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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이지영] 한글 피어나다 정해왕 외 글, 이수진 그림, 해와나무 172쪽, 1만3000원
사투리의 맛 류호선 글, 정지윤 그림, 사계절출판사 124쪽, 8500원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한글 관련 책이 줄줄이 출간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또 다룰 얘기가 남았을까 싶지만 용케 새로운 영역은 개발된다. 다양한 관점에서 한글의 소중함과 한글의 우수성을 말하는 책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올 ‘한글날용’ 어린이책 중에선 『한글 피어나다』와 『사투리의 맛』이 단연 눈에 띄었다.
『한글 …』는 픽션와 논픽션을 적절히 결합해 한글의 가치를 전하는 책이다. 세종대왕·최만리와 아기 나인 곱단이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화 아홉 편을 실었고, 한글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설치미술가 강익중, 민체(民體·일반 백성이 쓰던 글씨체) 연구가 여태명, 캘리그래퍼 이상현, 밀물현대무용단 이사장 이숙재, 도예가 전성근, 전각예술가 정병례 등의 이야기다.
한글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빼어난 글자다. 예술가들은 “한글의 받침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글꼴에 긴장감을 줍니다. 받침 덕분에 글꼴을 한결 생동감 넘치게 디자인할 수 있지요”(이상현), “한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한글은 홑소리와 닿소리가 만나 한 소리를 이루며, 세상의 모든 소리와 뜻을 감싸 안지요”(강익중) 등으로 한글을 예찬했다. 한글을 모티브 삼아 만든 이들의 작품도 사진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1926년 조선어연구회에서 11월 4일로 정했던 한글날(당시엔 ‘가갸날’)이 1945년부터 왜 10월 9일로 바뀌었는지 알려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또 문자가 없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부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받아들여 쓰고 있는 최신 시사정보도 전한다.
『사투리의 맛』은 가뜩이나 영어 바람에 밀려 기가 죽은 우리말, 그 중에서도 사투리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동화다. 전남 여수 돌산도에서 동네 아나운서로 통할 정도로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아이, 철환이의 서울 상경기를 통해서다.
“요로코롬 말뽄새가 훌륭해 불면 서울서도 안 통하겄냐”라는 동네 할머니의 격려를 받고 올라간 서울인데, 서울 애들은 “꼭 조폭처럼 말한다”며 웃고 놀렸다. 엉엉 울며 “선상님처럼 서울말 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라던 철환이가 “제 사투리 안에는 제 고향 여수 돌산도의 여러 가지 맛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자랑스러워하기까지,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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