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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어 논술]장자 ‘자연과 과학기술’(下)

2009.08.02 07:28 | 산문 | 고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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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7년 09월 04일(화) 오전 09:38 가 가| 이메일| 프린트

근대화 이후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인 발전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가치관이 흔들리고, 몰개성화되는 부정적 현상도 흔히 나타난다. 이는 가치나 타당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근본적 이성이 목표를 달성하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효율성만을 따지는 도구적 합리성으로 전락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장자를 비롯한 동양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 배경지식넓히기




성은 장(莊), 이름은 주(周)로 맹자와 거의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것으로 전한다. 한때 초(楚)나라의 위왕(威王)이 그를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하였으나 사양하였고 10여만자에 이르는 저술을 완성하였다. 저서인 ‘장자’는 원래 52편(篇)이었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것은 진대(晉代)의 곽상(郭象)이 정리, 편찬한 33편(內篇 7, 外篇 15, 雜篇 11)으로, 그 중에서 내편이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특히 제물론 편은 ‘장자’ 33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난해한 사상을 담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제물론은 만물(세상의 모든 사물)을 고르게 하는 논리(또는 이론)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장자 철학의 근본인 유일 절대의 도의 입장에서 현실세계의 갖가지 현상, 시비(是非)·선악(善惡)·미추(美醜)·화복(禍福)·길흉(吉凶)·생사(生死) 등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상대적 가치판단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가를 뚜렷이 밝히려고 한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대붕, 곧 절대자(또는 자유인)의 조건은 만물이 하나임을 깨닫고 궁극적인 ‘하나의 세계’로 돌아가는 데에 있다고 장자는 주장한다.


<문제> 아래 제시문들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언제인가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깨어나 보니 틀림없는 장주가 아닌가. 도대체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을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일까? 장주와 나비에는 겉보기에 반드시 구별이 있기는 하지만 결코 절대적인 변화는 아니다. 이러한 변화를 물화(物化: 만물의 변화)라고 한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제이(第二) 중에서

(나)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木蘭) 상앗대로 속이 훤히 들이비치는 물을 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도다.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쪽에서 바라보도다.”

손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하는 듯, 여음(餘音)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이고 외로운 배의 홀어미를 울릴레라.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루고 곧추앉아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러한가?” 하니, 손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난다’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의 시가 아닌가?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이 푸른데, 예는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困辱)을 받은 데가 아니던가?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깨뜨리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갈 제,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감에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어라. 술을 걸러 강물을 굽어보며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이러니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함에랴.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을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부치니 아득한 넓은 바다의 한 알갱이 좁쌀알이로다.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긴 강(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날으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길이 마치는 것은 갑자기 얻지 못할 줄 알새, 끼치는 소리를 슬픈 바람에 부치노라.”

소자 말하되,

“손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또,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손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드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쟁반이 어지럽더라. 배 안에서 서로 팔을 베고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 소동파, ‘적벽부’ 중에서

(다) 과학의 조작주의는 개념의 의미를 사물의 기능으로, 사실의 기술(記述)로 바꾸어 놓는다. 그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계량할 수 있는 것만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합리성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 다시 말해 도구적인 이성으로 축소된다. 기술적 합리성은 인간을 점점 노예로 만든다. 기술은 기계 장치의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인간과 자연을 조작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과 자연의 착취를 더욱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든다. 과학적 방법은 자연을 수량화함으로써 좀더 효율적으로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의 지배를 통해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위한 개념과 도구를 가져다주었다. 대상을 관찰하고 실험하고 계량하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일차원적 사고는 대상을 심미적이고 윤리적인 면까지 바라보는 다차원적 사고를 배제한다. 생산과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과 모든 사회적 관계도 일차원적 사고의 합리성을 기반으로 조직된다. 현대사회는 기술을 통해서 지배를 계속하고 기술로써 지배를 확대해 간다.

