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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國 이야기 2 >- (2006-5-26)
글쓴이 : 우재호
(고독한 노인들의 이야기)
저번 토요일 밤 8시쯤 됐을 무렵, 셔먼웨이 노인아파트 3층에 사시는 김순실 아주머니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저 아래 아파트 정원수 밑에 검은 복장을 한 귀신이 사다리를 타고 자기 아파트로 기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니까, 빨리 와서 자기를 구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올해 80세인 김순실 아주머니는 우리 집사람이 지난 67년 홍콩무역관에
첫 직장을 잡고 임지에 갔을 때, 그 직장서 처음 만난 분인데, 거기서
미국시민권을 가진 安목사님 사모님을 만나, 그분의 보증으로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미국 영주권을 받고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거의 친자매
또는 이모/조카처럼 가까이 지나온 아주 각별한 사이입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귀신]이라는 말에 기겁을 한 우리 집
사람은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해서 당장 그 시간에 가지
못하고 다음 날 가겠다고 아주머니를 적당히 설득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미국에는 정신과 병원이 많습니다. 캄튼이나 사우스 센추럴같은 빈민촌에
는 정신병원이 거의 없지만, 베벌리힐스나 셔면옥스같은 고급동네일수록
정신질환자의 숫자는 넘친다고 합니다.
한인사회에도 한인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치매환자와 우울증 환자가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고독에서 오는 병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도
자식들이 부모를 방치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생활에
쫓기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사회보장제도가 잘된 이나라 정부에
부모를 맡기고 자기의 책임과 도덕성을 아예 던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주머니도 일찍이 미국에 데려다 놓은 50살 넘은 딸과 50 이 가까운
두 아들이 있지만,딸은 작년에 癌(암)으로 죽고 두 아들은 사업 핑계대고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들릴 뿐입니다.
그동안은 아주머니가 운전도 자작으로 하고 교회에도 열심히 나가서 외로움이
적었지마는, 딸이 죽고 우울증, 골다공증과 신경통, 관절염이 도져서 바깥생활을
못하고 금년 초부터는 집에 묶여 방콕생활로 일관 하다보니까, 정신까지 이상해
지는 겁니다.
양로원에 가보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노인들의 목고개가 모두
한쪽으로 삐딱하게 쏠려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다 보니 목고개가
항상 문쪽으로 쏠려서 생긴 현상이라는 겁니다.
신앙심이 강한 아주머니는 예수님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대신
위층의 러시안 노인이 밤마다 내려와서 자기 방문을 두드리며 괴롭히더니,
요즘은 검은 옷을 입은 귀신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자기 창문을 계속
두드린다는 겁니다.
다음날 찾아가서 아주머니와 얘기해보니 옛날 홍콩시절의 에피소드며,
돌아가신 안순도 사모님의 이야기며, 평소에 품어 두었던 화제는 어제처럼
생생하고 재미있게 말씀하시는데, 밤귀신 얘기로 돌아가면 헤까닥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부부가 자주 찾아가서 동무해 드리고, 어제아침에는 발보아
공원에 모시고 가서 휠체어로 맑은 공기를 씌워드리고 왔더니 저녁때 전화가 왔
습니다.
이제는 예수님이 나타신다고..? ? 지금 흰옷 입은 예수님과 놀고 계시다
고..? ? 그동안 달빛에 어른거렸던 나뭇잎의 흔들림은 검은 옷을 입은
귀신이 아니라, 희고 밝은 옷을 입으신 예수님이셨드라고..? ?
젊은시절 천하를 휘어잡을듯이 쾌활하고 총명하고 용감하시던 평양美人,
김순실 아주머니의 末路가 어쩌면 우리 부부의 미래를 豫示해주는것 같아
착잡하기만 합니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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