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심장을 쏴라>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하면 내 심장을 쏘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 책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책에 대한 홍보글을 읽지 않은 채 제목에만 의지하고 몹시도 읽고 싶은 책이었다. 책이 내 손으로 왔을 때에야 세계문학상을 받은 책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수명처럼 나라는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또는 승민처럼 누군가에게 의해 강제적으로 정신질환자 취급을 받아 본적도 없었다. 그냥 조금쯤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보통의 인간일 뿐이다. 갇힌다는 것. 폐쇄병동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실생활을 알아지는게 불편했다.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명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수명의 아픈 이야기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어가는 승민의 끊임없이 정신병원 탈출을 위한 시도를 하는 이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갔다. 어느 순간에 동화되어서 다시는 패러글라이딩 조종을 못하는 승민을 보면서 마음을 억누를수 없었다. 가볍게 시작됐던 나의 책 읽기는 어느 순간에 쏙 빠져서 이들의 아픔들을 같이 하게 되었다. 궁금했던 아버지와 수명의 이야기에서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한동안 책읽기를 쉴 정도로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환청이 들린다는 사람때문에 정신병원에 가본 적이 있다. 정신병원이라하면 일반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처음 방문해 의자에 앉아 있었을때 어떤 삼십대 초반의 여자분이 옆으로 와 미안하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살겠다는 말을 흘리고 사라졌을때의 그 충격에 정신병원이란 곳은 올 데가 못되는 곳이라는 그런 두려움이 일었었다. 이 책에서의 환자들처럼 멍해 있는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질문을 해 와도 많이 불편했다. 그리고 몇번의 방문으로 생활하기 힘들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식사도 맛있게 한다는 분의 말을 들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왔던 것보다는 많이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물론 심하게 자해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해서 통제가 되지 않을때 간호사들과 보호사들이 때리고 서로 싸우고 주사기를 드는 모습들이 있겠지만 병원관계자들은 방문자에게 친절했었다. 그래서 조금쯤은 안심을 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는 작가의 소설 쓰기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오래도록 준비하고 직접 취재하고 느꼈을 작가의 의문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고민에서 이 책이 나왔을 거란 생각에 이런 책을 알게 해준 작가에게 고마움까지 생긴다. 나라는 존재를 새삼 느끼고 알아가고 있는 요즘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할때의 그 마음 아픔때문에 힘들었을때 느꼈던 일들은 수명과 승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도망치는 병, 자기한테서 도망치는 병에 걸린 수명에 대해 우울한 세탁부의 말은 수명의 가슴뿐만 아니라 내 가슴까지 찔렀다. 그리고 마지막 탈출을 했을 때 비행에 집착하는 승민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을 때의 '넌 인생을 뭐라고 생각하는데? 삶은? 죽음은?' 이라고 되려 묻는 승민의 말에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세상의 총구들을 향해 내 심장을 쏘라고 외치는 승민의 포효하는 소리들의 안타까움들을 잊을수가 없을 듯 하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를 알고 있는 수명처럼 나 또한 알기에,,,,,,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직시해야 할 그런 책이다. 나를 더 잘 알아가고 들여다보기 위한 계기가 되어 준 감동적인 책이다.
<저자> 정유정 - 1966년 전남 함평 출생이다. 광주기독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근무했다. 2001년 봄,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는 국문과 친구들의 소설 숙제를 대신 써 주면서 창작에 대한 갈증을 달랬고, 직장에 다닐 때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홀로 무수히 쓰고 버리는 고독한 시절을 보내기도 하였다. 소설을 쓰는 동안 아이의 세계에 발을 딛고 어른의 창턱에 손을 뻗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의 성장 모습과, 스스로 지나온 십대의 기억 속에서 그 또래 아이들의 에너지와 변덕스러움, 한순간의 영악함 같은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떠올랐으며 덕분에 유쾌하게 종횡무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입심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2007년 삼 년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탄생한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등단 이후 쏟아지는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내 심장을 쏴라』 집필에만 몰두해 다시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빼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출간작으로는 『열한 살 정은이』, 『이별보다 슬픈 약속』, 『마법의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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