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스러운 찬이 깔립니다. 특히 김치는 강원도답게 젓갈을 쓰지 않았습니다. 장단점이 있죠.
이쪽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메뉴인 [산초두부]를 주문했습니다. 양이 꽤 되는군요.
지글거리며 끓는 기름은 산초에서 짜낸 것입니다.
요즈음은 거의 사용치 않아 맛 보기 힘든게 산초인데 (추어탕집에서 산초라며 내미는 가루는 초피입니다. 잘못 이름이 불리우고 있죠) 예전에는 흔히 쓰여졌습니다. 주로 기름을 내서 이용을 했었죠.
해방 이후 미국으로 부터 싸게 콩과 옥수수를 수입하게 된 후로는 콩기름과 옥수수기름이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음식을 굽거나 부칠 때 쓰는 기름으로는 산초기름. 면실유(목화의 씨앗에서 추출), 유채유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참기름은 무침에 쓰였고... 상대적으로 깔끔한 맛의 콩기름/옥수수기름에 입맛을 뺴앗기고 목화의 재배가 적어지니 면실유도 생산이 어려워 졌죠. 옛 우리 음식을 재현한다는 행사를 보면 기름의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을 않는게 참 이상하더군요. 부침이나 굽는 음식의 기름은 그 풍미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일반 콩기름/옥수수기름을 사용하며 옛 음식의 재현을 주장하고들 있는게 참 서글프죠.
그리운 산초기름 맛을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러나 제가 해방 전에 태어나서 산초기름에 익숙해서 그렇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저 그보다 훨씬 어리거든요.^^;;
십여년 전에 강원도 영월에서 이년 가량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 어느 겨울 밤에 눈이 가득 쌓인 읍내에서 찾아 간 식당은 한가로웠고 손님 두어분이 무쇠 솥뚜껑을 뒤집어 얹은 것에 두부와 함께 뭔가를 굽고 있었습니다.
향기가 하도 좋아서 뭔가 물어 보니 말린 산초를 가지에 열매가 송이로 달린 상태로 굽는데 그러면 기름이 잔뜩 흘러 나와서는 함께 얹은 두부를 그 기름에 구워 바삭해진 산초열매를 얹어 먹으면 아주 맛있고 술 안주로도 그만이라고 하시더군요. 강한 호기심에 맛을 봤는데 순식간에 매료되어서는 그 분들과 어울려 술판이 벌어지게 되었죠. 원래 정규메뉴에는 없지만 토박이 단골들이 원하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후로 자주 산초두부구이를 먹으며 산초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이 집 것은 산초열매 까지 맛볼 수는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나마 산초기름이라도 어딥니까. 맛있게 먹었습니다.
향과 맛에서 워낙 개성이 강한게 산초이기에 모든 분들이 다 정을 붙이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추어탕집의 초피가루를 먹을 때나 중국 훠궈 등의 사천음식에 들어 깜짝 놀라게 하는 초피의 아린 맛 보다는 훨씬 부드럽기에 겁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불포화 지방 성분이 많기에 기름짐을 크게 걱정할 필요 없죠.
주문하면 바로 갈아 내기에 신선하며 아주 바삭한 감자전.
공기와 접촉하면 빨리 색이 변하니 미리 갈아 둔 것을 쓰면 색이 짙어지죠.
감자를 믹서에 갈지 않고 강판에 손으로 갈아서는 알갱이와 입자가 느껴져서 식감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앞서의 방문때에는 좀 타서 나온 것으로 봐서 조리상태가 항시 고른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한국인들은 뭐든 쫄깃한 것에 몰두하는 경향이 큰데 음식 종류에 따라서는 도리어 어울리지 않는게 있죠.
강원도 산골 음식은 원래 부터 척박한 환경 탓에 재료가 한정적이며 양념과 조리법도 단순합니다. 그러기에 다양한 양념을 쓰는 다른 지역 음식들과의 수평비교는 적절치 않죠. 재료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소박한 맛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접해야만 즐거운 식사가 될 수 있습니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대표메뉴는 묵밥.
직접 쑤워낸 도토리묵의 맛도 물론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서의 게시물에서 보신 메밀묵에 더 점수를 줍니다.
부족하면 밥을 말아서...
이쪽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맛집으로 큰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투박한 강원도 산골의 맛을 즐기고픈 분들께 권해 드릴 수 있는 곳이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그런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분들께는 방문을 말리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