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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6/19
 

5장. 동물 공장

어렸을 적 캔트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며칠씩 머무르곤 했다. 할머니 댁에는 항상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밭과 농장에 흩어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었다. 젖소들은 풀밭에서 풀을 뜯거나 한가롭게 누워 되새김질을 했다. 두세 마리 정도 있던 달구지 끄는 말은 나무 그늘 아래 서서 쉬었다.

옛날에는 말들이 하던 일들을 당시에도 이미 트랙터가 대부분을 대신했지만 그래도 농장에서는 말이 쓰이는 일이 더러있었다.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어린 새끼 돼지들은 널찍한 우리 안에서 뒹굴고 어른 돼지들은 풀밭을 뛰어다녔다. 암탉과 수탉들은 농장 마당에서 땅을 파거나 꼬끼오 하고 길게 소리내어 울거나 꼬꼬꼬꼬 하고 소리를 내며 돌아 다녔다. 노란 솜뭉치같은 병아리들은 제 어미가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 땅바닥을 콕콕 열심히 쪼아 대곤 했다. 오리 연못에는 오리들이 떠다녔다. 거위도 몇 마리 있었는데 나는 항상 거위를 무서워해서 조심하곤 했다.
농부들은 이런 다양성(젖소, 돼지, 가금류를 함께 기르는)이 농장을 번성시키는 데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항상 함께 길렀다.

젖소 떼는 신선한 풀과 목초, 클로버 등이 가득한 풀밭에서 풀을 뜯었다. 거기서 베타카로틴과 온갖 영양 성분들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다. 한 풀밭에서 몇 달 풀을 뜯고 나면 농부는 젖소들을 다른 풀밭으로 옮기고, 빈 풀밭에는 돼지들을 방목했다. 돼지는 잡식성이다. 힘센 주둥이로 땅을 파 엎어(코에 코뚜레만 꿰지 않았다면)여러 가지의 영양 많은 식물의 뿌리와 곤충 등을 찾아서 먹는다. 심지어는 젖소의 배설물조차 유용하게 써먹는다.
심지어는 젖소의 배설물조차 유용하게 써먹는다. 젖소의 소화 기관에는 '최후숙주'라고 불리는 산성도가 아주 높은 성분이 들어 있어서 젖소의 몸안에 들어오는 기생충과 박테리아를 죽인다.
돼지는 흙을 먹음으로써 면역력을 높여 주는 다양한 미네랄을 섭취하기도 한다.

돼지 떼가 머물다 간 들판은 여러 종류의 새들에게 사냥의 천국이 된다. 새들은 파 엎어진 흙 속에서 벌레와 곤충을 쪼아 먹고, 동시에 밭은 내년에 다시 풀을 뜯으러 올 젖소들에게 싱싱하고 영양가 넘치는 먹이를 줄 수 있게 된다.

사실 구식 농경법은 자연의 방식을 거의 비슷하게 모방한 것이었다. 탄자니아의 세랭게티에서 지낸 몇 년 동안, 나는 철따라 이동하는 초식동물들을 관찰했다. 누, 가젤 등은 초원을 건너 이동하면서 그 배설물로 풀밭을 기름지게 해서 흑멧돼지와 셀 수 없이 많은 새들을 이롭게 해 준다. 물론 다른 지역의 자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세랭게티의 그 어떤 농장보다 훨씬 비옥하고 다양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세렝게티에는 먹이가 되는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육식 동물의 상보성이 뛰어나다. 농부들과 늑대, 코요테, 여우, 맹금류 사이에는 다툼이 그칠 날이 없다. 때문에 이들의 먹이가 되는 동물들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토끼, 사슴, 온갖 종류의 설치류, 갖가지 새들은 농장에서 재배하는 곡물들로 행복하게 배를 채운다. 결국 농부들은 스스로 나서서 이 방해꾼들의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 동물들을 사냥함으로써, 토끼 고기를 넣은 파이와 사슴 고기를 좋아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먹을 거리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나는 농경 세계의 모든 것이 변해버렸음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누군가로부터 오스트렐리아의 철학자 피터 싱어가 지은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공장식 사육장'의 끔찍함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을 때, 마침 나는 '동물 해방'을 읽는 중이었다. '공장식 사육장'이란 점점 더 싼 가격에 점점 더 많은 고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채워주기 위해 대규모 집약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동물을 기르는 농경을 말한다.

그때부터 나는 세계 곳곳에서 수십억 마리의 동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너무나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 동물들이 겪는 모든 고통의 뿌리는 그들이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만족과 기쁨, 절망도 느낄 줄 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단순히 '사물'로 취급되는 데 있음이 분명하다.

그 동물들도 천성적으로 타고난 여러 가지 행동들을 가능한한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도록 허락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돼지는 땅을 파헤치고, 새끼 돼지들은 꿀꿀대면서 자기들끼리 서로를 쫓고 쫓기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젖소는 푸른 풀밭에서 풀을 뜯고, 새끼 젖소들은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장난을 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가금류들은 땅을 긁거나 쪼아 댈 수 있어야 하고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장의 모든 동물들은 깨끗한 밀짚을 깐 자리에서 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적인 공장식 사육장은 동물들을 감정을 가진 대상으로 대해서는 이익도 효율도 낼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동물들을 사료를 투입하면 고기나 젖 또는 달걀을 만들어 내는 단순한 기곌 대한다. 아무 감정도 권리도 없는 한낱 자동판매기로 취급하는 것이다.

희망의 밥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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