선생님도 깜짝 놀라 특별 대우를 받으며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1학년에 들어간 둘째 아이는 집에 오면 통 학교 얘기를 안하고 시무룩 했다.  왜 그래? 오늘 뭐 배웠니? 물어 봐도 고개만  흔들 뿐 이었다. 

학교로 담임을 찾아 갔었다.  공부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다.  그냥 A.B.C.만 가르친다고 했다.  맙소사!  집에서는 책도 읽는데  ABC라니?  책을 주고 읽어 보라 하니 척척 읽어대는 아이를 보고 선생님의 얼굴은 빨개 졌었다.   다음 학기 그 꼬마는 수학왕이 되었고 숙제로 1장 써 오라면, 10장을 쓰고도 할말이 남았다는 글을 잘 쓰는 모범생이 되어 있었다.
 

이런  어려움들은,  그러니까  메말랐던  화분 때문이었나?  사람을 꽃에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두 송이의 코스모스를 보면서 삶이란 것도 그런 것 아닌가 느껴진 건 왤까?  지금도 울타리 곁에 핀 코스모스는 바람에 산들거리며 아름답게 피어있다.  씨를 다시 뿌리지 않아도 저혼자 해를 이어가며 싹티우고 꽃피우는 온 동네의 귀염둥이다.  계속 관심갖고 싱싱하게 돌보면 우리들의 삶도 저렇게 예쁘게 보람을 느끼며 살아 지겠지 하며 안심 된다.  꽃과 나를 엮어 보는 한 순간이 이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혼자 중얼 거린다.  귀여운 손녀도 꽃같이 곱게 물이 촉촉한 화분같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겠구나   다짐 해 본다.
 

우주Feel 2009.08.13  08:20

[동문부인수필]: 코스모스 두 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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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apk3456 2009.08.13  19:13

참 재미있게 잘 읽었읍니다.
왜 난 이런 글에 눈물이 뚜욱뚝 떨어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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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라비 2009.08.13  19:51

조국을 떠나 낮설은 타국땅에서 뿌리를 내리시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우신 해외 동포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남모르게 겪으신 고통 뭐라 표현할수 없으리라 믿어요.
장여사님의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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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Feel 2009.08.14  03:04

리나님, 재밌게 읽으셨으면, 힘내셔야죠~. 눈물을 닦으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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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Feel 2009.08.14  03:14

해오라비님, 항상 좋은 말로 칭찬해 주시고 위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장여사님은 지난6월, 한국 수필문학협회에서 공모한 수필작품에
입선되어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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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라비 2009.08.14  08:29

오 ~ 우
기쁜소식입니다.
제가 읽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문장에 매끄러운 부분이 많다 했어요.
역시 다르시군요.
이렇게 훌륭하신분들이 오빠님곁에 계시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
앞으로 종종 좋은글을 접할수 있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볼수 있기에.....)
오빠님 오늘도 아주 아주 소중하신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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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Feel 2009.08.14  09:07

좋은글 자주 올려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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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2009.08.14  12:06

님들이 보내신 한 세월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감동으로 읽고 감성이 풍부하고 진솔한 글 ~
같은 핏줄의 애닲고 힘겨운 지나온 세월에
응원과 사랑을 보냅니다^*^
지혜롭게 잘 인내하시고 잘 적응하신 님들
모두는 개척자이시고 훌륭하십니다
여러모양으로 오늘을 이루신 모두에게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영원히 있으실거란
확신이 드네요^*^ 알 라뷰 우주님** 장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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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Feel 2009.08.14  12:34

퀸스님의 덕담이 장명옥여사님과 우리동문들에게 큰 힘이 되고있습니다.
너무너무 고맙고 퀸스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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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ysong1969 2009.08.30  03:51

겨우 9개월 된 손녀딸이 '꽃' 이라고 발음하는 신기함과, 무심히 피어있는 코스모스 두송이를 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장명옥 여사의 과장없는 간정 표현이, 읽는 이에게 공감을 갖게하는군요. 입선을 축하합니다. 계속 좋은 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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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Feel 2009.08.30  04:20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송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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