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미 식품안전 및 검사 서비스(FSIS)는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되지 않은 쇠고기를 포장, 유통시킨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소재의 제이에프오닐 포장회사(J.F. O'Neill Packing Company)에 리콜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현재 3만3천 파운드(약 15톤)를 전량 회수중이다.
제이에프오닐 회사는 2008년 10월 28일 이래 한국으로도 쇠고기를 수출하고 있는 작업장(작업장 번호 889A)이다.
현재 문제의 회사가 리콜중인 제품은 2009년 7월 1일부터 10월 8일 사이에 포장된 소의 혀 부위로 특정위험물질로 분류된 편도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 농림부는 모든 연령의 소에서 편도선을 반드시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위험물질은 광우병(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에 걸린 소의 감염 인자를 포함하거나 잠정적으로 감염 위험이 있는 물질과 깊은 연관이 있는 세포 조직을 말한다. FSIS는 사람이 광우병에 걸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용으로 사용되는 쇠고기 제품에 특정위험물질이 포함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제이에프오닐에서 포장된 소 혀 제품은 유기농 제품을 유통하는 것으로 유명한 홀푸드 (Whole Foods) 상표로도 유통되고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그간 이콜라이균(E. coli O157: H7) 오염이나 특정위험물질 미제거 등으로 수없이 리콜돼 왔다. 10월 들어서만 3건의 리콜조치가 내려졌고, 그에 따라 현재 약 4만5425파운드(약 20.6톤)가 수거중이다.
10월 13일에는 이콜라이균에 의한 오염이 리콜 원인이었으며, 15일에는 특정위험물질 미 제거, 16일에는 FSIS 미검역 상태에서 시중 유통 등이 문제가 됐다.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 내 작업장 중 이콜라이균 오염으로 리콜 조치를 받은 대표적인 경우는 지난 6월 24~28일의 JBS 스위프트 비프 컴퍼니(콜로라도 주 그릴리 소재, 약 172톤)와 2008년 6월~8월의 네브래스카 비프(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소재, 약 3200톤)등이다.
또 지난 10월 5일 이콜라이균 오염 햄버거를 먹고 하반신이 마비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에 나온 그레이터 오마하(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소재) 또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곳이다.
▲ 이콜라이 균이 포함된 문제의 간 쇠고기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그레이터 오마하 포장회사. 작업장 번호 960/960A 2008년 7월 10일에 QSA 인증을 받았다.
관련해 뉴욕타임즈는 지난 2007년 가을 그 유명한 다국적식품회사인 카길사(http://www.cargill.com/)의 냉동 햄버거육(패티)를 먹은 22세 댄스교사가 식중동 때문에 하반신 마비가 됐다면서 분쇄육 위생점검 체계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한다.
문제는 매년 수만명이 감염되는 병원성 대장균의 원인이 햄버거의 분쇄육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올해만 41개주 3천개 식료품점에서 오염된 쇠고기가 리콜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 내에서 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미쇠고기는, MB 덕분에 검역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열심히 한국으로 수출되었고 말이다.
* 프레시안 / MB "값싸고 질 좋은 美쇠고기"...무슨 일이 생겼나?
* 경향신문 / O157 의심 美쇠고기 국내 유입..정부 "회수 불가"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O157에 감염된 쇠고기를 회수 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라, 지난 6월 대규모 리콜사태에서도 시중에 유통중인 미쇠고기에 대한 회수가 이뤄지지 않아 어떤 이들의 입에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다.
MBC <불만제로>에서 고발했던 학교와 문구점에서 아이들에게 팔리는 불량 햄버거의 저질고기 패티 속에 값싼 미쇠고기가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온 나라가 달콤한 초콜릿향에 취할 날이 다가온다. 연정을 고백하는 누군가는 설레고 떨리는 가슴을 하트 모양 초콜릿에 수줍게 담을 것이다. 흔들림 없는 사랑을 확인시켜줄 누군가는 커버처 초콜릿(가공유지를 포함하지 않은 제과용 초콜릿)을 직접 녹여 단단한 믿음의 상징을 만들 것이다. 사랑이 넘쳐나는 날, 밸런타인데이. 근데 그 초콜릿이 저 멀리 바다 건너 10살 남짓한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하루 종일 흘린 땀과 눈물이라면? 마음의 징표로 건네기 부끄럽지 않을까. 대안은 있다. ‘공정무역 초콜릿’이다.
