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의 화교 운영 중식당들은 80년대를 기점으로 상당수가 문을 닫았습니다. 외식산업의 발전으로 장사 여건도 나빠졌고 도심 재개발로 자리를 잃는 경우도 많아졌고 저가를 내세운 한국인 운영 중국집의 폭발적인 증가세도 큰영향을 줬었죠.
그러다 보니 허름하지만 옛맛을 간직한 화교 중국식당들은 변두리에나 가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흔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곳들 중에서 중독성이 강하다 해서 [마약 깐풍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깐풍기로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화교 중식당을 소개해 드립니다.
회기역에서 멀지 않은 이면도로가에 있습니다.
입구의 홀과 안쪽의 방들로 구성이 되는데 동네 중국집임에도 옛날식으로 문이 다 달려 있습니다. 온돌방.
육칠십년대의 중국요리집 방들은 불륜커플들의 밀회 장소로 애용되며 매우 끈적거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용도로도 이용되었기에 방에 들어가 앉으면 문이 닫히고 음식과 찬이 오가는 때 이외에는 손님이 부르기 전에는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죠. 방 근처에도 가질 않기에 종업원을 부르려면 소리 치는 것 보다는 크게 박수를 몇 번 치는 것으로 요즈음의 호출용 차임벨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언의 규칙이 깨지는 순간도 있었으니... 커플이 들어 가더라도 최소한 간단한 요리 하나는 주문을 해둬야 함에도 일부 가난한 혹은 예의없는 커플들은 국수 두 그릇만 시키고는 문을 닫고 애정행각에 돌입하는 수가 있는데.. 그런 때에는 종업원들이 경고성 발자국 소릴 요란히 내며 앞을 오가거나 예고 없이 "부르셨어요?" 하며 문을 확 열어 제껴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순간을 손님들에게 선사하기도 했었습니다. 요리를 시키거나 방을 빼라는 무언의 압력이었죠. 한편, 교복 입은 중고생들이 흡연과 음주의 공간으로도 이용을 했었는데...
이제는 불륜이던 연인이던 몸 비빌 공간이 수도 없이 많아졌고 청소년의 흡연음주가 공개된 장소에서도 거리낌이 없어진 현 세태에서는 중국집 방의 용도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 음식 이야기 해야죠;;;
열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서 방에 자릴 잡았습니다.
메뉴 참 간단하죠?
깐풍기는 생닭을 사다가 요리를 하기에 주문 후 시간이 적게는 삼십분 많게는 한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그때의 식당 전체 주문량에 따라서) 그런 점을 고려하여 깐풍기를 제일 먼저 먹어야만 하는 분들이라면 선발대를 보내서 미리 주문을 해두던가 전화로 예약과 함께 주문을 넣던가(요 방법은 제가 시도를 해 봤는데 실패했습니다;;;) 하셔야만 하죠.
코스트코에서 사오신 듯.
소주맥주와 저가의 중국술 몇 종이 있습니다. 중국술은 카운터에 가서 물건을 보고 직접 골라 오는게 낫죠. 저렴한 것으로 두 종.
일행의 협찬 공부가주.
또 다른 대표메뉴인 류산슬. 4만원이라는 적잖은 가격인데 양은 많은 편이나 재료의 종류와 선도를 고려하면 필수시식 아이템은 아닌 듯.
류산슬의 슬은 재료를 가늘게 썬다는 의미에서의 絲자 중국발음인데 보시다시피 그리 슬스럽지는 않습니다. 전분소스를 쓰는 여느 집들과는 달리 드라이한 편이고..
그럭저럭 먹을만은 한데 가끔 씹히는 해삼의 상태는 허걱;;;
피망이 아닌 진짜 고추를 쓰는 고추잡채가 보기 드물어졌는데 이 집은 꽈리고추를 사용해서 적당히 매콤합니다. 메뉴에는 그냥 잡채라고만 써 있고 당면이 들어 있으니 고추잡채와 그냥잡채의 중간성격.
당면 보다는 고추 등의 부재료가 많아 씹힘이 좋고 적당히 매콤하기에 당면만이 주를 이루는 일반 중국집 잡채들 보다 낫습니다.
