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서 죽어도 죄될 것 없네.
가을빛으로 서면
누운 꽃잎마저 맑고 맑아
마른가지 혼불 내릴듯
희디흰 햇살.
넝쿨꽃 향 사르는
철길을 따라
자전거를 탄 소년은
휘바람 불며 지나가고
꽁깍지를 태우는 연기속으로
배부른 아낙과 구릿빛 사내 돌아오네.
겨울잠에 빠질
또 하나의 가을을 위하여
새들을 길을 버리고
꽃들은 가을을 버리고.
흰빛으로 피어나
흰빛으로 잠이 드는
아, 타서 죽어도 죄될 것 없는
작은 것의 눈부심을
저물녘에야 보네.
시: 가을을 지나며 / 김성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