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먹는 주식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빵,밥,국수입니다. 주로 기후와 토질에 따라 키울 수 있는 종류가 나눠지며 그에 따른 이용방법이 나눠지게 되는데... 중국에서는 남미북맥(南米北麥)이라는 말 처럼 쌀이 많이 나던 남부가 밥을 주로 먹었던 것에 반해 저온건조한 북부는 밀과 잡곡을 주로 먹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국수와 빵(만터우,빠오즈 등)문화가 자리잡게 됩니다. 위치상으로는 중국 북부지방 영향권에 있으나 기후상으로는 중남부와 비슷하여 쌀 재배가 용이했던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밥과 국수 양쪽이 고루 자라며 나름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국수문화 중 요즈음 건강에 좋고 별미로 인정받고 있는 메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밀은 밀이 중앙아시아로 부터 중국/한반도/일본으로 깊숙히 전해지기 이전 까지는 국수를 만드는 유일한 재료였습니다.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에는 쌀을 국수로 만드는 형식이 있었으나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정착하지 못했고 메밀이 주원료였는데 밀은 가루로 만들어 반죽을 하면 글루텐이라는 독특한 단백질이 형성되면서 찰기와 끈기가 강해지기에 국수를 만들기 쉬운 반면 글루텐이 생기지 않는 쌀과 메밀은 국수 형태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밀의 유입으로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는 방식 및 껍질제거 도정기술, 메밀반죽을 틀에 넣어 압력을 가해 면을 뽑아내는 압출기술이 생겨나기 전 까지는 메밀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을 뜨거운 물에 삶아 익히는 방식이 아닌 찜기에 찌는 방식을 사용했었는데 그 흔적이 현재까지도 일본식 메밀국수(소바)를 담아내는 그릇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모습..낯이 익죠. 한국의 식당들에서 파는 일본식 메밀국수.
일본에서 파는 메밀국수.
중국에서 흔히 보는 찜기.
면발의 물기를 아래로 흘리고 그릇에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저런 모양으로 담아 낸다는 설명이 있는데.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죠. 메밀국수를 쪄서 먹던 시절의 형식을 삶아 먹기 시작한 후로도 위와 같은 편리성 때문에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릇 형태뿐만 아니라 저런 것을 여러층 겹쳐 내는 모습 또한 중국에서 만두/빠오즈/교자/딤섬 등의 찌는 음식류를 층층이 쌓아 아래로 부터 증기를 가해 쪄서 그릇 그대로 테이블에 내던 형식을 따르는 것입니다.
반죽의 찰기가 없던 시절인지라 물에 삶으면 죄다 풀어져 버리고 말아 국수의 형태로 만들어 쪄서는 바로 양념장에 찍어 먹던.. 국물에 말아 먹는 물국수가 아닌, 쪄서는 양념장에 비비거나 찍어 먹던 형식이었습니다. 현재도 중국 산시성 황하 상류의 황토고원 오지마을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훗날 밀이 전해지며 제분법도 함께 들어와 메밀의 겉껍질도 쉽게 제거할 수 있어서 메밀가루 100%라는 것은 전과 같지만 어느 정도의 반죽 찰기/점착력을 확보할 수 있게된 후 부터는 메밀국수도 찌는게 아닌 삶는 형식이 일반화된 것입니다. 더우기 밀가루를 반죽에 섞으면서는 더욱 쉬워졌죠.
집에서 인터넷 구매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국산 메밀가루.
부침개,수제비 등에 사용하면 구수함이 좋습니다. 성인병 걱정으로 부터도 멀어지고 당뇨환자식으로도 유용하죠. 찰기를 보충하고 싶다면 적당량의 밀가루를 섞어 쓰기도 하고.... 보통 부침용 메밀가루라고 판매되는 제품은 밀가루가 40% 이상 섞입니다.
중국산 메밀가루가 섞일까 걱정인 분은 가급적 농협제품으로 구입하시면 나을겁니다.
가격은 1킬로단위 포장으로 만원이 약간 넘습니다. 부침가루 제품은 밀가루가 섞였기에 조금 낮고..
속껍질이 꽤 제거되어 거친 식감은 적습니다.
다른 독특한 제품으로 메밀쌀이라는게 있습니다.
쌀 처럼 껍질을 깐 손질을 해서 쌀밥/잡곡밥 지을 때 바로 섞어넣어 지으면 되는 것이죠.
껍질을 까지는 했지만 국수로나 드셔봤지 메밀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이 자리에서 처음 보는 분들도 적잖을 것입니다.
겉껍질 까지 다 달린 것은 건강베개라고 소개되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메밀베개를 튿어서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열대 야자인 코코넛과 비슷한 생김새죠.
그러나 크기는 이렇게 작습니다. 이쑤시개 머리 크기와 비교.
