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소주 한 잔 한다.. 심심한 연포탕 국물에 소주 한 병.. 초라한 비닐 너머에 번쩍이는 싸구려 반짝이 전구까지.. 오늘 내 취함의 목적은...'사라짐'이다. 내 인생속에 있다가 돌연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해 건배.. 그리고,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넌더리나게도 오래도록 내 속에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건배.. 기분 좋게 내 쓰린 창자를 타고 내려가는 알콜의 유연한 유영(游泳).. 때로는 이런 무념(無念)은 감미롭다.. 한 잔에 또 한 잔..안의 것이 비워질수록 의식은 더욱 또렷해오고 가슴이 취하는 것인지, 머리가 취하는 것인지 어쨌던 그렇게 술 잔은 비워져 간다..
놓여나는 방법.. 비워짐의 미학.. 이완(弛緩)이 주는 적절한 균형미.. 여백(餘白)으로의 귀환..
나약하지만..그게 나답다.. 촌스럽지만..그게 자연스럽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그게 바로 내 모습이고 나다.. 난 스스로 삼류(三流)를 자청하였고, 그래서 자유로웠다.. 그 자유로..이제 나는 귀환하고 싶다.. 이 코 '쨍'하게 시린 날..가슴으로 마시는 소주 한 잔과.................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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