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 안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사람이 화를 낼 때 몸에서 발생하는 독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의학적 실험 결과에 의하면 한번 화를 버럭 낼 때 나오는 독기는 어항의 금붕어 4마리를 즉사시키며, 한 시간 동안 계속 화를 내고 있으면 쥐 서너 마리를 죽인다고 한다. 화난 사람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것은 바로 그 독성 때문이다.
차가 휘발유를 태운 힘으로 가는 것처럼 사람은 산소를 태우는 힘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가 화를 내면 그 순간 근육은 비상사태가 발동되어 긴장하고, 산소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피의 이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는 생리적 현상이 일어난다. 연료가 탄 유독성 탄산가스가 인체에 해로운 것처럼 자신이 뿜어낸 독기는 파괴력이 그처럼 막강하다.
얼마 전에 가까이 지내던 50대의 교우 한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분은 모범적인 신앙생활은 물론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비만에 당뇨와 고혈압도 완전히 극복해낸 분이었다. 그러나 워낙 천성이 결백하고 깐깐해서 주위에서 경우에 어긋나는 일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분이었다. 그런 분이 하루는 무섭게 화를 낸 후에 뇌일혈로 쓰러진 것이다. 평소에 그 분의 건강을 관리해주던 한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좋은 것 먹고, 운동도 잘 하고 몸 관리들은 잘들 합니다만 정작 중요한 마음은 돌보지 않습니다. 제 아무리 몸 관리를 잘 해도 나이가 들면 젊을 때와는 달리 기력이 화의 독기를 감당해내지 못합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죠.“
단테의 <신곡>을 보면 단테는 천국에서 대천사 미카엘의 부름을 받아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순례한다. 거기 지옥 제5 계곡의 으스스한 늪 속에 화가 잔뜩 난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며 입에 거품을 부걱부걱 내면서 서로 물어뜯고 있다. 그들은 살았을 때 너무 화를 잘 낸 죄로 죽어서도 불만의 늪 속에 빠져 서로 물어뜯고 뜯기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신곡의 연옥편에서는 하느님에게 기도를 바치는 신앙인들에 이런 무서운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하느님이 정하신 일은 기도로 바꿀 수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죄의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 연옥의 영혼들은 살아있는 자들의 기도로 구원을 받지만 하느님이 지옥에 보낸 영혼은 우리가 기도로 구원할 수 없습니다.’
- 유홍종 베르나르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