겨울철이면 화교분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꼭 주문해 먹는 요리가 있습니다. 부추잡채. 한국부추가 아닌 굵은 호부추(중국부추)가 겨울에만 나는 탓에 추워지는 날씨는 부추잡채의 제철이 돌아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파줄기와 피슷한 부드러우며 아삭한 식감에 특유의 향긋함이 고소한 불맛과 어우러져서 큰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중국 본토와는 달리 채소요리가 드문 한국의 중국식당에서 누릴 수 있는 짧은 기간의 호사인데...
메뉴에는 없지만 카운터의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 보니 '아니, 중국부추가 겨울이 제철인지 알다니.. 기특한지고'하시며 방긋 미소와 함께 만들어 주신다고 합니다. '좀 비싸'라는 토를 달기는 했지만;;;
그래서 기대와 함께 등장한 부추잡채..
엥?
제철 부추잡채는 즙이 많고 말캉한 줄기부분을 가지고 만드는데 여기는 온통 억센 잎투성이?
앞서의 음식들도 그랬었지만 불맛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볶는 시간이 좀 짧은 듯 하고 억세고 얇은 잎만을 씹어 먹는 것은 제가 기대했던 제철 호부추잡채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주문해 먹어 본 것이어놔서 원래 항상 이렇게 주는지 혹은 철이 다소 일러서 이때만 그랬는지(12월 초순 방문)는 몰라도 항상 이런 상태라면 주문할 필요는 없을 듯.
제가 기대했던 부추잡채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화교중국식당의 것.
하여튼... 이 집에는 깐풍기를 먹으러 온 것이 첫째 목적이고 지금까지 나온 것들은 보조출연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넘어 갑니다.
경발원... 저희 아내 친구집이 이 근처라 친구네 부부 소개로 같이 가 말씀하신 깐풍기와 그밖의 음식들을 먹어보았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음식점 환경은 그리 깨끗하지 않습니다만, 깐풍기만은 저도 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가끔씩 납니다. 일반적인 깐풍기는 잘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집 깐풍기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크크크 ,,님의 글과 요리를 보니 ..옛날 어린 시절의 중국집 냄새와 묘한 설래임과 분위기가 새록새록 되 살아납니다!
요리의 길은 정말이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 요리사 아닙니다! 요리를 먹으면서 인생의 깊이를 관조하는 .그냥 중국어 전공한 평범한 대전 서민입니다) 너무 소중한 그림과 님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을 읽으니 새상의 근심이 사라지는듯하며,,즐겁습니다 ㅋ_ㅋ: 여기 우연히 와서 님의 소중한 경험담과 님의 소감들,,정말 재미있고 감동 적입니다 !! ^ㄴ^ 감사합니다 !
정말 오래된 집입니다. 절대 재촉하면 못 먹습니다. 깐풍기 시키면 주방에서 닭 토막내는 소리부터 납니다. 기다리다 지쳐서 더 맛이 있는지도 모릅니다.쉬는날도 주인장 맘대로이구요. 하지만 깐풍기 아주 맛있고 특이합니다. 남은 양념에 볶음밥 남은 걸 비벼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이집 짬뽕도 특이하고 맛이 있습니다.
yhkim23님/hcho65님/흑기사님/비쥬님/감사합니다.^^
erica님/왜 안달리겠습니까. 인터넷 어딜 가나 악플로 찌질거리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고 사는 정신질환자들이 널려 있는데요. 제가 자주 청소를 해줘놔서 그런 것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여느 곳 보다 수준 높은 분들이 많이 찾아 주시기에 악플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합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 있읍니다. ^^ 저 정도의 부추잡채가 고급요리(?)라..ㅠ 조금 안습입니다. 진짜 간단한 음식인데..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서인감..여긴 북경인데요, 호부추가 항상 있던데 우리나란 겨울철만 나나여...중국 가정요리의 기본인 부추계란 볶음의 한국식 변형 같은데요, 우리로치면 감자볶음정도로..진짜 간단한 요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