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물과 대기(大氣)에 걸려
이역(異域)의 동백나무로 자라남이여,
손 없는 향연(饗宴)을 벌이고
슬픔을 잔질하며 밤을 기다리도다. 사십(四十) 고개에 올라 생(生)을 돌아보고
적막의 원경(遠景)에 오열(嗚咽)하나
이 순간(瞬間) 모든 것을 잊은 듯
그 시절(時節)의 꿈의 거리를 배회(徘徊) 하였도다.
소녀(少女)야, 내 시름을 간직하여
영원(永遠)히 네 가슴속 신물(信物)을 삼으되
생(生)의 비밀(秘密)은 비오는 저녁에 펴 읽고,
묻는 이 있거든 한 사나이
생각에 잠겨 고개 숙이고
멀리 길을 간 어느 날이 있었다 하여라.
-1941년-
시: 손 없는 향연(饗宴) / 김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