» 한국공정무역연합이 판매하는 공정무역 초콜릿. 스위스 클라로가 만드는 이 초콜릿은 FLO 인증을 받은 가나·볼리비아의 농장에서 생산된 카카오로 만든다.
‘사회적 프리미엄’으로 인프라 구축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 안정적인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는 질 높은 제품을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하는 무역형태다. 이윤만을 좇는 다국적 기업과 복잡한 유통망을 배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농약과 비료 사용도 최소화된다. 카카오 생산은 물론 초콜릿으로 가공되는 전 과정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하는 아동노동·강제노동은 이뤄지지 않는다.
공정무역 초콜릿의 핵심은 가격이다. 세계공정무역상표기구(FLO)는 공정무역 초콜릿의 원료가 될 카카오의 최소가격을 1t당 1600달러(약 217만원, 1kg당 약 2176원)로 정해두고 있다. FLO 인증을 받은 공정무역 카카오 생산자 조합원들은 코트디부아르 시니코송 마을의 카카오 농민들보다 1kg당 291~425원을 더 받는 셈이다. 카카오 국제가격이 폭락하면 시니코송 농민들은 중개상이 아무리 가격을 후려쳐도 별 도리가 없다. 공정무역 생산자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카카오 국제가격이 공정무역 최소가격보다 더 높아지면, 공정무역 카카오는 이보다 1t당 150달러(약 20만4천원), 유기농 카카오는 1t당 200달러(약 27만2천원)를 더 쳐준다. 일반가격에 얹어 받는 돈을 ‘사회적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이는 개인이 아니라 생산자 조합에 주는 것이다. 조합은 이 돈으로 학교나 의료시설 등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만들거나, 돈이 필요한 조합원들에게 싸게 빌려준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FLO 인증 ‘착한 초콜릿’은 아직은 두 종류 뿐이다. 공정무역 시장 자체가 규모가 적고, 인식도 낮은 탓이다. 한국공정무역연합은 1년 전부터 스위스 공정무역 초콜릿 회사인 ‘클라로’에서 초콜릿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서울 안국동의 공정무역가게 ‘울림’(02-739-1201)과 홈페이지(www.fairtradekorea.com),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무역센터점에서 살 수 있다. 클라로는 가나의 ‘쿠아파 코쿠’, 볼리비아의 ‘엘 세이보’라는 FLO 인증 소규모 농가 조합에서 유기농 카카오를 공급받는다. 초콜릿에 들어가는 설탕은 유기농 흑설탕으로 유명한 필리핀 마스코바도산이다. 클라로는 30년 동안 이런 공정무역의 역사를 이어왔다. 다국적 기업 스타벅스도 우리나라 매장에서 영국 공정무역 브랜드인 ‘디바인’ 초콜릿을 판매한다. 우리가 많이 살수록, 더 많은 공정무역 제품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다.
‘싱글’들이 할 수 있는 일
전해줄 사람이 없는 ‘싱글’들은 밸런타인데이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미국 공정무역 시민단체인 글로벌 익스체인지는 밸런타인데이마다 ‘행동하는 밸런타인데이’(National Valentine’s Day of Action) 캠페인을 벌인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신청을 받아 학생들에게 공정무역 초콜릿을 알려준다. 왜 공정무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를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교육한다. 교사들은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을 데리고 간다. 지난해 캠페인엔 학생 2천 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밸런타인데이를 한 달 앞둔 1월 초순에 벌써 학생 1천 명이 공정무역 초콜릿 교육을 신청했다. 신청한 학생들은 미리 만져보면서 ‘체험학습’을 하라고 카카오 몇 알씩을 받는다. 글로벌 익스체인지는 올해에는 교육생 3천 명을 목표로 잡았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주변의 교사 5명에게 캠페인 참가를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캠페인 홍보글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이메일에 글만 복사해 보내면 된다. 이 단체는 평소에도 카카오 생산지의 어린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공정무역 초콜릿이 왜 중요한지를 초등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집을 나눠주고 있다.
캠페인에 참가하려고 미국까지 갈 수는 없는 법.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글로벌 익스체인지는 영리하고 재미난 아이디어를 몇 가지 내놨다. △공정무역 초콜릿과 꽃 사기 △홈페이지에 공정무역을 알리는 배너 달기 △밸런타인데이 카드에 공정무역 홍보물 함께 넣기 △플래시 애니메이션 <위대한 공정무역-유기농>(미국 시민단체 ‘유기농소비자연맹’(Organic Consumer’s Association)이 만든 것)을 친구들에게 보내기 등이 있다. 홍보물과 배너는 모두 글로벌 익스체인지 홈페이지(www.globalexchange.org)에서 제공된다.
