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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란, 대중속의 고독, 허무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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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n (hanwoo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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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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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사이버세계의 진과 선 外

2005.03.06 11:12 | Book Story | 한울n

http://kr.blog.yahoo.com/hanwooln/1462906 주소복사

[도서소개] 사이버세계의 진과 선 外

[ 인문·교양 ]

● 사이버세계의 진과 선(류종현 지음)=네티즌을 위한 사이버 윤리와 규범. 21세기사, 1만5000원.

● 김응용의 힘(이영만 지음)=우승제조기 김응용의 리더십과 경영전략. 은행나무, 1만1000원.

● 성 아우구스티누스(게리 윌스 지음, 안인희 옮김)=출생, 기독교의 개종과 저술의 시기. 푸른숲, 1만4000원.

● 뽀르뚜알레그리, 새로운 민주주의의 희망(마리옹 그레·이브 생또메 지음, 김택현 옮김)=브라질의 한 도시가 펼치는 참여민주주의 실험. 박종철출판사, 9000원.

● 한국현대건축의 유전자(박길룡 지음)=한국 근현대 건축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 공간사, 1만7000원.

● 중국 민간종교 결사,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은자 지음)=중국의 민간 종교가 권력의 탄압에도 생명력을 갖는 이유. 책세상, 4900원.

● 일본의 신화(요시다 아츠히코 등 지음, 양억관 옮김)=한국 고대신화와도 관련이 있는 일본의 신화와 전설. 황금부엉이, 1만2800원.

● 나비(왕멍 지음)=문화대혁명이 종결된 뒤 격변과 혼돈, 새로운 시대를 향한 중국 지식인들의 기대와 흥분을 그린 단편소설집. 문학과지성사, 6000원.

●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마르탱 파즈 지음, 용경식 옮김)=행동하기 시작한 허무주의자 청년이 펼치는 엉뚱한 모험과 도전을 그린 소설. 작가정신, 6000원.


● 프랑켄슈타인(장정희 지음)=생명창조의 과정에서 괴물을 만들고 만 프랑켄슈타인 원전의 이야기를 SF, 페미니즘, 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접근. 살림, 3300원.

● 지구인(최인호 지음)=우리 사회의 가공할 만한 폭력과 그 폭력을 강요하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초라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문학동네, 전3권, 각권 9500원.

● 밀약(할렌 코벤 지음, 한역 옮김)=도망자의 긴장과 풀리지 않는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추리 소설. 멘톨, 전2권, 각권 8000원.

● 다시 중국이다(김준봉 지음)=중국 북경공업대학 교수인 저자의 중국과 중국인 이해. 지상사, 1만8000원.

● 만화로 보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와인(다지마 미루쿠 지음, 손진호 옮김)=명품 와인의 선택과 마시는 방법. 바롬웍스, 9400원.

● 보니, 거기 세상이 있다(묘원 편)=미얀마의 수행자 아신 자띨라 사야도와의 면담. 행복한숲, 1만1000원.

● 월·저·바·보(김창익 지음)=월스트리트 저널 바로보기. 미국 언론의 의도를 읽는다. 엔북, 9000원.

● 포스트모던시대의 정치와 문화(김비환 지음)=정보화시대 정치학의 동향과 전망,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 박영사, 2만6000원.

● 한문의 생활력(가토 도루 지음, 유준칠 옮김)=사고력을 단련하는 한문 고전의 힘. 수희재, 1만2000원.

● 한국, 미국과의 첫 만남(송병기 지음)=헌종 때부터 조미(朝美)조약의 성립까지. 고즈윈, 1만4800원.

● 윤이상 상처입은 용(루이제 린저 지음, 윤이상평화재단 옮김)=윤이상과 루이제 린저의 대화. 랜덤하우스중앙, 1만2000원.

● 컴퓨터 게임과 문화(김원보·최유찬 엮음)=스타크래프트·리니지 등 컴퓨터 게임 해부. 이룸, 2만7000원.

● 빨강(김융희 지음)=매혹의 에로티시즘 혹은 금기의 콤플렉스. 시공사, 1만2000원.

● 한국 방송작가상 수상작품집1(한국방송작가협회 편)=‘꽃보다 아름다워’ 등 2004년 드라마 수상작과 우수작 시나리오. 시나리오친구들, 1만2000원.

