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추억은 있다. 다양한 매개체와 함께 남겨지게 되는데 음식도 예외는 아니라서 어린 시절에 맛 보던 명절음식, 군대 첫 휴가 때의 짜장면 맛, 첫사랑과의 첫 데이트 식사, 돌아가신 어머님의 그리운 밥상차림 등 여러 형태로 새겨진다. 종류로는 언제든 먹어 볼 수 있는 흔한 음식들도 있겠고 이제는 거의 사라지거나 변해버려 좀처럼 찾기 힘든 것들도 있을 것이다.
4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기억하는 옛 맛이 어디 한 두 종류일까마는 내게 특히나 선연히 떠오르는 맛이 있었으니 요즈음 말로는 군만두요 당시에는 야끼만두라는 이름의 중국집 음식이다.
지금이야 배달음식 주문에 공짜로 따라 붙는 허접한 서비스 음식으로나 치부되는 처량한 신세이지만 예전에는 대접이 남달랐고 맛도 훌륭했었다. 예전이라 함은 화교분들이 중국집을 주로 운영하던 80년대 초반 이전이 되고 상당수의 업소들이 공갈빵과 함께 고소하고 맛있는 군만두를 팔았는데 어릴 적 아버지께서 퇴근길 한 잔 드신 저녁이면 시내나 동네 어귀의 중국집에 들러 군만두를 포장해 오곤 하셨기에 어머니께 ‘나 오늘 좀 늦어’하는 출근길 말씀이라도 있었던 날이면 자정 통금이 가까워 오는 늦은 밤에도 졸음과의 끈질긴 싸움을 이어가며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렸었다. 달콤한 잠의 유혹 보다도 강렬했던 것이 군만두의 기름지고 고소한 향과 맛이었으니 마침내 귀가하신 아버지를 반기며 손에 들린 봉투를 확인하는 게 급한 일이었고 봉투를 열면 확 풍겨나던 고소한 내음에 기분은 한껏 들떠 오르고 나무를 얇게 깎아 만든 곽에 동여진 노란 고무줄을 풀고 뚜껑을 열어 젖히면 드러나는 반짝이며 노릇한 빛의 군만두들 자태는 여간 매혹적인 게 아니었다. 동생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듯 입에 하나 양 손에 하나씩을 들고 우적우적 먹으며 그 기쁨에 잔뜩 취해 있노라면 ‘에이 욘석들, 아빠 보다 만두가 그리 좋더냐?’하며 껄걸 웃으시는 아버지가 풍겨내던 술내음이 여느 때와는 달리 싫지 않았고 잘 먹는 아이들이 대견한 듯 물러 앉아 흐믓하게 지켜 봐 주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미소가 행복했던 유년 시절이었다.
80년대 중반부터 화교분들이 운영하던 중식당들이 사라지며 대신 한국인 운영의 영세규모 중국집들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 치열해진 경쟁 탓에 저급 재료로 가격 낮추기와 싸구려 공장제 군만두의 서비스 제공 등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일반화되기 시작하였고 그 때 부터 군만두는 질과 맛에서 참혹한 수준이 되었다. 몇 백 개 당 몇 천원의 단가로 공장에서 대량생산 공급되는 현재의 군만두는 재료라야 양배추와 무우 말랭이에 돼지비계 약간 뿐인 보 잘 것 없는 소가 들어 돈 주고 사 먹기는 아까운 수준으로 망가진 형태지만 예전에는 부추,생강과 돼지고기의 소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만두 양쪽 끄트머리는 밀반죽 뿐이었지만 그도 여간 고소한 것이 아니어 놔서 오물오물 꼭꼭 씹어 먹으면 즐거운 마무리가 될 수 있었는데 요즈음의 것이야 딱딱하고 질겨 놔서는 자칫 입안에 상처를 입힐 정도이니 남겨 버려지기가 일쑤이다.
