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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자로 회사를 그만둔다. 더이상 대전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오늘 서울올라올때 숙소와 책상의 모든 사물들을 정리해서 가져왔다. 몇주전부터 조금씩 짐을 정리해왔던터라 그다지 짐이 많지 않다.
웬만하면 이달 말까지는 회사를 다니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일종의 레임덕같은거.. 더이상 고생하는 팀원들을 통제할수 없었다. 팀원들도 이제 곧 도망갈 팀장을 인정할수 없을 것이다. 나도 별로 할일 없이 자리를 지키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음직장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걱정이 안된다. 이 지옥같은 프로젝트에서 도망나왔다는 것밖엔 생각나지 않는다. 팀장으로서 비겁한 행동이지만..사실이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프로젝트 관리자를 하고 있다. 이바닥에 일한지도 거의 19년정도 된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모두 다 극복해냈다. 잘했던 못했던간에..어째던 극복은 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지 못했다. 너무나 큰 파도였고.. 난 이 파도를 넘지 못했다. 너무 비참하고 쓰라리지만.. 어쩔수가 없다. 난 관리자로 철저하게 실패했고.. 그 실패를 인정했고.. 그래서 이렇게 도망을.. 친다.
이달말까지 근무한다면 내가 회사에서 받아야 할 돈이 지난달,이번달,퇴직금,경비등을 합쳐서 천만원이 넘었다. 회사에서 이 큰돈을 언제 줄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금액을 줄이고 싶었다. 일단 20일까지 근무했지만 급여는 15일치만 받기로 했다. 그랬더니 받을돈이 천만원 아래도 떨어졌다. 그리고 몇년전에 구입한 회사노트북2대로 야근식대와 5일간의 임금을 대체했다. 개발용으로 쓰지도 못할.. 몇년전에 70만원에 구입한 저가형 노트북이라서..어디 중고로 팔수도 없다. 하지만 난 내가 받을 돈을 줄이고 싶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정리'였다.
아마 이번달에 두달치경비와 지난달 급여의 절반정도는 나올것이다. 아마 200만원정도? 다음달초에 취직한다고 해도 급여는 다음달 말에 받을수 있기 때문에.. 이 돈으로 살아야 한다. 아마 마이너스 대출을 많이 써야 할것이고.. 이거 벌충하려면 시간이 엄청 걸릴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죽을고생하면서.. 빚을내서 살아야 하는지.. 울화가 치밀때가 있다. 하지만 살다보면 돈을 벌때도 있고 돈을 날려버릴때도 있는 법이다. 우리 아버지는 사업하다가 집도 몇번이나 날려 먹었는데.. 그래도 당신은 즐겁게 살았는데 뭐.. 그것에 비하면.. 이정도 데미지야.. 별거 아니다. 좋게 생각하자.
어디로 갈지 나도 모른다. 계속 프로젝트 관리자를 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할지 모른다. 예전에는 이직할때는 열씸히 구직활동을 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 배째라 모드인지 몰라도..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내일부터 백수인데.. 내가봐도 너무 느긋한데.. 놀랍다.
대기업 가려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난 대기업을 다녀본적이 없는데.. 그곳과 소기업은 정말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물론 집에서 노는것보다는 소기업이라도 가서 일하는게 낫지만.. 능력이 되면 대기업 가는게 좋다.
내일 면접은 보는데.. 별로 열씸히 노력하고픈 마음이 없다. 이번 기회에 좀 쉬자는 생각 뿐이다.. 남아서 마무리할 팀원들은.. 고생을 아마 엄청 해야 할 것이다. 미안한 맘 감출길 없다.
이제 난 백수다. 월요일 새벽에 대전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