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아산에 있는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업체 대륙제관. 이달 초 찾아간 이 회사 공장에선 최신 설비에서 부탄가스 캔이 초당 10개의 속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다만, 일반 부탄가스가 아닌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이다. 대륙제관이 이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은 2006년 2월. 생산 라인에서 고열(高熱)에 따른 압력 상승으로 부탄가스 폭발 사고가 난 직후였다. 당시 회사는 공장과 창고가 불에 타 200억원대의 손해를 입고 휘청거렸다.
박봉준 사장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일반 가정에서 폭발이 나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터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죠." 15억원을 투자해 작년 하반기 제품을 내놓았다. 외부 열로 용기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미세하게 접혀있던 용기 윗부분이 팽창하면서 구멍이 나타나는데, 이 구멍으로 가스를 미리 배출해 폭발을 막게 만든 것이다. 일반 제품보다 개당 50원 정도 비싸지만 반응은 좋다. 올해 미국 에만 200만개를 수출할 계획이다. 호주·유럽·일본 등의 바이어가 돌아오고, 대형 할인점 매출도 늘어 회사의 주력제품으로 떠올랐다. 대륙제관은 올해 이 제품으로 전체 목표 매출의 10%가 넘는 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
◆'위기'를 '보약(補藥)'으로 만들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공의 열쇠를 찾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독(毒)'을 '약(藥)'으로 바꾼 셈이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컴퍼니의 정지택 부사장은 "기업이 주력 분야에서 실패나 어려움에 부딪히면 허둥대기 십상인데 위기를 이겨낸 기업들은 실패를 딛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실마리를 찾아 재집중,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성운 사장이 이끄는 버그테스트는 소프트웨어의 버그(오류)를 전문적으로 테스트해주는 회사. 그가 '버그 잡는 회사'를 차린 것은 버그 때문에 사업을 망친 악연(惡緣) 때문이다. 그는 2001년 인터넷 사이트의 배너 광고를 삭제하거나 개인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테스트 부족으로 출시 직후 제품 오류가 발견되면서, 고객의 불만이 쏟아졌고 회사문을 닫았다. "버그를 테스트하는 회사가 있다면…." 노 사장의 이 생각은 사업으로 이어졌다. 2005년 8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80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고객 중에는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도 많다. 노 사장은 "각종 디지털 제품에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건설장비 부품 업체 코막중공업은 위기 탈출을 위해 발버둥치다가 기회를 잡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키코(KIKO) 때문에 5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았다. 조붕구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국제선 비행기를 70번 넘게 탔다. "수출이 총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 구조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직접 해외 영업을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유럽·중동· 중국 등 신규 거래선을 11개 뚫었다. 국내 금융기관의 도움은 받지 못했으나 네덜란드 은행으로부터 160만유로(약 31억원)를 대출받기도 했다. 이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던 70여개의 협력업체도 코막의 노력에 호응, 대금 결제를 1년 정도 늦춰줬다. 조 사장은 "올해 작년(19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4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급소 파악이 관건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위기의 급소를 파악해 해결했다는 것이다.
합금처리업체 심팩ANC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배 정도 뛴 2342억원을 기록했다. 직원들은 작년 말 최대 1250%의 보너스를 받았다. 2~3년 전만 해도 이런 성과는 꿈도 꾸지 못했다. 심팩ANC의 전신인 한합산업은 IMF 외환위기 때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0년에는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으로 최장 56일까지 파업하는 등 회사 분위기가 나빴다.
그러나 프레스 제조업체 심팩이 2006년 한합을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회사는 성과 보상을 약속했고, 직원들도 생산성 향상에 힘썼다. 실적이 개선됐고 작년 1월에는 노조가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노사 관계가 안정되자 회사는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 1위 금고 제조업체 선일금고는 2004년 낙산사 화재 때 동종(銅鐘)까지 불타 녹아내린 상황에서도 이 회사가 만든 금고만 유일하게 손상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이 일이 있기 전인 1995년 선일금고는 배로 수출하던 금고가 컨테이너 속에서 열과 습기 때문에 녹이 슬어 수천대가 반품되는 사태를 겪었다.
백승민 상무는 "당시 반품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를 품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후 기술개발에 투자, 섭씨 927도에서 일정 시간을 견뎌야 하는 미국 안전규격 인증을 받는 등 품질을 인정받았다.
[아산=김승범 기자 sbkim@chosun.com ]
[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 ☞ 조선일보 구독하기 ] [ ☞ 스크린신문 다운로드 ]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
http://kr.blog.yahoo.com/hsh19632002/trackback/2665113/25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