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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라는 가능성 갑자기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떠나간 애인이 "내가 잘못했어"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드디어 한반도가 통일되었다는 저녁 뉴스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무심히 길을 가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벽돌에 맞을 수도 있고,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눈앞에서 110층짜리 고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암'은 남의 이야기라는 듯,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59 중에서 -

와, 꽃 폭죽이 터졌네!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우리는 모두 오감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즉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동화하고, 감격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아이 마음' 은 불행하게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 속 깊숙이 숨어 버리기 일쑤이지만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72 중에서 - 
20년 늦은 편지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을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맏음, 우리고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 그리고 그 믿음 걸말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52 중에서 - 
괜찮아 난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 '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131 중에서 - <살아온기적 살아갈기적> 글 장영희 / 그림 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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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너무 크게 말했나 | | 글 장영희 | 그림 배미정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받는 질문이 있다. 신체장애, 암 투병 등을 극복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난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서 그냥 본능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건 의지와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라 내 안에서 절로 생기는 내공의 힘, 세상에서 제일 멋진 축복이라고, 난 그렇게 희망을 아주 크게 떠들었다. 여러분이여 희망을 가져라,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에피소드도 인용했다. 두 개의 독에 쥐 한 마리씩을 넣고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한 후 한쪽 독에만 바늘구멍을 뚫는다. 똑같은 조건하에서, 완전히 깜깜한 독 안의 쥐는 1주일 만에 죽지만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독의 쥐는 2주일을 더 산다. 그 한 줄기 빛이 독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되고, 희망의 힘이 생명까지 연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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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 읽은 헨리 제임스의 <미국인>이라는 책의 앞부분에는 어떤 남자를 소개하면서 “그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라고 표현한 문장이 나온다. 난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난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
아닌 게 아니라 내 발자국 소리는 10미터 밖에서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크다. 낡은 목발에 쇠로 된 다리보조기까지, 정그렁 찌그덩 정그렁 찌그덩, 아무리 조용하게 걸으려도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깨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
(샘터 2008년 6월호 8쪽에서 이어집니다)
월간샘터 6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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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사랑하라
짝사랑만큼 아름답고 슬픈 단어가 있을까. 누군가 짝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했다지만,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것이 짝사랑의 아픔이다. '내 생애 단 한번'을 처음 읽었을 때, 여러 모로 실의에 빠져 있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생이었던 나는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헛되다고 느꼈고, 때마침 실연의 아픔까지 찾아왔다.
그런데 그런 내게 와서 꽂힌 말이 바로 이 책의 "아프게 짝사랑하라”는 글귀였다. 사범대에 진학해서 선생님이 되는 것만큼 여자한테 좋은 길이 없다는 부모님의 말을 뿌리치고 나름의 꿈을 안고 진학했던 대학.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고, 나는 그 벽 앞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아파서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장영희 교수는 짝사랑을 "삶에 대한 강렬한 참여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불혹’의 편안함보다는 짝사랑의 고뇌를 택하리라는 그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사랑에 익숙지 않은 옹색한 마음이나 사랑에 ‘통달’한 게으른 마음들을 마음껏 비웃고 동정하며 열심히 사랑하라. 눈앞에 보이는 보상에 연연하여,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사랑의 거지가 되지 말라.
그 말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내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나를 붙잡아 준 것이다. 먼 훗날 내 삶이 사그라질 때 이 짝사랑에 대해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면 나도 그녀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다.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겠다”고. 무덤덤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살기보다는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사랑의 불꽃을 한껏 태우며 살고 싶다는 의지. 이 책이 내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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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리뷰 | 미디어 리뷰 (5건) | 네티즌 리뷰 8.86 (84건) | | 출간일 | 2000.12.01 | 227p | ISBN 8946413131 | | 가격 | 7,500원 → 최저가 4,87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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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생애 단 한 권, 꼭 기억하고픈 수필집!