● 가상역사 21세기(마이클 화이트 등 지음, 이순호 옮김)=2112년에 지나온 100년을 돌아보는 형식으로 쓴 미래예측서. 책과함께, 1만4900원.

● 제주 바보이야기(조선희 지음, 이왈종 그림)=제주도에 정착한 기자 출신 농사꾼의 삶. 솔과학, 1만3000원.

● 한국 전통건축과 동양사상(임석재 지음)=전통건축에 스며든 유불도 동양사상. 북하우스, 2만3000원.

● 성의 미학(미와 교코·진중권 지음)=서양 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세종서적, 1만5000원.


● 한국의회윤리론(박재창 지음)=국회의원의 윤리적 성찰력이 의원직 수행의 능력과 방향을 결정한다. 오름, 1만8000원.

● 에드거 스노 자서전(에드거 스노 지음, 최재봉 옮김)=‘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가 털어놓은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김영사, 1만7900원.

[ 경제·경영 ]

● The 28 Business Bibles(글로벌태스크포스 편저, 김영환 옮김)=하버드·스탠퍼드 등 세계 유명 MBA코스에서 선택한 경영서 28권의 핵심내용과 가이드. 나무한그루, 1만3000원.

● 위기의 한국 시장경제가 돌파구다(박동운 지음)=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경제의 과제와 방향. 월간조선사, 1만2000원.

●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김성회 지음)=성공한 CEO 22명을 인터뷰하고 편지형식으로 쓴 성공 메시지. 더난출판, 1만원.

● 세일즈 혁명(래리 윌슨 지음, 김양호 옮김)=변화의 리듬을 타는 세일즈 노하우. 비전코리아, 1만5000원.

● 36세 천원으로 세상을 얻다(임성규·송민정 지음)=김밥집 사장으로 변신한 샐러리맨의 성공 노하우. 거름, 1만원.

● 부자가 되는 비결(데이브 램지 지음, 서원희 옮김)=목돈마련과 자산 증식, 안정된 가정경제를 유지하는 비결. 비전과리더십, 1만2000원.

● 카테고리 원 브랜드 전략(조 캘러웨이 지음, 윤천규·이상경 옮김)=‘넘버 원’보다는 ‘온리 원’ 브랜드로 승부하라. 김앤김북스, 1만1000원.

● 바보들은 부자코드도 모르고 재테크 한다(이선무 지음)=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재테크 방식이 따로 있다. 원앤원북스, 1만2000원.


[ 실용·생활 ]

● 비타민 쇼크(예르크 치틀라우 지음, 도현정 옮김)=과다복용되는 비타민의 폐해와 부작용. 21세기북스, 1만3000원.

● 덜렁이 엄마 변정수의 야무진 육아(변정수 지음)=일과 육아를 병행한 모델 출신 탤런트의 아이 키우기. 조선일보생활미디어, 9800원.

● 이익훈 EYE OF THE TOE

IC(이익훈 지음)=토익 베스트셀러 저자의 2005년 개정판, 넥서스, 1만8500원.

● 신광순 원장의 오십견 완치법(신광순 지음)=한의사인 저자가 말하는 오십견의 진단과 처방. 느낌이있는책, 1만원.

● 신나는 영어마을 100배 즐기기(캐런 스미스 감수)=서울 풍납동 영어체험마을의 실제 프로그램. 해피하우스, 1만2000원.

● 아이 안에 숨어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이승헌 지음)=평범한 뇌를 비범한 뇌로 바꾸는 자녀교육의 7가지 원칙. 한문화, 9800원.

●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키워라(패트리샤 번 등 지음, 김우열 옮김)=내 아이의 자신감을 키우는 47가지 원칙. 가야넷, 9000원.

● 마음을 움직이는 최면 커뮤니케이션(이시이 히로유키 지음, 홍성민 옮김)=최고의 인간관계를 위한 설득과 협상의 테크닉. 북스온, 9000원.

