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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박철민’, 그를 본 것은 2003년인가 2004년인가 대학로에서 했던 ‘대한민국 김철식’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보았던 연극이 이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음악에 빠져서 동생들과 밴드활동을 하던 나에게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던 좋을 계기였습니다. 연극을 보던 중 친한 동생을 울었습니다. 자신의 삶과 너무 비슷하다고 나름 서러운 삶을 살았던 동생이기 때문에……2005년 처음 그를 SBS 드라마 ‘봄날’에서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고현정보다 그를 TV에서 보았던 것이 얼마나 반가웠던지……더 재미있는 것은 그 때 함께 연극을 보며 울었던 동생이 그 드라마에 참여했다는 거, 즐거운 우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뉴하트’에서 배대로의 역할로 구수한 언어의 마술사다운 입담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와 동시에 그는 대학로에서 ‘늘근도둑 이야기’ 라는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89년, 96년, 97년, 03년, 그리고 08년까지 재현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를 거쳐간 인물이 명계남, 박광정-이 분 역시 뉴하트에서 출연 중이시네요-유오성 등 쟁쟁한 배우들이었습니다. 박철민은 03년 명계남과 콤비로 엄청난 재담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08년 버전은 ‘화려한 휴가를 감독한 김지훈 감독’의 첫 연극 데뷔작입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에 직접 무대에 나와서 소감 및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이 연극의 중심은 ‘웃음’입니다. 그 웃음의 이유가 풍자든 말장난이든 몸개그든 상관없이 큰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이고 합니다. 분명 이 부분은 매우 성공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박철민, 박원상, 최덕문이 연기하는 날을 골라서 갔습니다. 박철민님 팬이기 때문에......
박철민은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진정한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그는 슬픔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학’은 고달팠던 우리 조상들의 궁핍했던 삶에서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현대 시대 평범한 일반 국민들의 각박한 삶에서 역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웃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그맨보다 더 웃긴 배우가 박철민이기 때문에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그는 주연은 아니지만 색깔 있는 조연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서는 공중파에서 보여 줄 수 없는 저급(?)한 입담을 비롯해서 비꼼, 풍자, 희화 등 말장난 삼종세트를 두루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덜 늙은 도둑’은 그를 위한 배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늘근도둑 이야기’는 89년부터 시대를 헤쳐오면서 시대를 풍자해왔습니다. 어쩌면 세상이 좋아(?)지면서 이런 풍자의 통쾌함은 80년, 90년을 거치면서 희석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자신의 불만과 비난을 여과 없이 쏟아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일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풍자의 쾌감은 아직 약발이 다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현대의 정신 없는 삶 속에서 권력의 비리와 부정에 분노할 지식도 여유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깨우침의 즐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패러디와 풍자가 판치는 지금 시대 속에서 이 연극이 가진 풍자의 힘은 점점 약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런 부분은 비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극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순간의 예술이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같은 연출, 대본이지만 그 극이 펼쳐지는 그 때 그 때 또 다른 생명을 가지는 것이 연극입니다. 10년 후 다시 이 연극이 상영되면 분명 또 다른 시대의 풍자가 담겨있을 것이고 다른 배우의 재담으로 웃음을 마구 풀어낼 것입니다. 이 연극의 작가인 이상우님은 처음부터 이 연극이 완결된 대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연습과정은 통해서 배우와 연출가가 새롭게 완성해가는 작품이라고......이런 열린 구조의 연극인 만큼 그 수명은 더욱 길 것 같습니다 .대통령, 재벌 총수, 정치가 같은 분들도 감옥에 갔다가 나오는데 60,70살의 늘근 도둑들의 무단 침입이 무슨 그리 큰 죄라고......웃음을 통해 세상의 어둠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다면 그것 참 아주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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