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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되어주리.
"우리 본당 교우 중에 어렵고 외로우신 분을 위해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침묵의 소리] 시간에 나눈 주제이다.
이즘 우리 집에 자주 오시어 하소연을 하시는 자매님 생각이 났다.
나보다 한참이나 위형님이신데 교우 분들과 갈등으로, 또 집안문제로 힘들어하고 계셨다. 답답하고 머리 아픈 생각들을 누구에겐가 이야기 하며 풀고 싶으셨는지 오셔서 이이야기 저이야기 두런두런 하셨다.
난 얼마나 힘드시면 나한테 오실까 싶어 열심히 들어드렸다. 말씀하고 싶어서 찾아오신 형님한테 마음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대나무 숲이 되어 드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편하게 말씀하시도록 배려하며 들어드렸다.
어렵고 힘들 때, 누구에겐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막혔던 가슴이 뚫리고 시원해진다. 이야기가 끝나면 스스로 마음도 풀리고 정리도 되고 한다. 형님도 그러신 것 같다. 부산에서 나도 힘들었을 때 옆에서 말없이 들어주던 친구가 고마웠다. 누군가 가만히 들어만 주어도 말하는 사람은 말하면서 마음속에 잔뜩 엉기어 있던 골 아픈 문제들이 스르르 정리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대꾸가 없어도 이야기를 다 하고나면 해답도 찾아지고, 무거운 짐을 반쯤 덜은 양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그냥 몇 번 형님 말씀을 들어드린 것 밖에 없는데 두고두고 고맙다고 인사하셨다. 목말라 할 때 한 잔의 물을 준 것 같고, 배고파 할 때 밥 한상 가득 차려준 것 같았다고 하신다. 앞으로 누가 힘들어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할 때, 언제든지 누구에게든지 대나무 숲이 되어 주어야지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하고 울어서 임금의 비밀이 천지에 퍼졌다는 고사가 떠올랐다. 나를 믿으며 마음 놓고 한 이야기들이 행여 바람에라도 떠돌면 안 된다 싶다. 대나무 숲은 말고 얼마든지 들어주기만 하고 절대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는 상징적인 뭐가 있을까?
간단히 아는, 은하세계에서 거대한 홀로 빨아들이고 흡수하기만 한다는 블랙홀.
누구든지 나에게 털어놓는 하소연이나 고민들을 무한대로 들어주고 꿈에라도 내보내지 않는 블랙홀이 좋은 것 같다.
가까이 있는 교우들이 어렵고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 하며 마음을 풀고 싶어 찾아올 때, 난 성심을 다하여 들어주련다. 뒤에 혹 그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 하소연의 블랙홀이 되어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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