저희 집은 잡곡밥을 주로 해 먹습니다. 쌀과 잡곡의 비율이 대략 반반 정도인데 메밀쌀을 십여프로 정도 넣으니 별 다른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더군요. 특유의 향은 적습니다. 다른 잡곡 함량이 워낙 높아서인 듯.. 익으면 부드러워져서 보리나 좁쌀 알갱이 같은 입안에서 겉도는 느낌도 없죠.
열량 낮고 섬유소가 많고 특히 혈압을 낮추며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루틴 성분이 많기에 고혈압환자 등의 건강식을 드시고픈 분들께 추천합니다.
제가 예전에 메밀가루 100%로 만드는 국수 이야기를 올리니 '메밀만으로는 반죽을 만들 수 없다 100% 메밀면이라는 것은 거짓이다' 라고 주장하는 리플이 붙곤 했는데.. 그 리플이 거짓이죠. 100% 메밀반죽으로 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해서가 아닌, 만들기 귀찮아서/싫어서입니다.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섞어줘야 반죽도 잘 되고 원가도 절감되기에 일부러 메밀만으로 만들며 비싸고 또 힘들게 제조하고 싶지 않은 업소측의 거짓 변명일 뿐입니다.
메밀은 글루텐이 형성되지 않아 찬 물에 반죽을 할 수 없고 뜨거운 물에 해야만 하는데 그래서 [익반죽]이라고 부릅니다. 역시나 글루텐이 없는 이유로 밀반죽 처럼 반죽 후 두들기거나 숙성시켜 봐야 찰기가 더 생겨나지도 않고 말라 버리기에 익반죽하여 바로 삶아내야 하죠. 그런저런 이유로 밀가루 국수 만들기 보다 훨씬 비싼 재료비에 수고비가 따르는 것입니다.
만드는 원리도 모르며 '부산 밀면은 한그릇에 사오천원이면 되는데 정통평양냉면이라고 육칠천원을 받는 것은 사기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분들도 적잖습니다. 밀면은 반죽 쉽고 싼 밀가루면을 쓰고 육수를 돼지로 내지만 정통평양냉면은 메밀면에 육수도 소.돼지.꿩 등의 재료를 배합해 냅니다.
잘 만든 강원도식 메밀막국수도 마찬가지로 일반 비빔국수/소면/잔치국수 등과는 달리 만들기 어렵고 단가가 많이 듭니다. 그러기에 가격비교하는 것이 의미 없는..
앞서 드린 말씀 처럼 100%로 만드는게 불가능하지 않은데 우리가 그런 것을 먹기 어려운 것은 업자들의 농간이지 불가능해서가 아닙니다. 마치 '한우를 구할 수 없어 젖소로 만들 수 밖에는 없었다, 한우만으로 설렁탕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라고 우기던 유명 한우 설렁탕집 사장님 말씀 같은..
뭐 일본이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100% 메밀만으로 만드는 소위 십할(十割)소바는 전문점에나 가야 사 먹을 수 있고 100% 건면도 아무 수퍼마켓에서나 구할 수 있는 흔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이유로 밀가루를 20% 정도 섞으면 맛에서 크게 나빠지지 않으면서도 반죽이 한결 쉽고 식감도 나아진다는 것을 터득하며 업계나 소비자가 다들 그에 적응해 왔기 때문입니다. 맛 조금의 차이 때문에 그에 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는 싶지 않은게 소비자의 심리이기도 하니..
그래서 메밀국수의 대표국가인 일본에서 조차 밀가루 함량이 20~50% 되는 다양한 종류의 소바집이 대부분이고 개인적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지 꼭 100% 메밀면만을 즐긴다고 궁극의 미식가라는 논리는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순수 메밀로 만든는 면 종류를 그렇지 않은 것들 보다 즐기지만 저 역시 개인적인 취향일 뿐 그렇지 않은 분들 보다 대단한 감각을 지녔다던가 고급스러운 취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죠.
인터넷 다니다 보면 순수메밀로만 만드는 면을 즐기는게 대단한 일인양 으시대는 블로거들을 가끔 봅니다만... 뭐 그분들도 그분 나름의 인생을 사는 것이니 제가 뭐라할 문제는 아닌 듯..
하여튼.
한국분들은 거친 식감과 메밀향이 강한 야부소바 계열의 일본소바를 즐기는 경향이 크기에 일본의 소바집들 중 야부소바 계열의 업소가 한국 관광객들께 인기가 높습니다. (일본의 소바문화에 대해 상세설명이 들어가면 게시물이 너무 장황해 지니 다음 기회에...)
100% 메밀면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일부의 억지주장 때문에 우래옥이나 분당 평양면옥의 순면(100% 메밀면)이 의심받는 현실입니다만...
절대 없다는 주장의 분들을 위한 증거자료 하나 제출,
십할이라는게 100%라는 뜻인데 더욱 친절히 적어 두셨습니다. 메밀가루 100%라고..
