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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못할 朴 '세종시 원칙'…못 고치는 건 원리주의
[원본 : http://kr.blog.yahoo.com/fortinbras21/1274630 ]
2009/11/03 01:07


[중앙일보 사설] 한나라당 언제까지 계파 입장만 앞세울 건가


이해 못할 朴 '세종시 원칙'…못 고치는 건 원리주의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친이(親李·친이명박)니 친박(親朴·친박근혜)이니 하며 다퉈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대사마저 발전적 논의는 뒷전인 채 정치적 힘겨루기로 분란만 키우고 있으니 정말 실망스럽다. 이런 꼴을 보여주려고 국민에게 정권을 달라고 했는지, 이러고도 다음 정권을 맡겨 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국가 대사를 풀어가는 여권의 수순이 서툴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과 아무런 논의도 없이 총리 후보자가 불쑥 수정론을 던지고, 당 지도부는 “당론은 원안”이라며 안개만 피우다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갑자기 원안론자를 공격하고 있다. 당내 논의 절차도, 이견을 가진 주요 정치인과 협의하는 과정도 모두 생략했다. 이렇게 투박한 수순으로 덤벼든 것은 되든 말든 찔러나 보자는 심보가 아니라면 너무나 순진한 행동이다.

아무리 접근 방법이 서툴다 해도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박 전 대표는 원안변경에 반대하며 “(원안 수정에) 동의를 구하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저한테 할 일이 아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렇게 출구를 막아버리는 건 대화를 않겠다는 말이다. 그래서야 정당정치가 어디서 설 자리를 찾겠는가. 더군다나 친박계인 이성언 사무부총장은 사표까지 던지고, 측근들은 똘똘 뭉쳐 정운찬 총리 때리기에 나섰다. 면담을 요청한 총리에게 ‘괘씸죄’를 적용하는 사람들이 집권하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이다. 정부는 곧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최소한 그 내용은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박 전 대표는 정 총리를 겨냥해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법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넘나들며 타협과 절충을 이끌어내는 영역이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다. 한 번 만들었다고 못 고친다는 건 원리주의지 민주주의의 원칙일 수 없다. 여론도 ‘수정론’편이다. 더군다나 세종시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전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재미’를 보고, 이명박 대통령도 그에 편승했으니, 차기 후보도 그렇게 하겠다면 이 나라의 장래가 캄캄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충청연합(DJP)으로 집권했고, 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집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지역정서에 영합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세종시가 정말 충청지역을 위한 구상인가. 유령도시에 그럴듯한 포장을 해 유권자를 홀리는 것은 지난 정권으로 충분하다. 그것을 실행으로까지 이어가는 건 곤란하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바로잡는 것이 용기 있는 지도자가 취할 자세다.

이 대통령이 먼산 보듯 하는 모습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사안 자체가 중대하고, 사안을 둘러싼 분란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박 전 대표와 야당 지도부를 만나 지역민과 전체 국가의 이익에 부합할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기사출처: 중앙일보 사설

2009.11.02 20:49 입력 / 2009.11.03 00:05 수정
http://news.joins.com/article/270/3855270.html?ctg=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