[명작]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7편의 탄생 비밀

2005.02.26 21:25 | Book Story | 한울n

http://kr.blog.yahoo.com/hanwooln/1462889 주소복사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7편의 탄생 비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져 독자에게 도착하는 과정은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과도 같다. 모든 생명이 시작을 가지는 것처럼, 상상에 기초한 이야기도 작가와 그를 둘러싼 세상에서 몇 가지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몇백 년에 걸쳐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 역시 마찬가지. 작가가 위대한 이야기를 잉태한 그 순간은 신문 기사 한줄 혹은 공원에서의 우연한 만남처럼 일상적이다. 2월25일 개봉예정인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가 어떻게 <피터팬>을 만들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적당한 허구가 더해졌지만 친구와 친구의 아이들을 보며 <피터팬>의 골자를 떠올린 이 이야기는 <피터팬> 못지않게 흥미롭다. 이런 경우가 <피터팬>만은 아닐 것이다. 작지만 소중한 우연과 필연이 개입된, 고전의 탄생설화 7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프랑켄슈타인>

출생연도; 1817년
엄마(작가); 메리 셸리
출생비밀; 시인 바이런의 별장 벽난롯가에서 꾼 꿈

흔히 최초의 SF라고 불리는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란 부제 그대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이 기이한 이야기는 1817년 익명으로 출판되어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책을 쓴 것은 고작 스무살의,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여인이었다. 메리 셸리는 저명한 페미니스트 작가인 어머니와 급진주의 철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두살 때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재혼한 뒤 계모와의 불화로 열네살의 메리는 스코틀랜드의 친지에게 보내졌다. 2년 뒤 아버지에게 돌아온 메리는 시인이자 철학자인 퍼시 셸리와 사랑에 빠졌고 열일곱살의 나이로 도피, 결혼을 감행한다.

그들은 문화계의 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보헤미안적 생활을 했다. 시인 바이런의 별장에 놀러갔을 때 메리는 벽난롯가에서 귀신 이이야기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이 세기의 고딕호러 소설은 그때 꾼 꿈에서 비롯되었다. 메리는 몇몇 친구들과의 무서운 이야기 내기에서 이 이야기를 선보였고, 이후 책으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스코틀랜드의 거친 산과 바다가 없었다면 이 음울한 걸작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죽은 어머니와 대화하곤 했던, 그리고 퍼시와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던 교회 무덤도 마찬가지다. 메리는 어머니 말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일찍 여의는 슬픔을 겪었다. 어린 딸이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죽은 뒤 메리는 꿈을 꾸었다. “내 작은 아기가 다시 살아나는 꿈이었다. 그 아이는 그저 몸이 차가워졌을 뿐이었고 난롯가에서 비벼댔더니 살아났다. 나는 깨어났다. 하지만 아기는 없었다.”

스물네살에 남편 역시 잃은 메리에게 어쩌면 삶이란 끝없는 악몽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불편한 걸작은 후대의 많은 작가들에게 놀라운 영감을 주었다. 혹시 퍼시 셸리의 이름이 상아탑 속으로 숨는 날이 오더라도, 메리 셸리만은 보통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피터 래빗>

출생연도; 1902년
엄마(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출생비밀; 병상에 있는 친구 아들에게 보낸 그림 편지

100살을 넘겼는데도 여전히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토끼, 하다못해 동네 시장에서 파는 쓰레기통에서까지 찾아볼 수 있는 <피터 래빗>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한 소년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베아트릭스 포터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과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과 흥미를 보였다. 포터 가족은 많은 동물을 키웠는데 그중에서도 벤자민 바운서와 피터 파이퍼란 이름의 토끼들이 포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다. 1893년 피터를 데리고 스코틀랜드로 휴가를 떠난 포터는 가정교사이자 친구인 애니의 아들 노엘이 오랫동안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노엘, 너에게 무슨 얘기를 써보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토끼 네 마리 이야기를 해줄게. 걔들의 이름은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였단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노엘을 위로하기 위해 써보냈던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노엘의 가족들 사이에서 선풍을 일으킨 <피터 래빗> 이야기는 1902년 10월 1실링의 가격표를 달고 출판되어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 가격을 낮게 잡은 것은 포터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는데 그녀는 또한 판형을 작게 해 어린아이들의 손에 딱 맞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책은 즉각적 성공을 거두었다. 초판 발행은 8천부였는데 출판사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2만부를 추가로 내야 했다.