삶으면 엄청 강한 면수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물을 넉넉히 끓이지 않으면 거의 풀죽 쑤는 것 처럼 질척한 상태가 되죠.
성분함량 표시에도 순수한 메밀만 사용되었다고 표기.
'100% 메밀면은 없다'는 주장인 분들은 이게 허위표시라고 우기실 수도..^^
봉지 까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기계압출한게 아닌, 반죽을 넓게 펴서 자른(뭐 손으로 했겠습니까만) 형태로군요. 밀가루반죽과는 달리 찰기가 없어 잘린 단면이 거칠죠.
속껍질은 까지 않고 제분하여 까끌까끌합니다. 저는 그 식감이 좋습니다. 매끈한 것 보다는..
물론 단가가 일반 메밀면에 비해 꽤 높습니다. 마구 먹어주기에는 부담이 살짝 되는.. 그래도 드셔본 적 없는 분들은 경험치 증진차원에서 드셔 보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끓일 때는 물 양을 많이 잡고 삶는 시간을 꼭 지키고 찬물에 잘 빠십시오.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작품이 나옵니다. 모노마트 같은 일본식재료 전문 취급 판매점을 통해서나 구하실 수 있을겁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수입식품 코너에도 십할소바는 없더군요. 제가 사진 찍은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구입해 온 것.
면이 푸석할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이태리 국수인 파스타면을 알덴테스럽게 삶은 듯한 단단한 식감입니다. 글루텐이 만들어 내는 쫄깃함과는 전혀 다른... 파스타를 만들 때 사용하는 듀럼밀도 글루텐 형성이 적어 일반적인 밀가루 국수 같은 쫄깃함이 별로 없죠.
주머니 가볍고 시간이 많은 분은 위에 나온 메밀가루로 직접 반죽해 보시죠. 뜨거운 물에 손으로 반죽해야 하기에 좀 아프시겠습니다만...^^;;
메밀은 고마운 식재료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빨리 자라(75일 정도) 산악지대 및 가뭄/홍수 등으로 쌀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급하게 재배하여 겨울과 봄의 춘궁기를 이겨낼 힘을 주어왔던 대표적 구황작물입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하여 이어진 자손들 중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도 계실 듯...^^
이어서 며칠 전에 맛 본 100% 메밀로 만든 면발의 매우 훌륭한 평양냉면 시식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
foodnjoy님/hnhhnh님/wxyz님/말씀 감사합니다.^^
레오파드님/메밀반죽은 밀가루반죽과는 달리 주문시 마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힘들여 해야 하기에 고생이 많죠. 그래서 대부분의 업소들은 밀가루/전분 함량을 높여 쉽게 만들려는 잔머리를 굴리는 것입니다. '100%로는 만들 수 없다'는 그런 변명을 위한 거짓 주장이 되고....
samnim33님/메밀 알러지라시니 안타깝군요. 그리고 메밀 100%라고 꼭 까끌하지만은 않습니다. 껍질까지 간 경우에 그렇죠. 제거하고 갈면 매끈합니다.
ㅁㄴㄷㄹ님/반죽해도 압출기가 없어 면을 뽑지 못하죠.
먼구름님/넵~^^
ohohoggoma님/일본교포시군요. 반갑습니다.^^
pajoo1006님/말씀 처럼 남한에서 붙인 이름이죠 원래 이름은 비빔국수 혹은 회국수이고..
저도 소바 무진장 좋아합니다.
일본에 있을때 소바 잘한다는 가게에 일부러 찾아가서 사먹곤 했죠.
사진의 10할 소바는 국내 판매 하고 있긴 합니다.
이전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서 사먹었는데 아직도 파는지는 모르겠군요.
일본에서 조리사 학교 다닐때 9할 소바 만드는걸 유명한 소바가게 사장님께서 직접 오셔서 만드는걸 보여 주셨는데
반죽에서 면 자르는데까지 거의 1시간 걸렸습니다.
손이 많이 가니 비쌀수 밖에 없는거죠.
주말 농장에서 메밀 좀 심어서 국수 종 종 만들었었죠, 100% 메밀 국수 만드는건 난이도가 좀 심하게 어렵긴 하데요-.-;;;; 특히 잘 부러져서, 국수를 좀 넓게 펴서 만들어야 만들 수 있었고, 입에 넣으면 툭 툭 부러진다고 해야하나 (이건 기술문제인듯 하지만요 -.-;;; ㅋㅋ 요리사가 아니라서). 100%로 껍찔까지 갈아서 만드는데, 강한 향과 거친 느낌이 좋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메밀 함량을 조금 낮춘 편이 더 맛있다는. 다른 식구들도 100%가 더 좋은 사람 아닌 사람도 있고. 사실 메밀로 수제비 만들어도 맛있어요 ㅋㅋ. 최근엔 메밀 안심었었는데, 사다 조금 해 먹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