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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창작 교실에서 무어든 요즘 느끼고 생각한 걸로 글을 한 편 지어오라는데 머릿속만 복잡하고 가닥이 잡히질 않는다. 창작에 대한 수업을 받기 전에는 생각한 이야기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써졌던 것 같은데, 겨우 한 달 남짓 몇 시간 들었는데 들었던 내용 하나하나가 잣대가 되어 여기저기 들이대고 ‘아니야, 아니야’ 한다. 그냥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작품이라 생각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자판 두들겨 지는 대로 쓸 때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몇 시간 수업 들었다고 주제를 찾고 거기에 맞는 글감인가 견주어 보고, 관조가 들어갔나, 유익성이 조금이라도 있나, 숙성이 되었나 하며 따져보니 도대체 서두도 시작하기가 어렵다. 예술성에 향기가 나는 그런 문학적인 문제는 저 뒤로 젖혀두고도 말이다. 제대로 알면 문제가 없을 터인데 어설피 아는 게 병이라더니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들을 때는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고 열심히 머릿속에 담아 왔는데 활용하려 하니 생각의 고리가 이어져 나가질 않는다. 중간 중간에 끊어지고 아니다 싶어서 접게 되고, 다시 다른 글감으로 찾아보며 생각 속에서만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고 한 길로 끈덕지게 가지질 않는다. 지난 2월에 돌보고 있는 작은 손녀가 두 돌이 지나고, 3월부터는 아파트 안에 있는 어린이집에 반나절 반으로 보낸다. 아이는 또래들과 어울리고 노래도 배우고 무용도 배우는 것을 좋아하며 신나게 다닌다. 가기 싫어하며 보채고 하면 마음이 아플 터인데 잘 다녀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이가 오후 3시에 집에 돌아오니 하루 다섯 시간이 공으로 주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어떻게 그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그동안 딸네 집에 와서 어린아이 키우며 꼼작 없이 집에 들어앉아 있은 게 언간이 답답했나보다. 집을 벗어나서 사람도 만나고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성당에서 마침 모집하는 컴퓨터 교실과 성서공부 반에 등록하여 다녔다. 새삼스레 공부하며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좋았다. 컴퓨터 앞에서 보낼 시간이 없어 겨우 숙제만 해가도 배운다는 게 좋고, 밤늦은 시간 잠자는 아이 머리맡에서 아이 밥상 펴놓고 성서 읽으며 숙제하는 시간도 좋았다. 호젓한 시간이 그윽한 느낌으로 가슴에 차올라오는 듯하였다. 밋밋하던 일상이 조금은 색조를 띄고 출렁이는 듯 단조롭고 지루하던 시간들도 생기를 띠며 팔딱이는 듯하였다. 짬짬이 왕숙천 산책을 갈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나가서 봄이 오는 풍경도 즐기고, 팔당호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 한강까지 가서 넓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도 눈여겨보며 일렁이는 물살과 물비늘의 놀이도 보고, 물속에 비쳐지는 또 다른 풍경도 즐겼다. 여유가 생기니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의 모습도 새롭게 찬찬히 음미하며 보아졌다. 여기까지는 몸도 힘들지 않고 딱 좋았는데 4월 중순 어느 날 사거리 길가에서 현수막을 보았다. 수필창작 교실 회원모집, 또 가슴이 뛰었다. 한 번도 글쓰기 공부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책 한 권내는 꿈나무를 심은 바로 다음이어서인지 시간이 맞으면 배우고 싶었다. 외워온 전화번호로 문의해 보니 나를 위한 양 수업시간도 내 빈 시간과 맞았다. 등록하고 첫 수업에 가보고는 놀라기도 하고 주눅이 들었다. 구리시 예총 산하 문예대학이고 6기라고 한다. 스무 명이 넘는 것 같은 인원 중에 60대가 반을 넘게 자리해서 반가웠는데 자기 소개시간에 들으니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신 분이 또 반을 넘는 것 같았다. 등단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겨우 글쓰기 기본이라도 배워볼까 하고 나갔던 나로서는 어쩌나 싶었다. 쪼그라드는 마음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내 수준에서 초보이니 열심히 배우기만 하며 포기하지 말고 우선은 끝까지 다니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수업은 진지하고도 재미있었다. 수필에 대하여 쓰는 것에 대하여 무지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도 더해졌다.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 오전 더 나가는 뿐인데 먼저 몸이 힘들어졌다. 기분이 상승하여 피곤하지도 않고 가벼웠던 몸이 무겁고 늘 피곤해졌다. 밤이 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이 늘어지고 잠자리에 누우면 끙끙 앓아댔다. 수필교실에 나가는 걸 응원해주고 그날그날의 이야기들을 성심껏 귀담아 들어주며 격려해주던 딸이 걱정이 되었는지 보약을 한 재 지어다 주었다. “엄마, 힘내고 열심히 해 보세요. 원래 엄마 조금만 무리해도 병나잖아요. 이번에 엄마 몸은 생각지 않고 의욕이 좀 넘쳤나 봐요. 비싼 약이니 잘 드시고 기운 내어 씩씩하게 다니세요.” 딸에게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내 자신에게는 슬그머니 화도 났다. 몸은 왜 그리 허약해서 가외 일 조금만 더 있어도 탈나고, 부지런하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잠자는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기라도 하듯이 설치다 이 지경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딸네 집에 와서 있으며 가로 늦게 부지런 떨고 있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고 자책도 된다. 지난 젊은 날 편할 때는 누워서 뒹구는 것 좋아하고 게으름 마음껏 부리며 흥청만청 지내다 이제 나이 들어 일하면서는 자기 시간이 아깝다고 호들갑을 떠는 60대의 할머니 모습이. 나이 든 사람이 제 주제도 모르며 이것저것 한꺼번에 욕심을 과하게 부렸나 싶기도 하다. 편하게 성서공부까지나 하지 글재주도 없는 할망구가 웬 수필창작 공부를 욕심내어서 골은 복잡하고 몸도 견디기 힘들어 하는지..... 그래도 반 넘어 먹은 보약을 마저 먹고는 기운차려서 시작한 모두를 끝까지 열심히 할 거다. 내 힘에 부치지 않도록 체력 조절해 가며 즐거움과 보람을 주어지는 시간에다 얹어주며 생동감 넘치는 예순세 살의 한 해를 후회 없이 보내련다. 이글 제목은 무어라 해야 하나 교수님의 제목 붙이기 강의가 떠오른다.[수필교실] [과욕] [보약] [예순세 살의 나이] [욕심이 지나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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