이후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제 <피터 래빗>의 세계에서는 양상추 도둑 토끼들 말고도 새끼돼지 로빈슨, 생쥐 새뮤얼, 고양이 톰, 오리 제미카 등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엘로이즈>

출생연도; 1955년
엄마(작가); 케이 톰슨
출생비밀; 재미로 시작한 여섯살 꼬마숙녀 흉내

1955년, 뉴욕 플라자 호텔 꼭대기 층에서 유모와 단둘이 사는 여섯살배기 소녀. 아빠는 안 계시고 샤넬이나 디올, 맥심과 친구 사이인 엄마는 늘 외국에서 바쁘다. 아침마다 소녀는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저예요, 엘로이즈. 로스트비프랑 건포도 하나씩, 그리고 숟가락 일곱개를 가져다주시겠어요?” 아침은 방에서 룸서비스, 점심과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는 엘로이즈는 학교도 가지 않고 하루종일 호텔에서 혼자 논다. 문이 열린 방이 있으면 들어가보고 전화 교환실에 가서 이것저것 참견하는가 하면 비상계단에 버려진 매트리스 위에서 깜빡 잠이 든다. 이 외롭고 불쌍한, 하지만 솔직히 진짜 부러운 아이 이야기를 생각해낸 장본인의 본업은 쇼비즈니스였다. 케이 톰슨은 MGM 뮤지컬의 황금기 보컬 담당으로, 레나 혼이나 주디 갤런드도 모두 톰슨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나중에 MGM을 나가 스스로 춤추고 노래하는 쇼를 기획, 공연했는데 그때 백보컬을 맡은 게 놀랍게도 앤디 윌리엄스 형제였다.

톰슨은 어느 날 무용 코치인 로버트 앨튼과의 약속에 늦었다. “5분이나 늦다니, 댁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엘로이즈예요. 여섯살이고요.” 그녀가 왜 뚱딴지같은 대답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거나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톰슨의 친구들은 엘로이즈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기차를 타러 갔는데 “표 누가 가지고 있어?”라고 물으면 냉큼 “엘로이즈한테 물어봐”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엘로이즈는 조금씩 생명력을 얻어갔고 급기야 1955년 첫 번째 이야기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전후 황금기 뉴요커의 정서를 철저하게 대변한다. 톰슨이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의 문화를 엘로이즈를 통해 형상화한 것이다. <엘로이즈> 시리즈는 4권까지 순조롭게 발매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다섯 권째 작업 도중 흐지부지되었다. 톰슨은 그뒤로도 대중 예술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지만 <엘로이즈> 시리즈를 재개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죽는 날까지 엘로이즈와 연관된 인터뷰를 거부했다.

<비밀의 화원>

출생연도; 1911년
엄마(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출생비밀; 일생 동안의 추억을 모아모아

메리 레녹스는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유창한 영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영국에 돌아와서는 도무지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녀 마사를 비롯, 주위 사람들이 총알처럼 뱉어내는 요크셔 사투리 때문이다. 독자도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어린이용 축약본이 아닌 제대로 된 <비밀의 화원>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은 요크셔 출신이 아니다. 버넷은 맨체스터의 유복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도시 소녀는 시골로 이주하게 되었다. 19세기 영국의 지역색은 지금보다 더 강해서 지역적으로 상당히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버넷은 단짝 친구 엠마의 강한 랭커셔 사투리에 매료되었다. <비밀의 화원>이 요크셔 사투리로 도배된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동물들의 친구인 황야의 아이 디콘에게 이끌리는 메리의 모습에서도 엠마와 만나 문화적 충격을 받으면서도 매혹되는 버넷 자신이 연상된다.

십대 중반 미국으로 이주한 뒤 <소공자>와 <소공녀> 등 작가로서 상당한 명성을 쌓았음에도 버넷의 삶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 결핵으로 맏아들을 잃은 뒤 남편과의 사이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힘든 결혼 생활을 보내던 버넷은 1895년 크루 백작의 요크셔 저택에 초대받는다. 거기서 아름다운 전원에, 그리고 죽은 아내에 대한 크루의 애틋한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크루와 그의 저택이 각각 아치볼드 크레인과 미슬스와이트의 모델이 된 것은 물론이다.

재미있는 것은 붉은 가슴털의 울새 로빈의 실제 모델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버넷은 1898년 남편과 이혼한 뒤 켄트에 저택을 얻는다. 거기에는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있었는데, <나의 울새>라는 글에서 버넷은 자기의 장미정원에 살고 있는 울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1911년, 그녀의 나이 62살 때 <비밀의 화원>이 출간되었다. 버넷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이 쓰여지기 위해서는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부터 평온한 고독을 찾는 노부인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전 생애가 필요했다.