멋진 소설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수필은 어떨까? 가슴을 벅차 오르게 만든다. 하루키 표현으로 말하자면 시간의 밀도가 변했다고 할까? 소설은 창조된 것이지만 수필은 그 주인공이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사람들, 이 도시, 그리고 이 세상을 감동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리라.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황홀함을 느끼게 해주는 수필은 대부분 국외의 것이었다. 교과서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국내 작품은 유독 '교훈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벅차 오르게 만드는 수필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 때에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떠돌던 수필집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영문학자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번>이 그것이었다. 그런 연유로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수필집을 펼쳤는데 입이 닫히지 않았다! 늦게 읽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그 따뜻함에, 진솔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 이 책은 인간 장영희가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글을 잘 쓰기로 소문난 그녀인 만큼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이 유려하다. 아! 글을 잘 쓴다, 는 감탄이 절로 들 정도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 책이 빛나는 건 아니다. 그럼 왜일까? 나는 왜 그리 넋 놓고 이 책을 본 것일까?
책장의 마지막을 덮은 뒤 깨달았다. 이 수필집에는 마법이 있었다! '장영희'라는 마법사는 가식적이고 잘난 척하며 살던 내 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솔직한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게다가 진짜 '나'로 하여금 '세상'을 보게 만드는 마법까지 발휘한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과장된 말 같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장영희, 그녀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그런 탓에 불합리한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많이 겪었다. 그렇다면 독기를 품을 만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들을 마음속에서 '정화'했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사람들'과 '사랑'으로 빛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랬다. 동굴의 끝에 선 장영희는 결코 자신의 처지 때문에 남을, 그리고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다. 되레 그 좋은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걸 감사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려고 했다.
| 수필집에 담긴 '어느 가작 인생의 봄'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영희는 언제나 1등을 하던 친구가 있기에 잘해야 2등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화를 낼 법도 하건만, 그녀는 오히려 '가작' 인생의 봄을 이야기한다. 진심으로, 아주 기쁘게. '천국유감'은 어떤가? 천국이 좋네 어쩌네 하지만 장영희는 자신이 있는 그곳이 천국이라고 말한다. 학자에게는 꽤 불편한 환경임에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 이 대목에서 얼굴이 홧홧 달아올라 혼났다. 나는 얼마나 저 먼 곳을 동경했던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진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난 몸이 다른 시간으로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아니, 그건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불평불만의, 오만과 자만의 세계에서 내가 가진 것을 사랑하는 세계로 이동한 것이다. 그래서 일까. 난 이 수필집으로 인해 난 내가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다. 아주 충만하다는 그것으로.
지금 장영희 선생님은 몸이 편찮으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내 생애 단 한번>을 본다. 그곳에서 나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  | 유홍준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에서 감은사를 볼 때 그냥 이름을 부르면 안 되고 "아, 아, 감은사"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내 생애 단 한번>도 마찬가지다. 책 이름을 그냥 부르면 안 된다. "아, 아, 내 생애 단 한 번"이라고 불러야 그 의미가 충분히 살아난다.
아, 아, 내 생애 단 한 권, 꼭 기억하고픈 수필집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아, 아, 내 생애 단 한 번"이라고 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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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사랑하는 세계, 책 속에서 경험하세요! |
 | 지금, 여기, 내 책상 위에는 교정 봐야 할 원고와 학생들 페이퍼가 잔뜩 쌓여 있고, 옆방에서는 어머니가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틀고 드라마를 보시다가 "얘, 부엌에서 뭐가 탄다!"며 소리지르고, 5년 기다려 둘째 아기를 가진 동생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정기 검진 갔다 온 얘기를 하다가, "아이쿠, 찌개"하며 부엌으로 달려가고, 이층에서는 다시 전화 벨이 울리고, 여섯 살짜리 개구쟁이 조카는 바로 내 옆에서 로봇을 가지고 놀며 '지지 주주'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축복받은 시간이고, 천국은 다름 아닌 바로 여기라고... - '천국 유감' (49쪽)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동사는 어원을 좇아 올라가면 결국 같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영어에서도 '살다(live)'와 '사랑하다(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일 뿐이다.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사랑하는 일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장미, 괴테, 모차르트, 커피를 사랑하고……. 우리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끝없이 아파하고 눈물 흘리기 일쑤지만, 살아가는 일에서 사랑하는 일을 뺀다면 삶은 허망한 그림자 쇼에 불과할 것이다. - '사랑합니다' (57쪽)
언제나 조신하고 말없는 어머니였지만, 기동력 없는 딸이 이 세상에 발붙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목숨 바쳐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 억척스러운 전사였다. 눈이 오면 눈 위에 연탄재를 깔고, 비가 오면 한 손으로는 딸을 받쳐 없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든 채 딸의 길과 방패가 되는 어머니의 하루하루는 슬프고 힘겨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 '엄마의 눈물' (110쪽)