물어보자 “이 초콜릿은 어디서 왔나”
좀더 적극적인 방법은 ‘더 많은 공정무역 초콜릿을 더 쉽게 먹고 싶다’고 우리나라 제과업체에 요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초콜릿 대부분은 포장지 어디를 봐도 누가, 어디서 만든 카카오를 썼는 지 나와 있지 않다. 박창순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이 판매하는 초콜릿의 대부분은 어디서 생산한 카카오인지, 설탕이나 우유는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초콜릿을 집어들면 가혹한 아동노동 착취의 결과물인지, 유전자조작 대두에서 추출한 유화제가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도록 기업에 기본적인 식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일상의 변화와 실천에서 나온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손에 카카오 열매를 따는 마시트(낫) 대신 연필을 쥐어주고, 농민들이 생계 걱정 없이 품질 좋은 카카오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착한 초콜릿’의 향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
» 코트디부아르 미야기주 시니코송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카카오 밭에서 웃고 있다. 10살 안팎의 이 어린이들은 6살 무렵부터 학교를 가는 대신 카카오를 재배하는 부모를 도와 일을 한다.
“조금 비싸지만 기분 좋다”
<한겨레21> 745호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가 보도된 뒤, 한국공정무역연합의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량은 5배 넘게 뛰어올랐다. 홈페이지 접속자 수도 평소보다 3배 넘게 늘어나 하루에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정무역을 ‘공부’하고 갔다. 그만큼 공정무역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초콜릿이 어린이 노동 착취의 결과라는 건 알면서도 안 먹을 수는 없었는데, 착한 초콜릿을 알게 돼 기쁘다”며 “기사를 보고 착한 초콜릿 2만원어치를 주문했다”고 기자에게 알려온 독자도 있었다. 그는 “조금 비싼 것 같지만 ‘연대’의 손길을 보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지난해 함께 고생했던 회사 동료들과 나눠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벌어진다. <한겨레21>은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와 함께 2월3일부터 ‘밸런타인데이엔 착한 초콜릿!’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스24 홈페이지에서 <한겨레21>의 관련 기사와 사진을 보고, 이를 담아간 블로그·카페 등의 주소와 함께 소감을 올리면 포인트를 준다. 소감을 올린 이들 가운데 추첨된 5명한테는 <한겨레21> 6개월치 정기구독권도 선물한다. 한국공정무역연합의 공정무역 초콜릿도 예스24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임수정 예스24 마케팅파트장은 “<한겨레21> 기사를 보고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며 “블로거들 사이에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캠페인이 확산돼 ‘고민이 담긴 소비’가 먼 나라 어린이들을 돕는 힘이 된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 어린이 돕기 모금도
국제아동지원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www.sc.or.kr)도 <한겨레21>과 함께 2월2일부터 ‘코트디부아르를 돕는 착한 초콜릿’ 캠페인을 진행한다. 올해로 3년째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 아동 돕기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은 모인 기금으로 어린이들의 교육 지원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올해는 캠페인 범위를 좀더 확장해, 그간 <한겨레21>이 보도한 기사를 제공받아 아동권리 향상을 위한 상시적인 캠페인도 진행한다. 2월9일부터는 한국공정무역연합의 공정무역 초콜릿도 함께 판매하는데, 판매액의 10%는 기부금으로 적립돼 코트디부아르 어린이들의 교육 지원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한편, 장로교신학대학원 착한소비운동팀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착한 초콜릿 관련 동영상 CD를 교회에 배포해 공정무역을 알리고, 이번 밸런타인데이엔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물하자는 캠페인을 열기로 했다.
우리 아버지들과 살았던 20세기는 바쁜 세상이었습니다.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미덕이었습니다. 나쁜 세상이었습니다. 싼값과 좋은 품질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2008년 한해는 ‘충격과 공포’의 한해였습니다. 연초부터 석유 가격은 ‘악’소리가 날만큼 치솟았고, 자원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중반에는 중국의 멜라민 분유가 전세계의 식탁을 위협했습니다. 하반기에는 대량생산과 소비를 주도해 왔던 미국 경제가 거품과 함께 붕괴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과 살아갈 행복한 21세기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21세기는 예쁜 세상이 되기를 상상합니다. <한겨레21>은 2009년 한 해 동안 그런 세상을 그려보려 합니다.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Why Not’. ‘안 될 게 뭐냐’고 물어보려 합니다.
