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기사 내용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음주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회의과정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8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조두순씨의 경우도 범행 당시 술에 취했다는 점이 감경사유로 인정된 만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심신미약은 법률상 감경사유'라 뺄 수 없어대법원과 양형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양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술을 마시고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사유에서 빼야 한다"는 A위원의 의견이 제시됐지만 다수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당시 소위원회를 주관한 B위원장은 "심신미약은 법률상 감경사유기 때문에 뺄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대해 A위원은 다시 "주취상태 만큼은 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다른 일부 위원이 "성범죄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주취감경 관행은 문제지만 심신미약으로 판단되면 양형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며칠 뒤 열린 양형위 정기회의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오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을 감경인자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심신미약은 필요적 감경사유라는 점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이 모아졌다.
역시 지난 3월 열린 소위원회에서도 "음주에 대한 실무(재판 결과)가 너무 관대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앞으로 실무가 많이 바뀔 것"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급기야 일부 위원들로부터 "법관이 자의적으로 음주감경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의사항을 달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 판단 자체는 문제없지만...'국민 법감정'과는 괴리이같은 양형위의 판단은 형법 제10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미약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고, 위험발생을 알면서도 스스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는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감경사유에서 뺄 수 없다는 논리인데 법논리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 법감정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신지체 등의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스스로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자까지 심신미약의 범위에 포함시킬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형법에서도
알코올이나 약물의 영향 아래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 가중 사유(Factors indicating higher culpability)를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를 가중까지는 아니더라도 감경 사유로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납득되는 대목이다.
◆ 법정이 술을 먹인다(?)실제로 살인사건과는 달리 성범죄 사건에서 음주가 감경사유로 인정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정이 술을 먹인다'는 웃지못할 우스개까지 떠돌 정도다.
한 법조 관계자는 "피고인
변호사들은 음주가 감경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헛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피고인 심문에서 '술 많이 드셨죠?' 같은 황당한 질문이 나오곤 한다"고 귀띔했다.
소주 한두 잔 정도 마시고 저지른 범죄인데도 감경사유를 인정받기 위해 만취상태서 저지른 것으로 범죄가
뻥튀기되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도 "미운 놈 때리고 싶으면 술 마시고 때려야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농담도 있다"며 음주 감경사유에 대한 빈틈을 꼬집었다.
wicked@cbs.co.kr ▶1-4-2 노컷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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