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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이란

 

마음의 네 가지 원인


‘연(緣)’이란 원인 일반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아비다르마 불교에서는 이를 네 가지 유형으로, 곧 인연(因緣), 소연연(所緣緣), 등무간연(等無間緣), 증상연(增上緣)으로 구별합니다. 이 말들은 현장 이후 널리 쓰인 역어입니다만, 구마라집 같으면 이를 각각 인연(因緣), 연연(緣緣), 차제연(次第緣), 증상연(增上緣)으로 번역합니다.

  원인은 결과에 상대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원인’이니 ‘결과’니 하는 것은 ‘원인이나 결과에 해당하는 연생법(緣生法)’ 곧 인과관계로 얽혀 있는 존재를 뜻합니다.  네 가지 유형의 원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번거로우시겠지만 사전 지식으로서 이에 관해서 간단하게 파악해두죠. 우리 ‘마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불교에서 ‘마음’이라 하면, 심층영역의 마음도 있겠고 표층영역의 마음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흔히 시각 청각 등 감각을 마음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불교에서는 다섯 가지 감각과 의식을 모두 표층영역에 속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또 이 마음을 인과 관계에 얽혀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생길까요?


  아비다르마 불교에서는 마음의 생성 조건 또는 원인을 네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합니다.


1, 因緣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우선, 눈·귀·코 등 감각 능력이나 정신과 같은 사유능력이 ‘지금’ 온전하게 있어야 하지요? 이러한 현 찰나의 감각 능력이나 사유능력은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 직접적인 원인 노릇을 하기 때문에 이를 ‘인연’이라고 부릅니다.


2, 所緣緣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색깔·형태·소리·냄새 등 감각 대상이나 개념·관념과 같은 사유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대상이 없이 마음이 생겨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인식 대상들을 ‘소연연’이라 불러 마음의 생성 원인에 끼워 넣습니다.


3, 等無間緣

마음은 ‘존재’이기 때문에 불교적 시각에서 보면 부단히 흐르는 ‘상속(相續)’입니다. 따라서 현 찰나의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한 찰나 전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찰나(刹那)’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단위입니다. 원자핵이 한 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유할 수도 있겠고, 또는 앞으로는 그 보다고 더 작은 시간 단위를 생각해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 단위라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불교는 존재 세계를 ‘무상(無常)의 상(相) 하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존재는 한 찰나 한 찰나 생성 소멸이 이루어지는 ‘찰나적’ 존재일 뿐입니다.

  따라서 어떤 존재든지 어떤 찰나에 생성되기 위해서는 전 찰나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존재는 흐름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마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부단한 흐름인 한, 바로 직전 찰나의 마음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 현 찰나의 마음이 생깁니다. 이를 ‘등무간연’이라 부르는데, 현 찰나의 마음과 시간적으로 붙어있고(無間) 그 질이 거의 같기(等)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겁니다.


4, 增上緣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그 생성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없어야 합니다. 가령 눈이 말짱하고 정신도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으며, 시각대상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햇볕이 없으면 시각이 생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햇볕이 있는 것은 시각이 생기기 위한 보조적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보조적 원인을 모두 통틀어서 ‘증상연’이라 불러 생성 원인 항목에 추가합니다.

이렇게 네 가지 유형의 원인이 고루 갖춰지면 마음이 그 결과로 생겨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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