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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08 수상작

2009.07.28 00:19 | Film: HomeVideo | ibuti

http://kr.blog.yahoo.com/ibuti/763 주소복사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박지연)


<서울독립영화제 2008 수상작>

‘밤이 깊으니 새벽이 멀지 않다.’는 믿음으로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힘겹게 찾아온 새벽은 언제나 짧은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머물다 사라진다. 우리는 아침을 풍성하게 가꾸지 못했고, 따뜻한 오후를 붙잡지 못했다. 2009년의 대한민국은 다시 밤이고 겨울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 자리한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마땅하나, 안타깝게도 작금의 상업영화는 거짓 환상을 좇기에 급급하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한국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단편영화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영화 중 대부분은 영화제 등을 통해 일반관객과 만나지 못할 운명이지만, 그들에게 하나같은 면모가 있다면 그건 현실의 인장이 깊숙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의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고, 안타깝게도 생명선을 끊으려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다수가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은 한여름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다.

그런 겨울 한가운데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2008’의 모토는 ‘상상의 휘모리’였으나, 정작 영화들은 상상의 힘으로 자유롭다기보다 냉기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다는 느낌을 준다(이건 비판이 아니라 걱정이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여섯 편의 영화를 수록한 DVD가 나왔다(대상을 받은 김곡의 <고갈>은 개봉이 예정돼 DVD에는 실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여섯 작품 모두는 겨울을 살고 있다. 볼이 차다.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박지연)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박지연, 13분)은 모딜리아니의 유화와 팝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선 작품이며, 그 ‘균형’은 영화의 스타일을 넘어 주제를 완성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가장 싸게 구한 집이 도시계획에 따라 철거된다고 한다. 그런데 철거회사의 파업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그녀의 집은 크레인에 의해 공중에 들린 상태로 남는다. 그녀는 그 집에서 살기를 계속한다. 철거되다 마는 바람에 공중에 떠 있는 집은 여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에 다름 아니다. 흔들리는 채 정착하지 못하는 존재, 외부의 소음과 충격을 안으로 소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 사랑을 식욕으로 채우는 비겁한 존재인 도시인에게 땅 위의 균형 잡힌 삶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125 전승철> (박정범)


<125 전승철>(박정범, 20분)은 탈북 청년의 애달픈 삶을 다룬다. 남자 전승철은 임대아파트에서 기거하며 하루하루를 꾸려 나간다.
담당 형사는 그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려고 애쓰지만, 탈북자인 그의 일자리 찾기는 매번 거절당하기 일쑤다. 담당 형사는 ‘행복’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에 대해 설교하는데, 사회의 냉대를 접하다 의지를 잃은 그는 거리에서 주워온 옷장을 관으로 사용하고야 만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에겐 행복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처럼 보인다. 탈북자로 남한에 살았던, 고 전승철에게 이 영화를 바친 감독은 주인공 역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봄에 피어나다> (정지연)


두 여고생이 등장하는 <봄에 피어나다>(정지연, 20분)는 문제적 작품이다. 예민한 시기를 통과하는 두 소녀가 주변과 충돌하는 지점을 응시하는 영화는 무딘 영혼들을 깨어나게 할 쓰디 쓴 독을 품는다. 자기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연아는 주변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화장실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외톨이 반장 성은은 그런 연아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하나’로 만들어지는 아이들 속에서 ‘내’가 되기를 희망하다 상처를 입는 두 아이는 봄을 제대로 구가하지 못하는 꽃과 같다. 두 아이가 비 속에 선다.


<자가당착> (김선, 김곡)


김선, 김곡의 <자가당착>(30분)은 그들의 세계가 여전히 날카로운 활력, 유쾌한 시각적 이미지, 거침없는 비판으로 중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못된 인형극과 이미지들의 몽타주와 거친 실사영화를 실험적으로 조합한 영화는 아는 것을 그대로 말하고 표현하기에 두려움이 없다. ‘불의 분노로 거부하고, 욕하고, 목을 자르고, 다시 태어나라!’ 비타협영화집단을 꿈꾸는 김선, 김곡은 누군가는 나쁘고,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썩었다고 명확하게 말한 다음, 한나라당의 집권배후세력을 향해 ‘안 고맙소’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이명박을 넘어박근혜를 직접적인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그들의 재기가 빛난다.


<포크레인 코끼리> (정지숙)


<피쉬> (변병준)


<포크레인 코끼리>(정지숙, 8분)는 평화로운 자연이 파괴되는 걸 슬퍼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이채로운 소품이다. <피쉬>(변병준, 29분)는 낚시터에서 발견된 여자의 시체와 PC방에서 일하는 여자를 교차편집한 다음 마지막 순간에 비극의 실체를 드러낸다. PC방에서 물고기처럼 지내다 결국 물고기로 버려진 여자를 빌려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부여된 싸늘한 온도를 피부로 느끼도록 만드는데, 서늘한 기운이 대단하다.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DVD는 특유의 아기자기한 부록들이 보는 재미를 더하도록 구성되고는 한다. 이번에도 감독별로 직접 차려놓은 인사말, 인터뷰, 메이킹필름(46분) 등으로 부록을 꾸몄다.

박지연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선배 감독, 영화 음악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13:45), <125 전승철>의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박정범은 함께했고 함께 할 스탭들과 둘러 앉아 영화를 소개하며 썰렁한 분위기를 드러내고(5:15), 김선, 김곡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와 인터뷰를 하다 특유의 성격을 표출하고(18:23), 정지숙은 자기 자신을 애니메이션과 인사말로 표현하고(1:10), 변병준은 스틸과 미사용음악으로 메이킹필름을 만들어놓았다(7:54).

그 외에도 영화제 개막영상(5분), 폐막영상(7분), 홍보영상(5분), 소박한 안내책자가 제공된다. 아나모픽과 비아나모픽이 뒤섞인 영상의 질은 전체적으로 들쑥날쑥한 편이다. (ibuti, 2009.7. 씨네21 711호)

<서울독립영화제 2008 수상작>
2008년 / 박지연, 박정범, 정지연, 김선, 김곡, 정지숙, 변병준 / 120분 / 1.78:1 아나모픽(<봄에 피어나다>, <포크레인 코끼리>), 1.78:1 비아나모픽(<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125 전승철>, <피쉬>), 1.33:1 스탠더드(<자가당착>) / DD 2.0 한국어 / 한글, 영어 자막 / 서울독립영화제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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