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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의 그늘, 쓰레기의 어제와 오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지난해 국내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월ㆍE'를 보면 가까운 미래의 지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쓰레기가 거듭 쌓여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인류가 우주로 떠나버린 것이다.
영화에서야 쓰레기더미인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나는 일이 가능하지만, 현실의 인간은 지구를 떠날 수 없다. 그러니 쓰레기는 인간과 지구의 생존을 위해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을 수도 없다. 해결책은 '얼마나, 어떻게 생기는가'와 '생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미국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헤더 로저스의 '사라진 내일'(삼인 펴냄)은 쓰레기 처리의 역사에 대한 상식을 넓히고 오늘날의 심각한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책이다.
이 책은 산업 쓰레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 쓰레기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전 세계 인구의 4%만 차지하고도 쓰레기 배출량은 30%나 되는' 미국에 집중하지만, 산업화한 나라에 사는 모든 현대인에게 해당한다.
쓰레기는 어느 시대에나 만들어졌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선조들이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거대한 생각보다는 생산품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았던 사람들은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재활용을 거듭했다.
쓰레기가 양산되기 시작한 시점은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시작된 이후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사람들은 먹을 것이나 쓸 것을 직접 만들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게 됐고 폐물을 굳이 재활용하지 않게 됐다. 제조업자들은 더 많이 팔기 위해 일회용품을 찍어냈고, 그에 따라 포장술도 점점 발달했다.
책에서 그보다 집중적으로 조명한 부분은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이다. 저자는 쓰레기 처리 방식의 변천사를 정리하면서 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도 쓰레기가 사실상 '처리'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매립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가 쓰레기를 바다에 내다버린, 지금 보면 어이없는 일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저자가 '쓰레기 무덤'이라고 부르는 쓰레기 매립지에 그나마 엄격한 환경 대책이 적용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 일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 가동중인 위생매립지들은 엄격한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흙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저자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분리수거를 하고 환경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고 뿌듯해하지만, 재활용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재활용 트럭에 실려 가도 상당 부분은 다시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향한다. 재활용품을 가공하는 과정에 상당한 자원이 소모되고, 오염물질이 배출되기도 한다. 재활용품이 재처리되는 횟수는 단 한 차례로, 재생품은 쓰이고 나서 다시 소각, 매립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유행한 환경 다큐멘터리들은 '사람들이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이라며 인간과 기업, 사회 시스템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비양심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있는지 앞다퉈 폭로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차분하고 조용히 독자들을 설득한다.
저자는 개개인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를 주로 다뤘으나 정작 문제의 해결책은 사회 시스템에서 찾는다. 물건이 버려진다고 탓할 게 아니라 생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 기업에는 자율 규제 능력이 없음이 입증됐으니 강제적인 환경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수영 옮김. 360쪽. 1만4천원.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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