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지 반년이 넘는 가게인데 근래에 와서야 제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이태원의 중심지가 아닌 입구쪽에 있어서의 이유가 크겠죠. 특별한 일이 있잖는한은 여기 까지 걸어 오질 않으니..
지난 달 중순경 평일 저녁에 들렸습니다.
스타벅스 옆에 있습니다.
평일 일곱시. 꽤나 한산하죠.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로 보이니 액자값이 더 나갈 듯.
7종의 샌드위치와 9종의 버거가 있습니다.
9자 마케팅이 유별난 업소입니다. 모든 샌드위치와 버거들 가격이 다 900원으로 끝납니다. 이것은 11,900원 짜리 이엔비 버거.
만이천원짜리(백원 빠지는) 햄버거 치고는 야박하다 느껴지는 감자 양입니다.
빵이 독특하죠. 딱딱한 통곡물이 씹히는 곡물빵입니다.
미국스럽지 않게 계란 후라이를 넣는 것도 개성.
베이컨은 촉촉한 상태라서 다행.
채소도 넉넉히 들고 패티의 양도 박하지 않습니다.
나쁘지 않은 재료와 맛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큰게 빵입니다. 저는 흰빵 보다는 곡물빵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아무 곳에나 다 잘 어울린다고는 보질 않죠. 특히 핫도그와 햄버거에 쓰는 빵으로는 거친 곡물빵 보다는 부드러운 빵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핫도그는 씹고 자시고할게 없다시피 하게 내용물이 부드럽기에 빵이 거칠면 부드러운 소시지의 질감을 즐길 수 없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햄버거도 층층이 쌓인 다양한 재료와 소스들을 한 입에 씹으며 입안에서 느껴지는 각 재료들의 질감과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는 미국식 비빔밥스러운 음식임이 큰 매력임에도 곡물빵을 쓰게 되면 그 거친 입자와 식감 때문에 다른 느낌을 즐길 여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건강식의 개념으로 그런 것 같은데 샌드위치면 몰라도 햄버거에는 적당치 않다 생각하며 최소한 빵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감입니다. 물론 곡물빵이 일반 햄버거 번 보다 비싸죠. 비싼 고급품을 써 준 것에는 고마움을 느끼지만 햄버거의 전형성을 깨트린 것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길거리 떡볶이 중 쌀떡볶이를 즐기는 분들도 계시지만 싸구려 밀가루 떡볶이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쌀이 더 비싼 것을 몰라서겠습니까.
곡물빵 쓴 것을 나무라는게 아니라 햄버거용 번을 원하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은게 아쉽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햄버거는 햄버거 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건강 웰빙 따지고 재료를 바꾸면 햄버거 본연의 맛에서 벗어나기에 본매력이 상실된다고 느낍니다. 길거리 떡볶이에서 화학조미료를 빼면 뭔 맛에들 사먹겠습니까? 화학조미료 대신 멸치나 해물을 갈아 만든 천연 조미료를 넣는다고 삼천만 동포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환영하며 그 떡볶이만 팔아줄 까요? 높아진 가격과 변한 맛에 투덜거리며 화학조미료 떡볶이를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꽤나 많겠죠.
만이천원이라는 가격도 좀 비싸다 생각되네요. 비슷한 가격의 패밀리레스토랑 햄버거들 보다 양도 적고 분위기며 서비스도 떨어지는데... 더군다나 요즈음 나날이 늘고 있는 이태원의 수제버거 전문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이면서 맛에서 그들 보다 나은 면이 보이지도 않고...
하여튼...
이번에는 샌드위치입니다.
제가 즐기는 필리 샌드위치가 메뉴에 있어서 주문했습니다. 역시나 곡물빵이지만 햄버거의 것 보다 덜 거칩니다. 샌드위치류에는 곡물빵의 사용이 드물지를 않으니 이건 넘어 갑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에는 감자튀김과 샐러드를 골라 곁들일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 처럼 샐러드도 푸짐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제가 상상하는 필리 샌드위치와 꽤나 다른 재료 및 맛이라서 좀 당황.
우선, 치즈,고기 양파의 사용량이 적습니다. 고기의 양념도 약한 편이고.. 반면 채소를 많이 썼습니다. 여기서도 웰빙을 적용한 듯.
만원(백원 빠지는) 주고 사 먹기에는 개인적으로 양/맛/가격대비만족도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개업한지 좀 되었음에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생각 보다 높지 않은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대 근처나 강남에다가 냈으면 이런 컨셉이 주효했을 수도 있겠지만 터프한 정통버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푸짐하며 솜씨 있는 수제버거 전문점들이 치열한 전쟁 중인 이태원에서 한 자리 하기에는 [웰빙]이라는 컨셉은 좀 약한게 아닌가 싶군요. 웰빙하려는 분들은 이태원을 잘 안가죠.
Good : 곡물빵 오타쿠들과 뭘 먹어도 '웰빙스러움'을 추구하는 분들께 희소식. Bad : 이런 음식과 분위기에 비해 높다 느껴지는 가격대. 여러모로 크라제버거를 닮은... Don't miss : 햄버거는 소스를 각자가 꼭 칠 것. 미리 쳐지질 않아 그냥 먹으면 밋밋. 소다는 삼천원에 캔으로 리필불허. 패밀리레스토랑에서는 리필이라도 해주는데.. Me? : 이태원에는 갈만한 햄버거집 참 많죠잉~~
얼마전 가봤던 곳이 소개되었네요.
제가 느낀점하고 건다운님 평하고 99% 똑같네요 ㅋㅋ. 이 블로그를 매일 방문하는 이유가 있기는 한가봅니다.
저도 곡물빵 때문에 햄버거 식감이 상해서 별로였고,,가격대비로 봐도 영 실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길건너에 있는 비스트로코너가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되네요.
적어도 햄버거 패티와 신선한 야채, 치즈, 빵이 어울려 맛을 내니까요.
다른 이태원의 수제버거집들도 곧 방문해보렵니다. 수고하세요~
건다운님 말씀에 백배동감. 아무리 웰빙,, 어쩌고 해도 원래 음식 자체의 궁합이 있는데...
샌드위치는 각종 여러가지 종류의 곡물빵들이 대세이지만 (여긴 미국이라, 그쪽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핫도그랑 햄버거는 역시 그냥 부드러운 하얀 번이 어울리는거 같아요.
마치, 감자튀김이 기름에 튀기지 않으면 감자튀김이 아닌것처럼. ㅎ
암튼.. 햄버거빵을 거친 곡물빵으로 하는건 처음 봤고..
한국여행가니 감자는 싼편이던데. ㅎ 이만이천원 정도에 양이... ^^;;
요즘 같은 불경기에 좀 야박스럽다는 개인적인 생각.
kai4096 님/바보12331132 님/ yoonsoungwoong 님/ 운이 좋아 때를 잘 맞춘 덕이죠 뭐.^^
bumz00 님/ 딱 일본식이라기 보다는 비미국식이라는게 더 낫겠습니다.^^
maya_republic님/삶은 감자를 내는 것 같다는 것은 적절한 비유로군요.^^
fhvb06 님/실제로는 그리 작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