<푸우>

출생연도; 1926년
엄마(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
출생비밀; 아들 로빈과 아들의 인형 테디베어

어린아이들에게 인형은 그저 헝겊과 나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다. 아이는 인형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과 인형,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그렇지만 그 근사한 세계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빛을 잃는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판타지를 끊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빨간 셔츠를 입은 테디베어 푸우의 세계만은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앨런 알렉산더 밀른과 어니스트 셰퍼드를 엮어준 인연은 19세기 영국을 풍미한 풍자지 <펀치>다. <펀치>의 전직 편집자 밀른은 휴가 중 세살배기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에 대한 동시를 지었는데 그의 친구이자 매튜언 출판사 사장 E. V. 루카스가 삽화가로 갓 <펀치>에 합류한 신진 셰퍼드를 소개한 것이다. 이들의 공동작업은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고, 크리스토퍼 로빈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다음해 밀른은 서섹스의 시골집을 샀다. 이 집과 계곡, 시내와 숲이 바로 푸우와 친구들의 세계가 되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를 말하기는 힘들어요.” 크리스토퍼 로빈은 말했다. “내가 뭔가 놀이를 하면 아버지가 이야기를 썼는지, 아니면 아버지가 쓰는 이야기를 따라 놀았는지. 아버지는 책을 쓸 아이디어를 필요로 했고, 난 놀이를 하고 싶었거든요. 결국에는 모두 같아졌어요. 이야기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지요.”

놀라운 것은, 셰퍼드가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 역시 일곱살 때 셉티머스라는 목마로 비슷한 상상의 세계를 펼쳤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밀른의 시골집으로 여러 번 찾아가 주변을,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의 장난감들을 꼼꼼히이 관찰해 많은 스케치를 그렸다. 하지만 단 하나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외가 있었다. 푸우의 모습은 크리스토퍼 로빈의 장난감이 아니라 셰퍼드의 아들 그레이엄의 테디베어를 따라 그려졌다. 그레이엄은 후일 2차대전에서 사망했고, 테디베어는 손녀인 미네트에게 전해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출생연도; 1865년
엄마(작가); 루이스 캐럴
출생비밀; 리델 아이들과의 템스강 뱃놀이

토끼를 쫓아 땅굴로 들어간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탄생한 것은 강 위를 떠가는 보트 위에서였다. 1862년 7월4일 옥스포드의 수학교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친구인 사제 캐넌 덕워스, 그리고 리델 학장의 어린 세딸 앨리스, 로리나, 이디스와 함께 보트를 타고 템스강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앨리스는 난센스가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고, 찰스는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은 몇주 전 앨리스 자매들과 함께 다녀온 소풍에서 떠오른 이야기였다. 찰스는 이야기를 대충 끝내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뱃놀이를 두번 더 다녀온 뒤 마침내 완결되었다. 이 뱃놀이가 후일 유명해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어서, 그날의 날씨가 어땠느냐에 대해 논문이 여러 편 쓰여졌을 정도다.

평생 독신으로 산 찰스 루트위즈 도지슨, 즉 루이스 캐럴이 어린 소녀들을 좋아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언제든지 어린 소녀들과 놀 수 있도록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늘 가지고 다녔는데, 그중에는 물가에서 놀 때 치마를 걷어올릴 수 있는 옷핀까지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소녀들의 누드 사진도 많이 찍었다. 하지만 캐럴이 변태성욕자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어린이 누드 사진이나 그림은 하나의 트렌드여서 그다지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캐럴은 늘 부모의 동의 아래에서만 사진을 찍었으며 자신의 사후에는 사진들이 전부 소각되도록 조치하였다. 앨리스 리델이야말로 캐럴의 아름다운 소녀들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이상적인 소녀였다. 그는 뱃놀이에서 생각해낸 이야기를 완성해 직접 그린 그림을 곁들여 1864년 11월26일 ‘앨리스의 지하 세계 모험’이란 제목으로 앨리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이후 정식으로 출판된 것이 1865년 7월이다. 체셔 고양이와 미친 티파티 등이 이때 추가되었으며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바뀌었다. 삽화 역시 존 테니얼의 것으로 교체되었는데 캐럴은 하나하나 참견하며 무척 까다롭게 굴었다. 일설에 의하면, 캐럴은 테니얼이 그린 앨리스의 머리가 너무 크다며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피터팬>

