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1속(斷想一束)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삶이란 긴 인내로구나. 삶이란 긴 인내로구나. 삶이란 길고 긴 인내로구나.
천재를 만드는 것도 긴 인내요, 사랑을 이루는 것도 긴 인내로구나.
내가 재능을 헛쓰고 나서 내가 사랑을 헛하고 나서
비로소 얻은 바 깨우침이 바로 이것뿐이로구나.
내 마음은 칡줄 기어가다가 걸리는 대로 한바탕 휘어감고 나면 또 허탕을 쳤구나.
내 가슴은 모닥불
온갖 잡것 다 얹어도
활활 타오르리 목숨의 불꽃아.
- 구상 <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