- H.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중에서

<문제1> 제시문 (가)와 (나)에 드러난 공통된 관점은 무엇인지를 4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문제2> 제시문 (다)에 나타난 문제점에 대하여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에서 해결방안을 10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예시답안>

<문제1>

제시문 (가)는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피상적인 분별, 차이는 있어도 절대적인 변화는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기준은 결코 만물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척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하겠다. 이렇듯 장자는 유일 절대의 도의 입장에서 현실세계의 모든 현상을 구분하려는 상대주의적 가치판단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진정한 자유의 조건은 만물이 하나임을 깨닫고 하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임을 주장한다. 제시문 (나)에서 소자는 인생무상을 말하는 손에게 물이 흘러가는 것과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변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강물이나 달이나 형태는 변하지만 본질은 그대로임을 말하고 있다. 이는 만물이 무한한 본체의 형상이기에 만물은 동일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말이다. 결국 두 제시문에는 만물을 하나로 보는 공통된 관점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문제2>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인간은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단지 현실성의 차원으로 국한되어 버렸다.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기술의 진보에 매몰되어 현실에 대한 비판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없게 되었고, 경제성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다른 사회적 모순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마비된 비판의식 속에서 인간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소비하는 데 자신의 욕구를 바치게 되어 결국 과도한 생산, 낭비 등의 부정적인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문제점은 세계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오직 ‘하나의 척도’에 의거하여 무차별적으로 인간 본연의 생명성을 왜곡하는 것에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 삶의 진정성의 추구를 포기한 채 기계놀이에 치중하여 도구 종속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의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현실인 것이다. 또한 지공무사(至公無私)의 경지에 이르면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주객의 이분법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자신의 욕심을 위해 모든 것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한 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장자와 소자 모두 ‘하나의 세계’를 강조한다. 하나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오직 하나이므로 비교도 차별도 경쟁도 건설과 파괴도 성공과 실패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인간사회에는 이 모든 것들이 있다. 이유는 세계의 본래 모습과 달리 잘못된 인간의 의식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것을 ‘자연’과 ‘인위’의 대립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가 자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계획, 의도, 방법은 혼란만 일으킬 뿐 실제로 주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탐욕을 버리고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로 ‘무소유’를 통한 ‘충만함’을 깨달으려 할 때 우리는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다.

◇ 고전 펼치기

그래서 군자가 어쩔 수 없이 천하에 군림하게 된다면 ‘만물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맡겨 두는’ 무위(無爲)가 제일이다. 무위여야만 그 후에도 ‘사람들은’ 본래의 자연스러운 상태에 편히 머물게 된다. 그러니까 몸의 보전(保全)을 천하를 다스리는 일보다 귀하게 여기는 자라야 세상을 맡길 수 있고, 몸의 보전을 천하를 다스리는 일보다 좋아하는 자라야 세상을 부탁할 수 있다. 때문에 군자가 만약 그 ‘자연스러운’ 오장(五臟)을 흩뜨리지 않고 그 총명함을 겉에 드러내지 않는다면, 주검처럼 가만히 있어도 용(龍)같이 드러나고 깊은 못인 양 잠자코 있어도 뇌성(雷聲)처럼 울리며 정신이 활동하면 자연은 도리어 따르고 자연 그대로 무위(無爲)로 있어도 만물은 흩날리는 티끌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리라. 그런데 새삼 천하를 다스릴 틈이 내게 어디 있겠는가!

-‘장자(莊子)’ 외편(外篇) 재유제 십일(在宥 第 十一) 중에서

-해설-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고 인간의 독단적인 지혜 따위가 판을 치며 사람들의 자유를 속박하는 획일적인 사회를 장자는 혐오한다. 설혹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다스려야 할 경우에라도 그는 인간의 한정된 지식(人智)을 배격하고 무위(無爲)를 존중한다. 이렇듯 인간이 인간을 다스린다는 것을 장자는 철저하게 싫어한다. 노자(老子)와 더불어 그가 무정부주의자로 오해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를 뒤로하고 장자의 말이 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가진 교만과 아집을 억제하고 무위를 지향하는 자세야말로 우리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출문제-

2007 건국대 수시, 2006 고려대 수시2, 2006 부산대 정시, 2005 고려대 정시, 2001 경인교대 논술고사, 2001 성균관대 정시

〈조한균|연구원·자음과모음 논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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