나는 결코 은미와 같은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고,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해도 울프나 이장희같은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매일매일 내가 읽는 훌륭한 작가들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나의 무능을 한탄하며 영원한 '가작 인생'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회색빛의 암울한 겨울을 견뎌내고 고개 내미는 새싹에서 희망을 배운다. 찬란하게 빛나는 저 태양에서 삶에 대한 열정을 배운다. 화려한 꽃향기를 담은 바람에서 삶의 희열을 배운다. 백합 향기에 취해 죽기보다는 일상의 땀 내음 속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 '어느 가작 인생의 봄' (143~144쪽)
그래서 이렇게 더운 여름날 보통밖에 안 되는 재주로 보통밖에 안 되는 글이나마 마감 시간 전에 끝내려고 열심히 글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게 힘들지만, 이게 끝나면 오늘은 공부는 덮어두고 좋아하는 사람과 저녁 약속까지 해 두었다. 보통밖에 안 되는 딸이 보통밖에 안 되는 글을 쓰느라 진땀 흘리고 있는 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머니가 거실에서 전화로 조카가 기말 고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하는 동생에게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야, 망쳤으면 어떠냐. 그저 중간치기만 하면 된다. 보통이 최고다!" - '보통이 최고다' (165쪽)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장단점을 알기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꼬리표를 갖다 붙이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꼬리표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방해받는 것은 물론, 당사자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고 한계짓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책 제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는 인간성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포기하는 일이다. 혹시 연주가 우연히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리고 아직까지 날 기억한다면, 비록 30년 뒤늦기는 했지만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받아 주기 바란다. 미안해, 연주야, 정말 미안해. - '연주야!' (17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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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며 진솔한 글을 쓰는 타고난 수필가, 장영희! |
 | | 장영희 1952년 서울생.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 대학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영문과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 <종이시계> <햇볕 드는 방> <톰소여의 모험> <이름 없는 너에게> 등이 있고 부친(故 장왕록 교수)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 <살아 있는 갈대>를 번역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한국 문학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에는 삶에 대한 진지함과 긍정적인 태도를 담은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아버지의 추모 10주기를 기리며 기념집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을 엮어 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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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애 최고의 연애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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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연애소설 문화·예술인 6인이 공감한 사랑, 그 아름답고 기묘한 열정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격정 _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고린도 전서 13장에 나오는 유명한 사랑에 관한 정의이다. 그렇지만 사랑이 이렇게 조용하고 온화하기만 하다면 이 세상에 연애소설은 단 한 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남녀 간의 사랑은 완전히 이와 반대이다. 남녀 간의 사랑은 오래 참지 못하며, 온유하지도 않고, 시기로 가득 차고 무례하고 성내고…. 논리와 이성을 넘어 이 세상의 단 한 사람을 향해 온몸의 신경 가닥들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 그게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며, 아니, 그래야만 진짜 사랑이며, 현존하는 모든 연애소설은 그런 순탄치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에 나오는 히스클리프는 그렇게 집요한 사랑의 대표적 인물이다. 음산하고 황량한 산지 위의 ‘폭풍의 언덕’이라는 저택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광기어린 애증의 이야기, 자기가 사랑하던 여인을 앗아가 버린 사람들에게 차례로 잔인하게 복수하는 히스클리프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악마적이라서 차라리 순수하다.
눈 폭풍이 심하던 날 ‘폭풍의 언덕’에 머물게 된 한 남자가 창문에 부딪혀 요란하게 소리 내는 나뭇가지를 잘라 버리려고 창 밖으로 손을 내미는데, 갑자기 “나를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세요….” 하는 여자의 흐느낌이 들리면서 차갑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 손을 덥석 잡는다. 혼비백산한 이 남자의 비명 소리에 히스클리프가 뛰어들어와 제발 다시 나타나 달라고 애걸하지만 여자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죽음으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폭풍의 언덕’은 바로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의 상징이다. 오늘 밤 누군가를 그리며 당신의 마음속에도 폭풍이 휘몰아친다면, 먼 훗날 창 밖에서 문득 들어오는 차가운 손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따뜻한 손을 잡기를….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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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샘터 2006년 3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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