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회부 최인수 기자]
휴대전화 USIM(유심, 가입자식별모듈)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문자메시지를 훔쳐볼 수 있게 알선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휴대전화 엿보기가 얼마나 손쉽게 이뤄지고 있는 지가 드러났다.
USIM은 이동전화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소형 칩으로, 휴대전화에 꽂으면 바로 해당 가입자의 전화기로 바로 쓸 수 있다. 즉 USIM을 바꿔치기 하면 손쉽게 복제폰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개인정보만 노출되면 언제든 자신의 휴대전화도 범행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 잠깐 ‘먹통’이 되는 불과 몇 분 사이에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훔쳐보기는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자매니저’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다.
이번에 검거된 알선 조직은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 감청 대상자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 인증번호가 필요했다.
일단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배우자나 내연관계, 헤어진 연인의 외도를 의심한 의뢰인들로부터 직접 건네받았다.
이제 남은 건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알아내는 일. 하지만 이 또한 '식은 죽 먹기'였다.
이 작업은 휴대전화 판매상이었던 김 모(35) 씨가 맡았다. 김 씨는 자주 거래하는 통신사 대리점에게 연락해 “고객이 요청했다”며 피해자 휴대전화의 USIM 정보(일련번호)를 자신이 준비한 USIM의 것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해당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김 씨의 USIM으로 옮겨졌고, 이를 휴대전화에 꽂기만 하면 해당 가입자의 전화로 바로 쓸 수 있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알려주면 별다른 의심 없이 (대리점 측이) USIM 정보를 변경해줬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해서 김 씨는 일종의 ‘복제폰’으로 문자매니저에 가입에 필요한 인증번호를 고스란히 받아냈고, 그 직후 USIM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불과 10분 남짓한 시간에 범행이 완료됐고, USIM 정보 변경과 취소까지 통신사 대리점에 전화 두 통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USIM 정보가 빠져나간 사이 휴대전화에는 안테나의 수신 감도만 떨어질 뿐 별다른 경고 문구가 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잠깐의 통화 장애만 발생해도 ‘내 휴대전화도 감청 당한 게 아닐까’ 의심을 해 봐야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통신사의 USIM 관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지적했다.
경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씨가 같은 USIM을 수십여 차례 돌려 썼지만 통신사 내부시스템에서는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통신사 관계자는 “USIM을 사용하는 3G폰이 나온 이래 처음 보고된 신종 범죄 수법”이라며 “원래 하나의 USIM에는 정보가 한 번만 입력되도록 돼 있지만 고객의 변심으로 인해 당일 취소는 가능하다는 점을 김 씨가 알고 돌려쓰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USIM 정보를 교체하기 전에 기존 휴대전화로 문자인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휴대전화 USIM을 바꿔치기해 문자메시지 감청을 알선하고 5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휴대전화 판매업자 김 씨와 총책 이 모(43) 씨를 구속하고, 감청을 의뢰한 혐의 등으로 고 모(57)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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