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필드 Cloverfield> (매트 리브스, 2008) ★★★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비디오카메라로 홈무비를 찍어 왔다. 그러나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기껏해야 TV의 ‘재미있는 홈무비’ 코너에나 소개 되는) 홈무비는 이름 그대로 집의 테두리, 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홈무비가 어엿한 매체가 되어 돌아다니게 된 것은 그것이 UCC라는 이름을 얻으면서부터다. 그 순간, 비디오카메라는 ‘기록’이 아닌 ‘노출’과 ‘명성’을 위한 요술장치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옛날 비디오족과 UCC족은 같은 결과물을 나누지만 태생이 전혀 다른 족속인 것이며, 그런 후자를 겨냥해 만들어진 블록버스터가 바로 <클로버필드>다. 우리는 근 십년 전 <블레어 윗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클로버필드>와 <블레어 윗치>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블레어 윗치>의 두 연출자는 부족한 돈을 아이디어로 메웠고, 그들의 전략이 적중한 결과 <블레어 윗치>는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했다. <블레어 윗치>야말로 UCC의 선배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반면 비슷한 모양새를 한 <클로버필드>은 기실 UCC와 거리가 멀다. <클로버필드>는 UCC족이라는 대세에 오르기 위해 UCC의 외양을 덮어썼을 뿐, 그 피는 철저히 블록버스터의 그것을 타고난 녀석이다.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데서 <클로버필드>에 대한 오해가 시작된다. <클로버필드>는 결코 UCC족을 ‘위한’, UCC족의 영화가 아니다. 일본으로 떠나는 남자를 위한 환송 파티장에서 비디오질이 시작된다. 한데 원래 비디오를 찍기로 했던 전문가의 역할이 비디오를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로 은근슬쩍 넘어간다. <클로버필드>의 영상이 ‘일부러’ 못 찍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안해낸 잔꾀다. 그의 비전문성이 영화의 겉모습을 결정하는 바람에, 영화는 괴물의 모습을 번번이 놓치고 영상은 흐릿해지기 일쑤다(그런데 이 비전문가는 손잡이에 본드라도 묻은 양 기특하게도 70여분 동안 카메라와 혼연일체가 되어 기록에 충실을 기한다). 허나 영화가 비전문가의 영상만 보여줄 리 없다. 망연자실한 인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처연한 감정을 뽑아낼 때면 영락없는 전문가의 모양새다. 물론 영화의 영악함은 대개의 경우 두 영역을 오가는 걸 눈치 채도록 놔두지 않겠지만 말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E.H.H.(Extreme Hand Held)라는 기법을 선보인다. 현장의 리얼리티를 위한 핸드헬드를 넘어, 익스트림 핸드헬드는 실제 경험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눈앞에 벌어지는 걸 직접 찍고 있다고 느낌과 동시에 영화 속에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가 어지러운 게 단점이나 그 효과는 나쁘지 않다. 동강이 난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내 눈앞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맨하탄의 거리를 숨차게 뛰고 있는 것 같으며,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괴물의 공포가 어지간한 악몽에 버금간다. 그 공포를 느끼면서 911의 현장이 저랬을까 싶을 정도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예전에 ‘센트럴파크’라 불리던 ‘US447' 구역에서 발견된 ’클로버필드‘의 캠코더 영상이 미국 국방부의 극비자료임을 밝힌다. 이 말은 동영상의 주인공들이 전부 죽었음을 의미하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드는 의문은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기록을 완수해야 했냐는 것이다. 그들이 죽으면서도 기록을 멈추지 않은 유일한 이유를 찾자면, 다시 위의 이야기로 돌아가, 기록보다 누군가에게 노출되기를 바라는 심리를 들 수밖에 없다. 달리 뭐가 있겠는가. 이어 영화는 기록의 노출을 담당하면서 UCC족의 유일무이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클로버필드>가 분명 영리한 영화임을 인정해야겠지만,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의 진화나 혁명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 비디오 세대가 UCC 세대에게 던지는 약삭빠른 미끼 혹은 도전장. <클러버필드>에 대한 평가는 그 선에서 멈추는 게 딱이다. 재미있는 건 <클로버필드>에 대한 글들이 영화의 외형에 대해 얘기할 뿐, 영화의 주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로버필드>는 괴수물을 가장한 러브스토리다. 재난을 기록하기에 바쁘던 비디오카메라는 사이사이로 녹화 멈춤을 핑계 삼아 (새 영상에 의해 지워지고 있는) 예전의 영상을 보여주곤 한다. 거기엔 두 남녀가 사랑했던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는 괴수물의 마지막 대사로 절대 어울리지 않는 ‘사랑해’라는 말로 끝맺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그들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거나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할 겨를이 없다. 두 연인은 자신들에게 벌어진 이별과 죽음만이 비극이라고 생각했을 게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비극은, 사건의 뒷전으로 밀려 아무도 그들의 사연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ibuti) * 영화 상영 후 30분도 되지 않아 극장 밖으로 나가는 사람을 봤다. 어지러움에 약한 사람은 필히 뒷자리에 앉을 것을 권한다. 나는 맨 뒷좌석을 선택했음에도 영화 내내 죽도록 고생했다.
안녕하세요. 모 PC잡지의 조기자입니다. ^^;;
역시나 이번에도 촌철살인의 재미있는 영화평을 올려주셨군요. 잘 보고 갑니다.
'러브 스토리' 얘기하실 때 뜨끔했습니다...근데 사실 전..죽어가던 그녀가 갑자기 육상선수처럼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부터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괴물보다 더 뜬금없어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