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병원 90% 현재도 ‘충분히 영리 추구’
ㆍ법적 보장땐 돈벌이 경쟁 더 치열해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 쇠고기 수입 못지않게 국민 관심사로 떠오른 정책 중 하나가 ‘의료민영·영리화’ 정책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고 물러섰지만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내국인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추진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관련 노조들은 제주도의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국내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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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가 산별교섭 결렬 시 23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21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의료 영리화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영민기자 |
◇병원영리화는 ‘진행 중’=국내 의료법은 영리의료법인 병원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영리의료법인과 개인사업자만이 민간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병원들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병원 간의 수익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과잉 진료’가 아무 거리낌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부 병원에 도입된 이른바 ‘양방(兩房) 진료제’는 이런 ‘전쟁’의 한 단면이다. 양방 진료란 환자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 1명이 진료실 2개를 담당하는 제도. 의사는 진료환자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쉴 새 없이 양 진료실을 오가야 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내 모 대형병원에서는 하루에 환자 500명을 보는 의사가 있을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의사의 진료환경은 물론 진료의 질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에게 실적을 강요하는 ‘성과급 제도’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실적 경쟁에 몰린 의사들에게 ‘과잉 진료’는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부담으로 쌓인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의 장점은 연구와 임상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젠 그렇지도 않다”며 “많은 젊은 의사들이 ‘어차피 경쟁에 몰릴 거면 돈이라도 더 벌겠다’며 기업 병원으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은 “의료민영화는 의료를 영리화하는 다양한 정책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며 “현재도 충분히 영리를 추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영리의료법인 설립으로 ‘법적인 보장’까지 뒷받침해주면 서민들의 의료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리법인 허용은 의료민영화 ‘신호탄’=국·공립병원을 제외한 우리나라 병원의 90%는 현재도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이다. 따라서 얼핏 보면 영리의료법인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는 가뜩이나 치열한 병원 간 경쟁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크다.
외부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자연스럽게 ‘주식회사’처럼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결국 민영의료보험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건강보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국내 영리의료법인의 물꼬를 트게 될 제주도 내 영리의료법인 허용법안은 오는 9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이 병원에 대해서도 당연지정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리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지정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제주대 의대 이상이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재정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에 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영리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당연지정제 밖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영리의료법인 병원도 당연지정제 안에 묶어두겠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수익을 높여주기 위한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정책과 김강립 과장은 “영리의료법인 허용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고 또 당연지정제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된다고 해서 당연지정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의 차이는 외부자본이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 또는 투자에 대한 개방·비개방 문제”라며 “이를 획일적으로 좋다, 나쁘다라고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 내손안의 모바일 경향 “상상” 1223+N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