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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6/19
 

고소한 깨금의 추억, 암꽃은 이렇게 생겼구나!

2009.04.19 16:49 | 내게로 다가 온 꽃들 | 고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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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깨금의 추억, 암꽃은 이렇게 생겼구나!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 개암나무 긴 것은 수꽃이고 붉은 입술 앙다문 작은 것은 암꽃이다. 거의 실물 크기 정도이다.
ⓒ 김민수

작년인가, 누군가 개암나무의 암꽃이라며 사진을 올렸다. 그냥 길쭉길쭉 한 것이 꽃인가 했다. 암꽃이 따로 있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어느 봄날 산책을 하다 그를 만나 자세히 보니 정말 붉은 입술 앙다문듯한 암꽃이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그렇게 그를 본 후, 다시 한 계절이 지나 개암나무 꽃이 필 무렵 그를 찾았지만 흔하디 흔하던 개암나무도 이젠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나무가 되었구나 싶었다. 사무실 근처의 야산을 점심시간마다 산책을 하며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번 오르내리다 아주 가까운 곳, 그러니까 내 사무실 책상에서 불과 5분 여만 걸어가면 되는 곳에 개암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꽃이 피어날 무렵이라 암꽃과 수꽃을 모두 볼 수 있었다.



▲ 개암나무의 수꽃 수꽃은 송화가루처럼 날리며 암꽃이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암나무는 암수 한 몸이다.
ⓒ 김민수


여름날 소낙비가 그치면 동네 친구들과 소쿠리를 들고 버섯을 따러 산을 돌아다녔다. 산길을 따라 풀섶을 기웃거리며 다니다 보면 노란 꾀꼬리버섯이며 커다란 청버섯이며 싸리버섯이 우리를 반겼다. 가끔씩 사람 발자국 소리에 스르르 도망치는 뱀때문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렇게 비 온 뒤의 숲은 숲속의 요정 버섯을 수없이 나눠주었다.



비가 오기만 하면 쑥쑥 올라오던 버섯들. 버섯을 따러 간 길에 개암나무 열매를 따먹으면 얼마나 고소하던지…. 어떤 때는 버섯보다는 개암나무 열매를 따는데 더 열중하기도 했다. 그 어린 시절에는 꽃이 보이지 않았다. 보릿고개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의 배고픔이 있는 시절이었으니 산야에서 친숙한 것은 주로 먹을 것과 관련이 되는 것이었다.

이른 봄에는 칡을 캐러가고, 논두렁에서 메꽃뿌리를 캐고, 미꾸라지, 개구리, 우렁이, 가재, 메뚜기 등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었다. 고기가 그리울 때는 친구들과 밤에 사다리를 놓고 초가지붕의 참새집에 손을 넣어 참새를 잡아 구워먹기도 했다. 그렇게 아련한 추억 속의 한자락에 개암나무의 열매가 있다.

"와, 깨금이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깨금' 개암나무 열매를 그렇게 불렀다. 깨금은 완전히 익었을 때는 고소하고, 조금 덜 익었을 때는 풋풋하다. 물론 둘 다 맛나다. 버섯을 따다가 개암나무 열매를 만나면 한 두개 따서 이빨로 깨물어 껍질을 벗겨본다. 그러면 잘 익지 않은 것은 속이 차다 말아서 먹을 것도 없다. 깨금을 따서 이빨로 물으면 잘 익은 놈은 '딱!'하고 벌어진다. 그 고소함이란!



▲ 개암나무 암꽃 붉은 입술 혹은 젤리를 보는 듯하다. 만져보진 않았지만 끈적끈적한 젤리같다.
ⓒ 김민수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깨금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젠 먹는 것보다는 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졌기도 하고, 자연에서 군것질 거리를 얻던 시절과 멀어졌기 때문이리라.


'암꽃', 드디어 제대로 만났다. 그 작은 꽃을 마이크로 렌즈로 들여다보니 다른 세상이다. 쫄깃쫄깃 단맛 가득한 젤리같기도 하고, 말미잘의 촉수같기도 하고, 한 다발 피어난 폭죽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꽃들은 암술과 수술이 꽃 하나에 있고, 간혹은 암수가 다르기도 한데 같은 나뭇가지에 살면서도 암수 다른 꽃을 피우고, 모양도 전혀 다른 개암나무의 꽃을 보면서 나는 가족을 떠올렸다.

깨금처럼 고소한 가족.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이미 핵가족화 된 지는 오래지만 그래도 힘든 시절 가족이 있어 서로 의지하며 이겨냈는데, 이젠 가족들 간에도 심심치 않게 심각한 사건들이 종종 발생한다. 최후의 보루가 가정이요, 가족인데 그 고소한 맛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여름이 깊으면 개암나무도 열매를 맺을 것이다. 올해는 어린 시절 고소한 맛의 추억을 되새기며 고소한 깨금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나 2009.06.08  07:27

이 글을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글도 좋고 사진도 음악도 다 좋군요.
김민수님을 만나는 아침, 그나마 숨통이 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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