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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공쿠르 단편문학상 수상작!!
프랑스 문학의 전통을 이어나갈 비범한 신예 작가의 출현
전후, 실존주의가 인문학의 제 분야에서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프랑스 문학은 한국 문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까뮈, 마르그리뜨 뒤라스, 프랑스와즈 사강에서부터 최근의 아멜리 노통브나 미셸 우엘벡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작가들이 펼쳐 보인 세계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삶을 낯설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문학 본래의 매혹적인 본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는 그 빛나는 프랑스 소설문학의 전통을 이어나갈 한 사람의 신예 작가를 자신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아홉 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단편을 모아놓은 《겨울나기》로 2004년 공쿠르 단편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신예작가 올리비에 아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쿠르 단편상 수상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1974년에 태어나서 200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겨울나기》를 상자하면서, 여러 유력 매체로부터 “비할 데 없이 뛰어난 단편작가의 출현”이라는 고평을 받은 그는 현재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여운이 넘치는 그의 문체는 부조리 문학의 기수인 알베르 까뮈의 문장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데, 삶의 평속한 일상 속에 은폐되어 있는 비루한 속성들, 미련들, 그리고 좌절된 희망들에 대한 현대인의 연민을 문학적으로 주제화하는 데 있어서 특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올리비에 아당의 작품들의 공통된 특성은 이별, 죽음, 경제적 파산 등으로 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망실된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불안과 고독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즉 사회적 관계가 와해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부서질 듯, 사라질 듯 위태로운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이 책 <겨울나기>에 수록된 아홉 편의 작품들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주된 정서는 외롭고 나약하고 소외된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에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생아실의 간호사, 주유소 매점의 점원, 택시 운전사, 교도소에서 막 석방된 젊은이, 작업장이 폐쇄되자 슈퍼마켓에서 일하게 된 잡부 등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은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된, 스스로 방외인이라는 의식을 안고 박탈감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작가는 이들의 내면의 고통, 내면의 울분을 소묘처럼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분노의 기원을 내밀하게 탐색해 나가면서 이미 망실된 희망의 복원 가능성을 탐문한다.
* 희망의 복원 가능성 탐문
작가가 생각하는 희망의 복원 가능성은 바로 관계의 회복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사람과의 단절된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역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리비에 아당의 인물들은 친구에게서, 아내에게서 버림받자 새로운 인물과의 접속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양로원에 늙은 어머니를 맡겨 놓고 애끓는 상실감을 갖고 주유소의 매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새해 첫날>의 화자인 여자는 매점을 찾아온 익명의 남자와 눈이 맞아 바다를 찾아가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고단과 피로로 누추해진 삶을 위로받는다. 물론 그것이 지극히 임의적이고 지속불가능한 순간의 유희에 가까운 것일지라도, 화자는 남자와 따뜻한 관계를 가지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리에서 승객을 찾아 헤매는 택시기사(<한밤의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여읜 슬픔에 잠겨 있는 택시기사는 유골상자를 들고 있는 여자를 우연히 택시에 태우고 그녀의 슬픔에 동참했다가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역시 하룻밤을 보내면서 위안을 느낀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과중한 회사일이 내맡겨진 여성 역시, 삶을 더 이상 환희와 행복으로 파악할 수만은 없게 하는 현실의 폭력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그녀가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냈을 때, 무조건적인 따뜻한 배려로 그녀를 돕고자 하는 트럭운전수가 나타나, 삶이 막다른 절망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게 해준다.
올리비에 아당의 작가적 특장은 특유의 여운을 남기는 암시성이 가득한 문체에 있다. 조목조목 설명하지 않고, 에둘러서 작중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표정과 한숨 같은 독백을 통해, 아니면 구석에 배치된 사물의 부각을 통해, 작가는 작품이 의도하고 있는 주제를 향해 작품 전체를 조금씩 밀고 나간다. 하지만 그것들이 문학적 수사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보편적인 정서를 적극적으로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올리비에 아당은 문학성과 대중적 설득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작가로 보여진다.
* 수록 작품 줄거리
어느 코미디언의 죽음 ‘나’는 학교에서 물의를 일으켜 강제적으로 휴직 권고를 받은 남자다. 지극히 권태로운 나날들 속에서 코미디언 ‘피알라’가 죽었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우울과 슬픔에 빠진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아이들을 돌볼 열정을 잃은 지 오래다. 아내의 귀가는 더욱 더 늦어진다. 나는 장인이 건네는 농담마저도 날카롭게 받아들이고, 자주 술을 마신다. 이 권태와 우울의 시기는 언제 지나갈 것인가. 아내와 사랑을 나누면서 그는 삶의 한순간을 느낀다.