출생연도; 1904년
엄마(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
출생비밀; 공원에서 만난 데이비스 아이들과의 추억

제임스 매튜 배리는 1860년 열명의 형제들 중 아홉 번째로 태어났다. 그가 여섯살 때 형 데이빗이 죽었는데 그뒤 배리의 유년기는 상심한 어머니를 위해 형 역할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항상 어린 모습으로 기억되는 데이빗을 대신하기 위한 노력은 이후 성년으로서의 삶, 그리고 글쓰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성공한 작가인 배리의 작품들 중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피터팬>의 역사는 어린이 문학 사상 가장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피터는 친구인 실비아와 아서 데이비스의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만든 캐릭터였다. 그러다 출판물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1902년으로, 성인용 소설 <하얀 꼬마 새>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로였다. 그리고 1904년 드디어 희곡 <피터팬>이 나왔고 1912년 소설로도 출판되었다. 희곡으로 완성된 <피터팬>은 처음에는 극장에서 거절당했다. 날아다니는 장면이 포함되었을뿐 아니라 장면 전환이 너무 잦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른일곱살의 여배우 니나 부시코를 피터로 기용해 벌인 공연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80년에 이르기까지 70년간, 성인 여성이 피터 역을 맡는 것은 일종의 전통이 되었다. 피터팬처럼 배리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소년이었다. 그는 작고 수줍은 남자였으며 여자들을 불편해했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자들에게 의지했다. 이후 아서와 실비아는 암으로 차례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혼 상태의 베리는 데이비스 형제들 다섯명을 기꺼이 떠맡아 자기 자식처럼 돌보았다고 한다.

글: 정은지 자유기고가

[추천도서] 《TV,책을 말하다》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책 10권

2005.02.20 20:43 | Book Story | 한울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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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진맘

《TV,책을 말하다》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책 10권

2004년,  우리는 어떤 책을 읽었나

KBS 《TV, 책을 말하다》 연말기획 2편에서는 올 한해 출간된 책들 중에서 《TV, 책을 말하다》 선정위원과 제작진이 뽑은 올해의 책 10권을 소개한다.

《TV, 책을 말하다》에서는 인문, 사회, 과학, 문학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이 추천한 총 100여권의 후보 책들을 놓고, 제작진과 선정위원이 함께 참여한 장시간의 난상토론과 확인작업 끝에 작품의 수준, 사회적 영향력, 대중의 평가 등을 고려하여 '2004,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하였다.

《TV, 책을 말하다》가 선정한 '2004, 올해의 책'

    1.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스티븐 컨, 휴머니스트)

    2.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부키)

    3. 헌법의 풍경 (김두식, 교양인)

    4.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김태완, 소나무)

    5.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오우누키 에미코, 모멘토)

    6. 학교와 계급재생산 (폴 윌리스, 이매진)

    7. 현의 노래 (김훈, 생각의 나무)

    8. 정본 윤동주 전집 (윤동주 홍장학(편), 문학과지성사)

    9.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까치)

    10. 남극탐험의 꿈 (장순근, 사이언스 북스)

[도서] 세상을 휘어잡은 여자도 많았네

2005.02.20 20:20 | Book Story | 한울n

http://kr.blog.yahoo.com/hanwooln/1462850 주소복사

[Book Story] 세상을 휘어잡은 여자도 많았네 

고대의 못 말리는 여자들
중세의 못 말리는 여자들
르네상스의 못 말리는 여자들

비키 레온 지음, 손명희?박종윤 옮김, 최재호 그림, 꼬마이실, 236∼240쪽, 각권 9800원

▶ 남자 파라오 머리 장식을 쓴 고대 이집트 여왕 하트셉수트 조각상.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도 세상 인구의 절반은 언제나 여자였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도 역시 절반은 여자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역사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남자다. 웬만한 위인전을 펼치면 세상을 움직이거나 바꾼 사람들 열에 아홉은 남자다. 그나마 소개된 여자들은 대부분 죽은 지 100년이 채 안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중세의 여자들은 마녀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찾아보면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음식을 만드는 등 사회를 안정적으로 묶어주는 '틀에 박힌'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강인한 삶을 살았다.