중국음식 맛이 예전만 못해진 것은 많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변화의 책임을 업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게 소비자들이 맛을 떠나서 배달이 빠르고 좀 더 싼 곳을 선호하게 된 의식변화 탓에 그를 따를 수 밖에는 없었던 업소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줘야만 하리라 본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예전 보다 중국음식 맛 보기가 더 쉬워지고 저렴해 졌다는 긍정적인 면에 더해서 맛과 질의 추락이라는 아픈 결과도 감내해야만 하는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그럼, 옛날의 군만두 맛을 추억으로나 곱씹어야만 할 것이냐 하면 잘 둘러 보면 예전의 맛을 어느 정도는 간직하고 있는 곳을 찾아 볼 수도 있다. 그런 업소들의 공통점이라면 화교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을지로 오구반점을 첫손으로 꼽는 이도 있지만 들러 붙고 옆구리가 터져 나오고 고온에 튀겨내는 조리법이 썩 내키질 않고 경기도 송탄 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영빈루(031-666-2258)의 것이 가격대비로 훌륭한 맛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곳의 군만두가 옛 맛을 온전히 재현했다고는 볼 수 없는게 굽지를 않고 튀겨 냈다는 것인데 요즈음은 튀기는 조리법을 쓰면서도 이름은 군만두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정말로 기름에 구워 냈기에 야끼(굽는다는 일본어)만두라 불렀었다. 만두를 기름에 삼분의 일쯤 잠기도록 구워 내면 잠겼던 부분은 노릇 고소해지고 윗 쪽은 쪄낸 듯 촉촉해서 한 입에 두 맛을 음미할 수도 있을 뿐더러 육즙도 잘 보존할 수가 있다. 이렇게 구워 만드는 것을 진정한 옛날식 군만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데 바로 그 방식으로 예전 맛을 충실히 재현해 주는 집이 강북 삼성병원 부근 골목길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화교 중식당인 목란(732-0054)이다. 이연복 사장이 운영하는 오너쉐프(주인이 주방장인) 업소로서 높지 않은 가격대에 좋은 분위기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추천할만한 곳이다. 이미 탕수육이나 짬뽕 등에서 소문이 자자하여 많은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군만두를 맛 보지 않는다는 것은 옛날 군만두를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꽤나 아쉬울 노릇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의 것도 사실 예전 것의 완벽한 재현이라고는 볼 수가 없으니 현재는 어느 업소이던 식물성 식용유를 쓰지만 예전(공업용 우지사건 이전)에는 라드(lard 돼지비계의 지방분을 정제해 만든 고형유지)를 사용했기에 그 깊은 고소함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건강을 챙기며 대신 맛을 내 놓은 음식들이 어디 한 둘이겠나마는 예전 중국음식의 근간을 이루던 라드를 쓰지 않는 현재의 중국음식은 군만두뿐만 아니라 어느 것도 예전만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이가 드니 쌓여져 먼지가 풀풀 날리던 추억의 창고를 뒤적이게 되고 그 귀퉁이에서 찾아 낸 군만두의 맛을 되새겨 보려고 나는 자주 목란의 문지방을 넘어서며 ‘먼저 군만두 한 접시부터 주시고요..’를 외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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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면 크기에 맞게 잘라진 최종 기사입니다;;;
2009.03.10 676호(p84~84)
[Gundown의 食遊記]
추억의 군만두를 기억하시나요?
40대 이상 분들이 기억하는 옛 맛 중에 요즘 말로 군만두요, 예전에 야끼만두라고 불린 중국집 음식이 있다. 지금이야 공짜로 따라붙는 허접한 서비스 음식으로 치부되지만 예전에는 대접이 남달랐고 맛도 훌륭했다.
어릴 때 종종 아버지가 한잔 드신 퇴근길에 중국집 군만두를 포장해오셨기에 ‘나 오늘 늦어’ 하는 말씀이라도 있는 날이면 졸음과 싸워가며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렸다. 봉투를 열면 확 풍기던 고소한 냄새에 기분은 한껏 들뜨고, 나무를 얇게 깎아 만든 갑에 동여진 노란 고무줄을 풀고 뚜껑을 열어젖히면 드러나는 군만두들의 자태가 여간 매혹적인 게 아니었다.