코트디부아르 미야기주 시니코송 마을에서 카카오 농사를 짓는 12살 소년 에브라임 킨도.
Why Not’은 4개의 시즌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시즌에는 착한 소비를 생각하는 이들을 찾아갑니다. 키워드는 ‘공정’입니다. 생산자는 제 값을 받고 소비자는 양심을 지키는 착한 소비입니다. 두 번째 시즌에는 올바른 생산을 보여드립니다. 키워드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세 번째 시즌에는 미래를 바꾸는 기술을 찾아갑니다. 키워드는 ‘녹색기술’입니다. MB식 ‘그린뉴딜’이 아닌, 지구를 살리는 기술의 현장을 보여드립니다. 네 번째 시즌에는 미래를 바꾸는 교육과 나눔의 현장을 찾아갑니다. 키워드는 ‘공동체’입니다.
<한겨레21>은 첫 기사로 달콤한 초콜릿의 진실을 찾아 아프리카로 갔습니다. 아이들의 조그만 손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초콜릿의 쓰디쓴 진실 때문이었습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착한 초콜릿입니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착한 초콜릿을 선물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제 이름은 에브라임 킨도입니다. 코트디부아르 미야기주의 시니코송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12살 소년입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대서양 연안의 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예요. 한국에선 꼬박 20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대요. 우리나라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최대 생산지로 유명하지요. 전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나라니까요. 우리 마을에서도 카카오를 재배해요. 당연히 우리 집에서도요. 전 12살이지만, 이래봬도 6년이나 카카오 농사를 지은 전문가랍니다.
팔뚝엔 늘 마시트에 벤 상처들
오늘은 꼬네(40) 아저씨네 일을 도와주러 왔어요. 열매를 따서 쪼갠 뒤 카카오콩을 꺼내는 일이에요. 며칠 전 우리 집 일을 꼬네 아저씨가 도와줬기 때문에 오늘은 아빠가 저를 보내셨어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카카오 농사를 짓는데, 서로 돌아가며 일을 도와요. 한 집에서 경작하는 카카오 밭이 보통 3~5ha 정도 되는데, 가족들만으론 일을 다 할 수가 없거든요. 열매 따기부터 시작해 카카오 콩 꺼내기, 카카오콩 발효시키고 말리기, 농약 치기, 거름 주기, 잡초 제거하기 등 카카오 밭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어요. 오늘은 이웃에 사는 아마라(34) 아저씨랑 오드라고(18) 형, 드라만(10), 사와도고(19) 형 이렇게 6명이 일을 도와줘요. 우리 마을에선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는데, 오늘은 카카오콩 100kg 정도를 분리해낼 수 있을 거라고 꼬네 아저씨가 얘기해주셨어요.
카카오를 따고 쪼개는 건 힘들지만 어렵지는 않아요. 카카오 열매는 품종에 따라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익어요. 맛엔 차이가 없고요. 손이나 마시트라고 부르는 긴 낫으로 따는데, 제 키가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달린 건 나무 위로 올라가거나 장대에 마시트를 묶어 따야 해요. 그래서 제 팔뚝엔 실수로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마시트에 벤 상처들이 늘 남아 있어요. 마시트는 날카롭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않으면 안 된답니다. 이렇게 딴 카카오 열매는 자루에 담아 밭 중간중간에 수북이 쌓아놓지요. 열매를 다 딴 뒤엔 쌓아둔 카카오 더미 주변에 모여앉아 카카오콩을 꺼냅니다. 럭비공처럼 생긴 열매를 왼손으로 움켜쥐고 오른손에 든 마시트로 쪼개면 새하얀 과육에 둘러싸인, 어른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카카오 콩 30~40개가 포도송이처럼 꽉 들어차 있어요. 흰 과육은 딱딱한 카카오 콩과 달리 구름처럼 부드럽죠.
