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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쌓듯… 50평주택 짓는데 하루만에 ‘뚝딱’
블록 쌓듯… 50평주택 짓는데 하루만에 ‘뚝딱’
한국건설기술硏 주택공법 발표회
공장에서 벽·창·바닥 등 상자로 미리 만들어
조립 4시간이면 OK… 타운하우스에 적합
“구들 원리로 아파트 층간소음 차단” 발표도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7.06.21 00:33 / 수정 : 2007.06.21 03:17
유닛 모듈라 주택
하루 만에 집이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장난감 레고 블록을 쌓듯 집을 미리 상자 형태로 조각내 만든 다음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것이다. 바닥에는 우리나라 전통 구들의 원리를 이용해 아래위층 사이에 전달되는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새로운 주택 건설 기술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제19회 연구성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발표된 연구 성과 중에는 ‘유닛 모듈라(unit modular) 주택’이 눈길을 끌었다.
◆하루 만에 짓는 집
유닛 모듈라 주택은 기존의 주택과 달리 공장에서 상자 모양의 구조체 내부에 벽이나 창, 바닥, 전기 수도시설을 미리 만들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형태다. 건설기술연구원 임석호 박사는 “강원도 평창에 다락방까지 방 4개와 욕실 1개가 있는 50평 단독주택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유닛 모듈라 공법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조립형 주택의 장점은 무엇보다 공사기간이 짧다는 데 있다. 임 박사는 “평창 주택의 경우 조립에 4시간 10분이 걸렸으며, 지붕까지 하루 만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조립에 앞서 진행되는 기반 공사, 공사 후 집 주변 마무리, 가구·주방기기·욕실 설치 등에 이어 도배까지 합치면 40일 정도. 한 달 반이면 새로 지은 집에 이사를 갈 수 있는 것이다.
공사기간이 짧아지는 것은 건설 현장에서 기반 공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공장에서 벽과 바닥이 될 상자형 구조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현장의 인건비도 그만큼 줄어든다. 나중에 집을 해체하면 상자형 구조체를 이루는 철골이나 강관을 90% 이상 재활용할 수 있어 건축 폐기물 문제도 해결된다.
▲강원도 평창에서 조립 중인 유닛 모듈라 주택. 하루 만에 지붕까지 완성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타운 하우스에 적합
물론 고층 아파트는 이 방법으로 지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이런 조립형 주택이 일반화돼 있는 것도 우리나라와 달리 단독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5층 건물까지도 조립형으로 지을 수 있지만 경제성이 없다. 기존의 철근 콘크리트 주택과 달리 철골이나 강관을 사용하는 조립형 주택은 불에 견딜 수 있는 값비싼 내화(耐火) 도료를 칠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임 박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타운 하우스(town house)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운 하우스는 1~2층의 단독주택이 10~100가구씩 모여 정원과 담을 공유한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방범·방재 등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 주거형태다.
물론 유닛 모듈라 주택은 아직 기존 주택보다 비싸다. 그러나 철강재로 집의 골격을 만드는 비슷한 성격의 스틸 하우스(steel house)와는 건축비가 비슷한 수준이다. 임 박사는 “대량 보급이 이뤄지면 자동화 생산공정을 운영할 수 있어 건축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8월 말 연구개발 과제 수행이 끝나면 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기술의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전통 구들에서 불길이 지나는 길인 고래처럼 온돌판 아래에 빈 공간을 둔 이중바닥 온돌 시스템. 빈 공간에는 홈네트워크를 위한 장비나 케이블을 넣을 수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구들 원리로 소음 차단
이날 발표회에서는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를 우리 전통의 건축 기술로 해결한 연구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조동우 박사가 개발한 이중바닥 온돌시스템은 전통 구들처럼 온돌 바닥에 빈 공간을 둔 것이다.
우리 전통 온돌은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고랑인 고래를 두고 그 위에 넓고 얇은 돌인 구들장을 얹은 형태다. 조 박사팀은 온돌판 아래에 고래와 같은 빈 공간을 두고 그 사이에 60㎝ 간격으로 고무막대를 설치해 위를 받치게 했다. 고무막대는 위에서 전달되는 진동을 흡수해 소음을 줄인다.
아파트 층간 소음에는 식탁을 끌거나 물건을 떨어뜨릴 때 나는 가볍고 딱딱한 느낌의 경량(輕量) 바닥충격음과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무겁고 부드러운 중량(重量) 바닥충격음이 있다. 현재 기준치는 경량이 58dB(데시벨, 소리의 단위), 중량이 50dB이다. 실험 결과 이중바닥은 경량은 39~41dB, 중량은 43~44dB로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조용하다는 느낌을 주는 수준을 달성했다.
이중바닥은 중간에 빈 공간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온돌 바닥과 두께가 같다. 기존 온돌 바닥은 단열재와 완충재를 넣고 그 위에 액체상태의 기포 콘크리트를 채운 뒤 온돌 파이프를 설치한다. 파이프는 나중에 시멘트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모르타르(mortar)로 감싼다.
반면 이중바닥은 기포 콘크리트 층을 비웠다. 기포 콘크리트는 물처럼 흘러서 아파트 바닥의 수평을 잡게 해준다. 이중바닥에서는 곳곳에 가구 다리처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수평을 잡았다. 덕분에 온돌이 더 얇아져 바닥의 무게를 40%까지 줄일 수 있었다.
◆자연 환기에도 도움
이중바닥은 환기에도 도움을 준다. 현재는 벽이나 발코니에 급기구를 설치해 강제로 공기를 들어오게 한다. 반면 이중바닥에서는 외부 공기가 빈 공간으로 들어왔다가 온돌에 의해 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와 실내로 들어올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찬 공기가 데워진 후에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난방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물론 여름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조 박사는 “여름에는 외부의 더운 공기를 차게 만든 뒤 실내로 들이는 방법을 개발 중”이라며 “빈 공간은 각종 통신 장비나 케이블을 설치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바닥은 이미 아파트 6개동을 비롯해 10여 곳에 시범적으로 적용됐다. 국내 특허는 물론 일본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전통 구들이 세계 건축시장을 공략할 신기술로 부활한 것이다.
'유닛 모듈라(unit modular) 주택'의 건설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기존의 주택과 달리 공장에서 상자 모양의 구조체 내부에 벽이나 창, 바닥, 전기 수도시설을 미리 만들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형태다. 강원도 평창에 다락방까지 방 4개와 욕실 1개가 있는 50평 단독주택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유닛 모듈라 공법으로 세웠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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