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한다. 유럽을 순방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연합 이사회 순번 의장국인 스웨덴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공식 타결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정부는 막판까지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협정 초안을 보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못지않게 우려할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한-미 협정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해 왔으며, 결국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법률시장 등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개방의 폭과 깊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으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서비스·투자·지적재산권 등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텔레비전·자동차 등의 관세 철폐 협상에서 제대로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더욱이 협정 초안에는 역진 방지, 미래 최혜국 대우 보장 등 한-미 협정에서 독소 조항으로 지적됐던 항목들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또 의약품 가격 상승을 불러올 치명적 독소 조항인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 조항도 들어 있다.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기초한다’고 명기해, 광우병 위험이 높은 유럽 일부 국가의 쇠고기를 들여올 길도 터놓았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한-미 협정과는 달리 ‘착한 에프티에이’라는 생각이 확실한 착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이대로 타결될 경우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서비스 분야만 해도 현재 연간 60억달러에 이르는 대유럽연합 무역적자의 폭이 더욱 늘어날 게 분명하다. 자동차도 유럽연합이 주장해 온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를 우리가 양보함으로써 유럽차의 국내 수출이 훨씬 용이하게 됐다. 특히 한-유럽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의 각종 ‘표준’이 해체되는 것은 미래 경제의 주도권 상실이라는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밀실 협상에만 매달려 왔다. 정부는 하루빨리 협상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정 체결의 이해득실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따져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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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못생긴 과일과 채소 판매금지 규정이 철폐됐다고 영국 더타임스를 인용해 국민일보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우선 오이와 당근, 버섯, 마늘, 멜론, 자두, 수박 등 26종류의 과일과 채소는 생김새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사과, 양상추, 토마토, 딸기 등 전체 판매량의 75%를 차지하는 10종류의 과일과 채소는 기존 규정이 적용되지만 '조리용'일 경우 못생겨도 판매가 허용된다.
하지만 바나나는 기존 규정이 그대로 적용돼 바나나 양 끝을 연결한 직선과 바나나 중간 부분 사이의 거리가 11㎜가 넘지 않아야 판매가 허용된다. 즉 과도하게 굽은 바나나는 팔 수 없다. EU 집행위원회는 20여 년 전 채택된 과일·채소 모양표준 규정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면서 이를 완화할 것을 제안했고 지난해 11월 27개 회원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 동안 당근의 경우 뿌리가 하나여야 하고 전체 무게가 최소 8g이 돼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됐다. 또 한 송이가 1㎏를 넘는 포도와 지름이 11㎝를 넘는 콜리플라워는 판매가 금지돼 왔다.
농업단체들은 즉각 환영했다. 특히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영국유기농협회 패트릭 홀든 이사는 "우리도 곧고 윤기 나는 당근을 생산하고 싶지만 자연이 항상 그런 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며 "농산물은 겉모양이 아니라 품질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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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요즘 유럽과 미주 대륙에서 제기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정작 베를린은 이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해 독일의 역할에 의문을 갖고 있다. 또한 이 의문은 유럽연합(EU)이 직면한 어려움과도 관계가 깊다.
유럽 헌법과 리스본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EU 회원국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회원국들은 EU 집행위원회나 주요 회원국들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특히 경제위기가 한창인 이때 유럽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독일이 주도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독일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독일도 이번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받긴 했지만 아직은 견딜 만한 상황이다. 주변 국가들이 이번 위기 이후 독일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 건 바로 독일 정부가 자국 문제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등 유럽 사회의 우려를 자아내는 행동을 해왔다.
EU가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독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이 독일 정가와 지배층 사이에 확산된 탓이다. 이로 인해 독일의 대(對)유럽 정책은 변했다. 독일 정치에서 유럽의 중요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20년이 지난 지금, 독일 지도부는 유럽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독일이 국가 이익만을 앞세우는 내셔널리즘으로 회귀하고 있는 건 아니다. 독일 정치인들이 기본적으로 내셔널리즘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유럽 정책은 다시 바뀔 수 있다. 독일이 유럽 국가들과 좀 더 유기적으로 협력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 유럽은 국가 이익을 위해 아주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유럽을 무시하거나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어내서는 안 된다. EU는 독일의 국가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회원국이 27개로 늘어나면서 위기 상황에서 통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EU 역시 독일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EU의 주요 회원국들이 유럽이란 정체성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전략을 내세워 국가 이익을 쟁취할 수 있다고 본다면 착각이다. 동유럽 국가들로 EU의 외연이 확대되는 방안이 실패하는 것을 독일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점증하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유로와 EU 공동시장이 위험에 처하는 위기 상황은 또 어떤가. 독일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독자적인 정책을 수행하거나 지구온난화부터 세계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는 문제까지 국제 이슈에서 효율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는가.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욱 강력하고 더욱 통합된 힘을 발휘하는 EU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EU의 미래를 위해서 각 회원국들은 국가적 이익과 정치적 역량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유럽 대륙의 중심 국가이자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인구가 가장 많은, 그리고 아픈 역사를 가진 독일이야말로 이런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정리=최익재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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