껍질을 쪼개고 꺼낸 카카오콩 송이는 고무통에 담아 집 근처나 밭 입구에 있는 발효·건조대로 가져갑니다. 큰 비닐로 카카오콩을 둘둘 말아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 다음 다시 일주일 동안 햇볕에 바짝 말려야 하거든요. 짙은 갈색으로 잘 마른 카카오콩에선 달콤한 냄새가 나지만, 그 맛은 윽! 너무 쓰고 시어서 먹을 수가 없어요. 오늘 카카오콩 옮기기 담당은 꼬네 아저씨의 아들인 드라만이에요. 드라만은 저보다 어리고 키도 작지만, 무겁고 커다란 고무통을 머리에 번쩍 이고 200m쯤 떨어져 있는 건조대까지 왔다갔다 하는 일을 불평 없이 해내지요. 우리 마을에선 6살 무렵부터 부모님의 카카오 농사일을 돕기 때문에 열 살인 드라만도 일을 곧잘 한답니다.
카카오 농사에서 가장 힘든 일은 잡초 제거와 농약 치기입니다. 거름의 영양 성분이 땅 속까지 제대로 흘러들어 카카오 나무가 잘 흡수하려면, 무성한 잡초부터 마시트로 다 걷어내야 하거든요. 빠른 속도로 마시트를 휘두르다보면 저절로 땀이 뻘뻘 흐르기 때문에 일 잘한다는 19살 누푸 형 조차도 “잡초 제거하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불만이예요. 나무가 벌레 먹어 말라 죽지 않도록 농약을 칠 땐 또 어떻고요. 저도, 친구 에브라(12)도 가끔 농약 치기를 돕는데, 우리 키 만한 농약통을 어깨에 메고 마스크도 안 쓰고 일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쌀값만 208만원, 한 해 벌이는 243만원
우리 아빠는 29년 전 코트디부아르 북쪽에 있는 나라인 부르키나파소에서 코트디부아르로 이사 오셨대요. 할아버지랑 밀과 옥수수 농사를 지었지만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었대요. 처음 10년 동안엔 수도인 아비장에서 미장이로 일하셨는데, 고용주인 백인들 밑에서 고생만 하고 돈은 못 벌었대요. 그래서 아비장에서 1050km나 떨어진 이곳으로 와서 카카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답니다. 곳곳이 푹푹 패어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여간해선 통행이 힘든 비포장 흙길로만 족히 3시간은 달려와야 하는 우리 마을엔 아빠처럼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이슬람교도들이 모여 산답니다. 코트디부아르 인구는 2천만 명이 조금 넘는데, 그중 26%가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 라이베리아, 베냉 같은 주변 나라들에서 온 외국인이래요. 자기들 나라에선 생계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라죠. 코트디부아르는 자원도 풍부하고, 주변 나라들보단 잘살 거든요. 외국인들 가운데선 70%, 그러니까 360만여 명이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이고, 이들 대부분은 아빠나 우리 동네 사람들처럼 카카오 농사를 짓지요.
» 에브라임이 딴 카카오 열매. 잘 익은 카카오는 품종에 따라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띤다.
» 시니코송 마을 아이들과 주민들이 카카오콩 건조대 앞에 서 있다. 사람들 뒤로 보이는 게 집인데, 카카오콩 건조대는 이렇게 집 앞이나 카카오밭 입구에 설치해둔다.
처음 3만세파프랑(약 8만7천원)을 들고 시니코송으로 와서 1ha짜리 카카오밭 농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빠는 이제 5ha나 되는 카카오밭을 갖고 있어요. 보통 카카오밭 1ha에선 1년에 카카오콩 500kg을 수확할 수 있죠. 아빠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잘 말린 카카오콩을 중개상인한테 넘기는데, 지난해 10월부턴 카카오 값이 두 배나 올라 kg당 600~650세파프랑(1740~1885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값이 오른 건 지난해 비가 많이 오고, 카카오 나무에 흑점병까지 돌아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실제 아빠가 받는 돈이 늘어난 것 같진 않아요.