80년대 중반, 영세규모 중국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저급 재료로 가격 낮추기와 싸구려 공장제 군만두 등이 일반화했고, 질과 맛에서 참혹한 수준이 되어 양배추와 무말랭이에 돼지비계 약간뿐인 재료로 사 먹기 아깝게 됐다. 하지만 예전에는 부추, 생강과 돼지고기의 소에 고소한 육즙이 있었다.
옛날 군만두 맛을 간직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을지로 오구반점을 첫손으로 꼽는 이도 있지만 성의 없는 조리법이 내키지 않고, 경기도 송탄 버스터미널 부근의 영빈루(031-666-2258)가 가격 대비 훌륭한 맛을 보여준다.
요즘은 튀겨내고 이름만 군만두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만두를 3분의 1만 기름에 잠기도록 익히면 아랫부분은 노릇해지고 위쪽은 쪄낸 듯 촉촉해서 야끼(‘굽는다’는 일본어)만두라 불렀고, 한입에 두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 방식으로 내는 집이 서울 강북 삼성병원 골목길의 중식당 목란(02-732-0054)으로, 화교 이연복 사장이 운영하는 오너셰프(주인이 주방장) 업소이며 높지 않은 가격대에 좋은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어느 업소든 식물성 식용유를 쓰지만 예전에는 라드(돼지비계의 지방분을 정제해 만든 고형유지)를 사용했기에 그 깊은 고소함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으니, 이 집도 옛 맛의 100% 재현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중국인들이 회교도가 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 요리를 빼놓고는 솔직히 중국요리중에 먹을만한 요리가 없지요
그렇다고 중국에서 돼지요리고기만 있는것 아니죠 ㅎㅎ
중국서부나 내몽고쪽은 순수 한족보다 회족이나 몽고족,카자흐족, 많은 지방은 회교도가 많지요
만두에 들어가는 주요고기가 바로 돼지고기이지요 물론 양고기,쇠고기,닭고기,꿩고기도 있지요
돼지기름 즉 비계로 만든 라드는 이슬람교도에 금지된 음식이라고 생각되어서 한마디 적어봅니다
대막리지님/중국에서 만두라는 음식은 소가 들지 않은 밀가루빵입니다. 소가 들고 피를 발효로 부풀린 음식을 빠오즈(包子)라 부르는데 글자 뜻 그대로 소를 감싸 만든다는 의미죠. 딤섬은 특정한 음식(만두라던가 하는)의 이름이 아니라 중국 광동지역에서 얌차 때 먹는 음식류의 총칭입니다. 한자로는 點心으로 우리의 점심에 광동어 발음입니다. 우리는 끼니 개념이지만 그들은 간식의 의미죠.
교자(餃子)와 빠오즈(包子) 그리고 만두대해서 알겠되었습니다
교자(치아오즈)는 물에 삶거나 튀김만두,군만두 물만두 종류 ..
포자(빠오즈)는 수증기로 쪄낸 찐만두 ...
만두(만토우)는 만두에 소가 없는 꽃빵 비슷한것....
위에 구분은 중국에서 구분이고요 우리나라에서 모두가 만두라고 하네요
다만 군만두,물만두,찐만두, 튀김만두, 만두국으로 구분할분이죠 ㅋㅋ
영빈루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혹시 시간 나시면 송탄 영빈루에서 철길 건너 -55쪽으로 가시다 보면 철길의 흔적이 하나 더 나옵니다. 바로 그 자리에 태화루란 중국집이 있는데 어릴적 먹던 만두 맛 그대로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간게 3년전이었는데 그때도 돼지기름으로 구웠더군요....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도 기름기 있는 뭔가가 끌릴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태화루 만두입니다. 혹시 송탄 가실 일 있으시면 꼭 한번 다녀오시고 식유기에 남겨 주세요.... 전 너무 멀리 있어서 가 볼 엄두가 나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