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월 재보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20일 <반성이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작년에 당 대표직을 끝내고 지난 1년 동안 이곳 춘천에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저의 반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의 희망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제게는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민주화 정치세력의 집권 기간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1년 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보여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좌절은 저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저는 저의 출마가, 제 한 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아직 반성하며 자숙할 시간이 더 필요하기에 10월 재보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인의 발언은 ‘함의(含意)’에 주목해야 해석이 가능할 때가 대부분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해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 야권의 새로운 정치구심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었지만, 손 전 대표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가지기 전에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국민의 요구는 더 먼 곳에, 더 큰 곳에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저 손학규는 스스로 민주진영 전체의 승리를 위한 도구로서, 거름으로서, 방편으로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의 10월 재보선 불출마 선언은 중요한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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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이치열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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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서을 은평을 지역구가 10월 재보선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재보선 지역구는 경기 안산 상록을,
수원 장안을, 경남 양산, 강원 강릉 등 4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안산과 수원에서 안정적 당선을 이끌고 양산에서 승부를 겨뤄 10월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을 짰다. 경남 양산이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와 인접한 곳이기는 하나 영남 지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승리 가능성은 수도권보다 클 수가 없다.
민주당의 안전판은 안산과 수원에서 안정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길이지만 안산은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어렵게 됐다.
수원은 손학규 전 대표가 출마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컸던 곳이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이찬열 위원장도 손학규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흔쾌히 후보 자리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천 문제를 놓고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던 다른 지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손학규 전 대표 불출마는 경기 안산의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전략 공천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경기 안산의 김재목 지역위원장을 포함해 해당 지역의 예비후보들은 전략공천 반대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수원은 지역위원장이 전략공천에 찬성하는 데도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안산만 무리하게 전략공천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는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에서 보다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손학규 전 대표가 당에 어려움을 주면서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18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자신의 선택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쉽게 당선되는 곳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큰 꿈을 키우기 위한 정면 돌파를 선택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철새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상쇄하겠다는 뜻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과 무관한 경남 양산에 출마하면서 현지에서 선거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과 마찰을 빚는 상황과 비교할 때 손학규 전 대표의 선택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손학규 전 대표는 10월 재보선에 불출마를 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자신의 힘을 보태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밝히지만 이번 선거를 수수방관하지는 않겠다. 저도 함께 민주당을 위해 뛰겠다. 후보자와 손을 꼭 잡고 뛰겠다. 제가 나가지 못하는 만큼 그 이상 뛰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낙선 이후 강원도 춘천에 머물며 훗날을 준비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 복귀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다만 정치복귀 시점은 10월 재보선보다 늦은 시점이 될 전망이다. 손학규 전 대표 주장처럼 자신이 출마하지 않고 후배 정치인의 선거 승리를 도와 승리를 이끌어내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정치적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원 장안에서 패배하고 결과적으로 민주당 10월 재보선 패배로 이어진다면 정세균 지도부는 물론 손학규 전 대표도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여론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번 사태의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오늘 재보궐선거 출마를 하지 않고 민주당이 후보로 결정된 후보를 도와 당선시키겠다고 말씀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현실정치와 앞으로 정치비전에 대한 손학규 상임고문의 성찰과 사유의 깊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민주개혁진영을 위해 다시 이 판단을 제고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내일 오전에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