사실 아빠는 우리 집 1년 수입과 지출이 얼마인지 계산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때그때 돈이 들어오면 쌀과 빵, 농약, 비료를 사는 돈으로 다 나가거든요. 농사지은 돈으론 11식구가 살기 빠듯하죠. 그래서 큰형 아다마(33), 둘째형 알라산(30)은 부르키나파소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고요, 셋째형 푸세니(27)는 우리 동네에서 차로 4시간 걸리는 수브레라는 도시에서 카카오 트럭을 운전해요. 큰누나 마리암(26)부터 둘째누나 알리마따(21), 넷째형 슐레만(19), 셋째누나 마무나따(16)와 여동생 아이사따(5), 그리고 제가 아빠·엄마랑 같이 살면서 카카오 농사를 짓지요. 올해 예순인 아빠는 일을 안 하시는데, 저한테 “일을 많이 도와줘서 만족스럽다”고 말씀하시곤 한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아빠처럼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는지 잘 몰라요. 계산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가족이 10명인 모하메드(57) 촌장 할아버지는 “먹고살기도 바쁘다”고 하세요. 모하메드 할아버지네는 쌀을 하루에 5kg씩 먹는데, 쌀은 kg당 400~450세파프랑(1160~1305원)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마을에 오는 카카오콩 중개상 노엘 아저씨가 사다주곤 합니다. 한 달이면 150kg, 1년이면 1800kg이 필요하단 얘긴데, 그럼 400세파프랑씩만 잡아도 72만세파프랑(약 208만8천원)이 되네요. 지난해 할아버지네는 카카오콩 1400kg을 재배했으니까, 오른 뒤 값으로 계산해도 벌어들인 돈은 84만세파프랑(약 243만6천원)이죠. 어휴~.
이래서 우리 마을에선 농약이나 비료를 살 때 카카오콩을 최근에 판 집에서 돈을 빌리고, 나중에 카카오콩을 팔아 갚는 일이 반복되는 거였군요. 농약과 비료는 세 달에 한 번씩 줘야 하는데, 농약은 ha당 5만세파프랑(약 14만5천원), 비료는 ha당 10만세파프랑(약 29만원)이 들거든요. 돈이 없으니까 농약을 살 땐 비료를 못 사고, 비료를 살 땐 농약을 못 주고…. 모하메드 할아버지도, 우리 아빠도, 아마라 아저씨도 “카카오콩 값이 kg당 1천세파프랑(약 2900원)만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노엘 아저씨 같은 중개상을 ‘피스떼’라고 부르는데, 이 아저씨들은 다시 ‘아쉐떼’라고 하는 더 큰 중개상들에게 카카오콩을 팔지요. 그래서 잘 사는 나라들에 카카오콩이 팔려갈 때는 ㎏당 1950세파프랑(5655원)쯤 된다고 하네요.
또래 100명 중 학생은 3명뿐
전 코트디부아르에 살지만 공용어인 프랑스어는 말하기도, 쓰기도 못해요. 학교도 안 다니고요. 우리 9형제 가운데 학교를 다닌 건 아다마 형이 유일해요. 초등학교 1학년까지 다녔죠. 우리 아빠는 “나도 너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네가 공부하길 싫어해서 안 보낸다”고 해요. 하지만 정작 저한테 학교에 가고 싶은지 물어본 적은 없어요. 다른 친구들도 비슷할걸요? 200여 가구, 1500여 명이 사는 우리 동네엔 제 또래가 10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정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3명뿐입니다. 학교는 모두 무료로 다닐 수 있지만, 걸어서 45분 정도 걸리는 먼 곳에 있는데다 다들 저처럼 농사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지요. 아, 원래 모하메드 촌장 할아버지댁 근처에 코란과 아랍어를 가르치던 곳이 있었는데 거긴 70여 명이 다녔어요. 저도 9살 때 잠깐 다닌 적이 있고요. 하지만 올해부터 프랑스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곳으로 바뀐 뒤로는 그곳에 가는 친구들은 30명도 안 돼요. 학교가 너무 멀어 마을 어른들이 학교에 얘기해 선생님을 보내달라고 했다던데, 이곳에 얼마나 더 많은 친구들이 모일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살리프(36) 아저씨입니다. 살리프 아저씨는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대요. 우리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중엔 유일하게 살리프 아저씨가 프랑스어로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아저씨는 몇 년 전 야간학교를 열어 동네 형들 10명한테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도 했대요. 하지만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그런지, 공부를 하다 말다 해 2년 동안 실제 공부를 한 기간은 열 달이 채 안 된다더라고요. 마을에서 프랑스어를 말할 줄 아는 어른들은 노엘 아저씨처럼 카카오콩을 사러오는 중개상인들한테 조금씩 귀동냥을 했다더군요.