'못 말리는 여자들' 시리즈 세 권은 남자를 뛰어넘는 특출난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인 여걸들을 시대별로 묶은 것이다. 헌데 책을 구성하는 주인공들 중 일부는 상식적인 위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집트의 파라오 하트셉수트,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그리스의 서정 시인 사포 등이 포함된 건 당연하지만 로마 시대의 악명높은 암살자 로쿠스타, 영국 빈민가의 소매치기 왕 몰 프리스, 엘리자베스 여왕에 맞섰던 해적 그레이스 오말리 등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못 말리는'으로 번역한 원제목은 '난폭한, 무법의, 지나친, 엄청난' 등의 뜻을 담고 있는 영어 단어 'outrageous'이다. 도덕적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 당연히 자격미달이겠지만, 각종 억압과 금기를 과감하게 깨뜨린 '여성 해방'의 측면에서 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다.

여자의 연극 출연 자체가 금지돼 있던 시절에 몰 프리스가 자신을 다룬 연극 '여장부 몰'에 직접 출연한 사건이나 오말리와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담판 등 일탈 장면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책의 미덕은 일화 중심으로 구성된 인물 개개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큰 줄기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책은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모든 문장은 '~단다''~였거든''~이었지' 같은 종결어로 끝난다. 중세편에는 신라의 선덕 여왕도 포함됐다. 책 뒷부분에는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또다른 못 말리는 여자들''못 말리는 여자들이 나오는 또 다른 책들'도 소개돼 있다.
 

[Book Story] 거북선

거북선 복원 김정진, 글 구성 남경완, 108쪽, 랜덤하우스중앙, 1만6000원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 거북선의 실체를 역사적 사료에 바탕해 실감나게 복원해 낸 책이다. 거북선의 겉모양, 내부구조, 용머리 형태, 무기 등을 세밀한 부분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재현했다.

지금까지 거북선의 실제 구조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남아있는 자료가 부족한 것도 한 이유다. 한 예로 임진왜란이 끝나고 200년이 지나 기록된 자료에 근거해 거북선은 2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거북선이 3층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층이라면, 노와 포가 모두 2층에 있게 돼 기동력과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투함의 전투 능력은 겉모양이 아니라 내부 구조에서 나온다는 전제 아래 역사적 사료에 '과학적 상상력'을 더해 내놓은 추론이다.

책에 따르면 1층은 주거 및 생활 필수품.항해 장비.무기류 등의 저장 창고였고, 2층은 기동력을 살리기 위해 노젓기에 집중되었으며, 3층은 화포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짜였었다. 물론 추정이다.

거북선이 철갑선이었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겉만 그렇게 보이도록 위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철판은 목판보다 15배 이상 무겁기 때문에 방어력은 강화될 지 몰라도 돌격함으로서의 전투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빗물과 바닷물에 쉽게 녹슬기 때문이다.

2층인지 3층인지, 철갑선인지 아닌지 등의 논란을 떠나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진씨가 섬세하게 복원해 그린 갖가지 거북선의 구조를 임진왜란 당시의 다양한 전투선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출처 : 신화에서 역사로 거북선 - 램덤하우스 중앙

 

[도서] 사회가 만든 인간의 고통 모두가 나눠야 [김형경의 책VS책]

2005.02.20 20:02 | Book Story | 한울n

http://kr.blog.yahoo.com/hanwooln/1462849 주소복사

[김형경의 책vs책] "사회가 만든 인간의 고통 모두가 나눠야"
 

사회적 고통, 아서 클라인만 외 지음, 안종설 옮김, 그린비, 358쪽, 1만3900원

VS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이후, 253쪽, 1만5000원

 

 

▲ 김형경 소설가

'사회적 고통'을 집어든 곳은 심리학 서적 코너에서였다. 그때는 고통이라는 말을 '쾌락 원칙'에 반하는 '현실 원칙'의 결과라는 정신분석학적 정의에 더 치중해 있었다. 고통이란 본질적으로 개인적 경험이며, 그 감각의 배타성 측면에서 볼 때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대신 체험해줄 수는 없다고 믿었다. 한 개인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사회 구조나 제도 탓일 수 있고, 구성원의 고통에 대해서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믿었다.

'사회적 고통'을 읽는 동안 그러나 몸이 아파왔다. '불가항력' '난공불락' 같은 언어들이 떠오르면서 개인의 고통이 어떻게 사회 구조나 제도의 틈바구니에 끼여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결과인가를 확인하는 일이 새삼 버거웠다. 이 책에는 사회학.인류학.의학.문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학자 열 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한 사회적 고통에 대한 논문이 실려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중앙 아시아 고원 지방의 가난, 정치 권력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파괴당하는 개인, 제도에 의해 억압당하는 여성,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처우'인 고문의 역사, 세계 곳곳에서 간단없이 벌어지는 전쟁과 그 희생자들의 사례 등등. 책에 실린 글들은 연구 논문이라기보다는 증언에 가까워 보인다.

