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만 해도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찬바람이 불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따스합니다. 그렇게 추울 때에도 열심히 봄이 왔다고 온몸으로 외치던 봄꽃들이 만개했을 것 같아 얼른 숲으로 달려갔습니다.
복수초는 말할 것도 없지만 변산바람꽃도 이제 막 지천으로 피어나고, 산자고도 몽우리를 내밀고, 노루귀도 수줍은 듯 봄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변산바람꽃'입니다.
ⓒ2005 김민수
언제나 예쁘지만 갓 태어난 듯 활짝 열지 않은 꽃의 자태가 신비롭기만 합니다. 조금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정말 봄일까 관망하는 듯합니다.
비썩 마른 숲, 백설이 녹아 내린 그곳에 다시 하얀 눈을 피우듯 비썩 마른 나뭇잎들을 이불 삼아 피어나는 변산바람꽃, 그 꽃은 변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도 있답니다
ⓒ2005 김민수
옹기종기 모여 회의라도 하는 것인지, 언제 어느 날 활짝 피울 것인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의논하는 듯한 꽃들을 바라보니 꼬마들이 마냥 행복해서 웃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언제 바라보아도 예쁜 꽃, 그 많은 꽃들이 사람들과 눈맞춤을 다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냥 피었다가 보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진다면 그것도 슬픈 일일 것만 같습니다.
ⓒ2005 김민수
홀로 피었거나 여럿이 피었거나 아름다운 자연, 홀로 있음으로 외로움으로 떨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여럿이 어우러짐으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예쁜 꽃, 이제 꽃들이 맘껏 피어날 수 있는 봄날입니다.
ⓒ2005 김민수
우리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길. 이렇게 예쁜 꽃들이 봄맞이를 하듯이 우리의 얼어 붙은 마음도 봄맞이를 하길 소망해 봅니다. 작은 꽃들이 이렇게 화사하게 피어 보는 이를 기쁘게 하는데 온 천하보다도 귀하다는 한 생명이 화사하게 구김살 없이 피어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아침 일찍 발품을 판 보람이 있습니다. 이 꽃을 보신 모든 분들에게 봄바람이 살랑살랑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10 여 년 전, 꼭 이때즘 변산반도에 가서 돌아다녔는데 봄 꽃을 몰라서 찾아 볼 생각도 못 했던게 아쉬워집니다.
그때는 들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거던요.
지금은 나가면 허리굽혀 새움이 터오는 것도 작은 봉오리가 달려있는 모습도 찾아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전해져와 혼자 미소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