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체투지, 세상에 대한 감사 기도
‘허공’이라 하지만 하늘과 땅 사이입니다. 온 생명이 거기에 깃들어 삽니다. 대지의 품에 안겨 보니, 아스팔트 틈새 작은 풀이 우뚝한 나무처럼 보입니다. 몸을 세워 허공을 보니, 키 큰 나무도 풀싹처럼 보입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 함부로 할 말이 못 됩니다.
중생!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생명의 무리. 하늘과 땅의 은덕으로 살아갑니다. 하늘과 땅의 조화속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생, 온 생명, 만물.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입니다. 기는 놈, 걷는 놈, 나는 놈. 모두가 하나입니다. 더 나은 존재도, 모자란 존재도 없습니다. 한 티끌이 우주라 했습니다. 홍진으로 가득한 이 세상이 그대로 화엄입니다. 이리하여 나의 오체투지는 온몸 온마음으로 화엄을 읽고 베껴 쓰는 일입니다.
하늘이 숨을 내 쉽니다. 대지가 하늘의 숨을 받아 마십니다. 바람이 붑니다. 햇살이 반짝입니다.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립니다. 그 묘용 속에 내가 살아갑니다. 이리하여 나의 오체투지는 세상에 대한 감사의 기도입니다.
- 수경 스님 서울 화계사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