'사회적 고통'이 개인적 고통의 원인을 사회적 구조 속에서 분석하고 있다면 '타인의 고통'은 고통받는 개인보다는 미디어가 복제해내는 고통의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수용하는 대중의 태도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특히 전쟁의 광기와 거기서 희생당한 개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사진은 폭력과 고통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여러 미디어 중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사실적이며 잠언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는 '타인의 고통'을 증언하는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는데 실제로 한 장의 사진에서 받는 충격이 본문 다섯 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더 강력할 때가 많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디어에 의해 가공, 유통된다. 대중은 아침 식탁에서 그 잔혹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접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소비'한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상품화하고, 폭력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집단적 경험과 주관적 인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간극에 대해 질문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앞에 것보다 읽기가 더 힘들다. 책을 저만치 밀쳐두고 딴전을 피우던 중 '타인의 고통, 사회적 고통'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구호 활동을 하는 선배와 통화하게 되었다. 그저 안부를 주고받는 중이었는데 그 선배가 앞뒤 맥락 없이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야."

매달 약간의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막연한 고통'의 기미를 감지한다. 한 가지 명료한 게 있다면 이제 개인의 고통, 타인의 고통, 사회적 고통, 세계의 고통이 서로 구분할 수 없이 모호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Book Story] 아버지의 바이올린

정나원 지음, 새물결, 303쪽, 1만2000원

"전쟁 얘기라면 정말이지 신물이 나요. 제가요, '방공호' 출신이거든요."이렇게 전쟁이란 말만 나오면 진저리를 치는 베트남 처녀 응안은 '72 세대'다. 1972년 동지 섣달, '하노이 크리스마스 폭격'때 태어난 그는 휴대전화로 무장하고 거리를 질주하는 젊은 오토바이 부대의 본보기다. 베트남의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에너지가 넘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가 풀린 뒤 맞은 '달러 폭격'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되새기는'사회주의 국가건설'에 대한 긍지와 외세를 물리친'승리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응안은 정나원(40.논픽션 작가)씨가 만나 얘기를 나눈 수백 명 베트남 사람 가운데 하나다. 2002년부터 3년 남짓 각계 각층의 베트남 사람을 인터뷰한 정씨는 그중 11명을 골라 아무도 묻지 않았던 그들의 속내를 육성 그대로 풀어놓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체로 베트남의 살아 있는 역사다. 11편의 드라마는 '아래로부터의 구술사' 또는 민중 자서전으로 읽는 이를 울린다.

"뭐이 바뀔 때마다 꼭 '웃 것들'이 더 호들갑을 떨어요. 전에는 웬수라던 놈들한테까지 손을 디밀고 난리야. 나라 문을 열고 나니까 예전에 왔다 갔던 놈들이 또 와요. 프랑스, 일본, 미국, 한국…. 다시 오는 순서도 똑같애." 골목에서 국수장사로 평생을 보낸 틴 노인은 몸으로 베트남사를 꿰고 있다.

칠순을 넘긴 화가 테비는 젊은 시절, 배낭에 총과 붓을 같이 넣고 다니던 베트민(베트남독립동맹)이었다. 배급받은 물감이 너무 적어서 속상해 하는 그에게 친구 화가 부이수언파이는 말했다. "이보게들, 요즘 그림 좀 그렸는가? 물감이 없어서 못 그렸다고? 그래도 자넨 화가가 아닌가, 손이 근질근질하지도 않나. 물감이 없으면 연필로라도 그리게…. 그도 안 되거든 자네 머릿속에라도 그리게나."

베트남 독립운동의 아버지인 호찌민을 옆에서 도왔던 Q노인은 허름한 방에 앉아서도 가난이 무슨 대수냐는 듯 당당했다. 그의 말에는 긍지가 넘쳤다. "그래도 우리는 나라 이름 아직 안 바꿨어요. 소련은 문패를 갈았지만, 우린 아직도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이라고."

전쟁과 가난,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외세와 맞서 온 베트남 사람은 우리네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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