우리 마을엔 수도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빗물을 받아두거나 개울물을 떠다 흙을 가라앉혀 마시고, 밥을 짓고, 씻기도 하지요. 텔레비전도 볼 수 있어요. 모하메드 촌장 할아버지댁과 할아버지의 큰아들인 아다마(30) 아저씨댁에 텔레비전과 발전기가 있거든요. 코트디부아르의 영웅인 영국 첼시FC의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가 경기를 하는 날엔 동네 사람들이 모하메드 할아버지댁이나 아다마 아저씨댁에 모여 경기를 봐요. 3년 전 처음 텔레비전이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 모두 얼마나 신기해했는지 몰라요. 눈앞에서 드로그바 선수가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장면이라니!
» 카카오 열매를 벌리면 새하얀 과육에 둘러싸인 카카오콩이 포도송이처럼 꽉 들어차 있다.
제 또래들은 매일 오후 5시에 축구를 해요. 오후 4시쯤 일이 끝나고 나면 다들 공터에 모여 축구공 하나만 쳐다보며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힘든 일을 마친 뒤 축구를 하며 뛰어노는 이 시간이 저는 정말 좋아요. 우리 동네 오드라고 형은 저보다 더 축구를 좋아하는데,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처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래요. 아마 우리 동네 형·누나들 중에 오드라고 형의 꿈이 제일 클걸요? 아미나따(12) 누나의 꿈은 ‘사무실에서 일하기’입니다. 사와도고 형의 꿈은 ‘자전거·오토바이 장사로 돈 많이 벌어 결혼하기’입니다. 나르고(10)의 꿈은 ‘학교 가기’입니다.
꿈은 돈 많이 벌고 천국 가는 것
제 꿈요? 음… 전 농사를 지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사실 다른 일은 뭐가 있는지 잘 모르거든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하루에 5번씩, 아침 6시와 오후 2시, 4시, 6시30분, 8시에 드리는 예배 때 저는 기도합니다.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이마와 코끝이 바닥에 닿도록 절을 할 때마다 저는 빌고 또 빕니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세요. 그리고 천국에 가게 해주세요”라고요. 돈을 벌려면 저는 카카오밭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이 힘들지만, 저와 우리 식구들이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어야 쌀을 살 수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거든요.
아, 그런데 초콜릿은 무슨 맛인가요? 전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저도, 우리 형과 누나들도, 우리 부모님도, 우리 마을 사람들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초콜릿이 어떤 맛인지 상상조차 잘 안 돼요. 초콜릿은 잘 익은 카카오 열매의 흰 과즙처럼 부드럽고 새콤하고 달콤한 맛인가요? 설마, 말린 카카오 콩처럼 시고 쓴 맛은 아니겠죠? 저와 친구들, 마을 사람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카카오콩을 재배하려고 일을 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을 먹는다는 얘길 테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초콜릿은 천국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달콤하고 아름다운 맛이겠죠? 그렇겠죠?
카카오가 초콜릿이 되기까지
초콜릿 값 1천원, 농부 수익은 20원
싱그럽고 달큰한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열매는 다국적 기업의 손을 거쳐 바다와 사막을 건너면서 텁텁하고 뻑뻑한 초콜릿으로 바뀐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농부들한테 카카오콩을 사들여 무역회사에 판매하려면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중개상들을 ‘아쉐떼’라고 부르는데, 1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피스떼’라고 부르는 하위 중개상들을 고용해 각 마을로 카카오콩을 사러 보낸다. 피스떼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kg당 600~650세파프랑(약 1740~1885원)에 카카오콩을 사오면, 아쉐떼는 카카오 수출 회사에 825~850세파프랑(약 2393~2465원)에 이를 넘긴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매일매일 결정되는 가격에 따라 오르내리긴 하지만, 최근 수출회사들은 kg당 1950세파프랑(약 5655원) 선에 카카오콩을 판다. 사들인 가격과 판매가의 차이인 1100세파프랑(약 3190원) 가운데 450세파프랑(약 1305원)이 세금이고, 나머지는 수익과 경비 등으로 잡힌다.
» 잘 말린 카카오콩은 중간상인을 거쳐 수출회사로 넘어간다. 수출회사는 카카오콩을 사들인 것의 두 배가 넘는 값에 카길 등 다국적 식품기업에 카카오콩을 판매한다. 다국적 식품기업은 이를 카카오분말, 카카오버터 등으로 가공한 뒤 초콜릿을 만들어 전세계로 판매한다.