점점 지쳐가다 신생아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인 ‘나’는 매일 아이들의 울음과 산모들의 핏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며 삶의 무상함을 느낀다. 삶에 대한 각별한 열정도 없이 기계적인 삶을 사는 남편은 집에서 밤에는 맥주를 마시고 TV를 보고 아침에는 일을 하러 나간다. 그가 나간 빈자리는 빈맥주캔과 이런저런 물건들로 너저분하다. 밤일을 마친 나는 아침에 퇴근해서 남편 제프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삶의 권태를 자각하고 트렁크에 짐을 넣기 시작한다. 집을 나서기 전 집을 한번 응시한다.
한밤의 여인 파리의 택시 운전수인 ‘나’는 눈이 많이 내리는 밤거리를 지나간다. 삶은 한없이 처연하고 권태로우며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콜로 승객을 태운다. 아시아계 여자인 승객은 유골상자를 안고 있다.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내린 여자는 유골상자를 끌어안고 흐느낀다. 나는 아버지의 유골을 파묻던 날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다. 여자의 숙소인 호텔로 데려다준 나는 여자와 술을 마시며 그 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새해 첫날 주유소의 매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나’는 양로원에 있는 어머니에게서 죽어가는 여자의 냄새를 맡는다. 한해의 마지막 밤 손님도 없는 매점에서 나는 함께 일하는 동료인 마르틴과 농지거리를 주고 받고 맥주를 마시며 한해를 보낸다는 소회를 위악적으로 드러낸다. 그때 찾아온 손님으로부터 바다에 가자는 제의를 받은 나는 그와 함께 바다에 가서 함께 술을 마시고 하룻밤 잠을 잔다. 다음날인 새해 첫날 남자가 계산을 다 치르고 사라진 방에서 나는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입을 다물다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나는 위태로운 감상에 사로잡힌다. 사랑하는 개 체트를 묻은 곳이 빗물에 씻겨나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나는 역시 폭풍우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입양해서 데려다 키우는데, 아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떤다. 나 역시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었는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신념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밤 아이를 침대에 뉘이고 또 아내를 감싸 안으며 잠을 재우면서 모든 것이 평온해지기를 기다린다.
귀가 ‘나’는 교도소에서 석방되어 3년 만에 집에 온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신다.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은 아버지는 화라도 난 사람처럼 툴툴댄다. 하지만 그것이 애정의 표시라는 걸 안다. 어린 동생은 여전히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오랜만에 집에 온 형을, 교도소에서 죄값을 받고 나온 형을 마주대하기가 영 서먹한가 보다. 오랜만에 술집에 간 나는 좋아하던 여자애를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애인이 되어 있다. 어느 날밤 내가 자려고 누워 있는데 동생이 침대에 올라와서는 옆에 눕는다. 나는 비로소 동생과 다시 형제로서의 친밀감을 느끼며 위안을 받는다.
라카노 ‘나’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상사로부터 과중한 회사일을 떠맡는다. 남편과 별거중인 나는 엄마를 애타게 기다릴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삶은 숨을 못 쉴 정도로 고단하고 피로한 것. 겨우 밤을 새서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나는 트럭 운전수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서 늦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아이들과 치르면서 간밤 성심성의껏 나를 도우던 착한 트럭운전수를 떠올리는 나, 그와 만일 여름에 휴양지 라카노에서 마주치면 어떨지를 생각하며 미소를 머금는다.
소리없이 공장에서 해고 당한 ‘나’는 슈퍼마켓에서 고단한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처지다. 아내는 실업자 구제소에서 만난 남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불친절할 뿐인 삶을 버텨낸 재간이 없다. 아내의 권고로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나온 나는 아내의 정부인 남자가 자기 집에서 나오는 걸 목격한다. 하지만 모른 체한다. 나는 아내 몰래, 짐을 싸고 현금카드로 돈을 모조리 찾아서는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어디롤 흘러갈지 모를 삶을 방기한 체 찰나의 행복감을 맛본다.
눈을 맞으며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체 집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나는 아버지가 언제 죽을지 두려울 뿐, 그 어떤 일에도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나는 병원에서 뇌종양 선고를 받던 날 숲길을 산책하며 그 사실을 알리던 아버지의 담담한 표정을 기억한다. 나는 슬픔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억눌린 채, 히피 같은 생활을 탐닉하고 있는 친구들의 파티에 참석한다.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앰뷸런스가 빠져나오는 것을 본다. 그 사이 아버지는 숨을 거둔 것이다. 나는 삶의 무의미함을 깊이 음미하면서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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