코트디부아르엔 이런 카카오 수출회사가 40여 개가량 되는데, 이들 회사 대부분은 레바논, 프랑스, 미국 등 외국인 소유다. 코트디부아르 최대 무역항인 산페드로에서 가장 큰 수출회사인 사프카카오는 연간 10만t의 카카오 콩을 미국, 프랑스, 독일,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지로 판매한다. 물론 주요 거래처는 카길, 네슬레, 마르스, ADM 같은 다국적 식품기업들이다. 이 다국적 기업들은 사들인 카카오콩을 1차 가공해 카카오매스, 카카오버터, 카카오분말 등 초콜릿의 원료로 만들어 되판다. 카카오콩을 볶아 껍질을 벗긴 뒤 속살을 으깨 반죽처럼 만든 것이 카카오매스고, 여기에 압력을 가해 추출해낸 기름 성분이 카카오버터다. 기름 성분을 제거하고 남은 카카오매스를 가루로 만들면 카카오분말이 된다. 이런 원료와 초콜릿을 다국적 식품기업들로부터 사오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카카오분말은 네덜란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등지에서 1300만달러(약 179억원)어치, 약 6775t을 들여왔다. 카카오버터는 1170여t(805만9천달러·111억4천여만원), 카카오매스는 2800여t(1100만달러·150억여원)이 수입됐다. 역시 말레이시아와 네덜란드, 싱가포르, 영국 등이 주요 거래국이며 코트디부아르에선 카카오매스 20여t이 들어왔다.
국내 제과업체들은 이렇게 들여온 원료에 설탕, 대두유화제, 향료 등을 배합해 초콜릿을 만들어 국내 시장에 판매한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카길이나 ADM, 네슬레 같은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네덜란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 카카오 가공회사를 설립해 수출을 하기 때문에 (서부 아프리카가 아니라) 이런 나라들에서 원료를 사들여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과회사는 카카오 생두를 들여와 국내에서 직접 가공·제조를 하기도 하는데, 지난해에는 가나를 중심으로 생두 1600여t(420만달러·58억여원)이 들어왔다.
유럽 공정무역협회는 카카오 생산자들의 수익이 초콜릿 가격의 5%라면, 초콜릿 회사와 무역 조직이 얻는 수익은 그 14배인 7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초콜릿 가격이 1천원일 때 농부들의 수익은 20원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강은주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은 “다국적 식품기업은 생산자에게 낮은 가격으로 카카오를 사들여, 임금이 싼 나라에서 가공품과 초콜릿을 생산한 뒤 자신들이 통제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지속적인 생산자 착취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 생산자들은 ‘노동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농민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의 ‘푸드달러’(농산물 가격 가운데 농민에게 돌아가는 이윤)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적인 무역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로드와 앤드류 블랙의 이야기이다. 인간광우병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의 이야기로 한정하기에는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 광우병으로 아끼던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를 이야기이다.
앤드류 블랙을 포함해서 영국에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 인간광우변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20대다. 19살에서 22살 정도... 사회에는 끊임없이 젊은 세대에게 바란다. 훌륭하게 성실하게 사회에 입문하여 미래를 책임지길 바라고,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몫을 다하도록 바라고, 낙오자에 관해서 처참하 사회적 실패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과연 기성세대가 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젊은 세대에 안겨준 것은 뭘까?
크리스틴 로드는 광우병 존재를 알았을 당시 인간에게는 해가 없을 거라던 영국 농수산식품부 장관 존 거머를 만났다. 존 거머에게 책을 묻자, 그 당시 나는 몰랐다. 내가 알았으면 나와 내 가족에세 먹였겠냐라고 말한다. 과학적 증거들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좋다 라고 둘러간다. 무능함의 한 단면같다. 그때는 몰라서 그랬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은? 알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그때 알았다면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가정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알고 있지만 단행하지 않은 많은 과제들과, 영국에서 벌어진, 벌어지고 있는 광우병과의 몇 십년 싸움을 보고도 별 변동없는 우리 정부와, 정부 꼰대들, 기성세대들이 떠오른다.
영상을 보고 모성애에 감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광우병 문제를 아들과 엄마의 문제로, 아들의 한을 풀어주려는 어머니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 광우병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광우병 자체를 믿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에 대해서 반성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니라 '우리'가 풀어갔으면 좋겠다.
개인의 문제로,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가려 먹여야 하는 문제로 축소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 광우병 문제에, 광우병 문제에 지금처럼 대응한다면 언젠가 우리 사회가, 우리 세대가, 광우병이 20대를 죽인다. 그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