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감사의 삶
호스피스에선 죽음이 임박한 말기 환우들을 돌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친해져야 합니다. 저는 호스피스를 통하여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지만 아주 놀라운 힘을 갖고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우리가 자랑하던 돈, 명예, 권력 등은 모두 다 사라지고, 또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 즉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숨 쉬는 것, 그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우리를 허무에 떨어지게 할 수 있지만,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꽉 쥐고 있던 인간적 욕심과 자존심이 빠지면서 삶 전체가 선물로 주어졌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면서, 삶의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감사’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죽음 앞에서 모든 욕심이 빠진 호스피스 환우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깨끗하게 정화된 양심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사랑의 삶을 살아왔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왜 인간은 죽음 앞에서 스스로 사랑을 물어볼까? 인간은 창조주의 모상에 따라 사랑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말기 폐암 환우를 가정방문 하였습니다. 집에선 아들과 아내가 돌보고 있었으나 가정생활이 원만치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분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인데다 사업도 잘 안되어 힘든 삶을 살고 있었고 한때 열심한 천주교 신자였으나 지금은 냉담 상태였습니다. 우리 호스피스 팀은 자주 그분을 방문하여 통증도 조절해 드리면서 성가도 불러주고 열심히 기도하며 주님께 은혜를 청하였습니다.
본당 신자들, 가정간호사, 신심 깊은 여동생과 함께 그 환우 안 에 계시는 버림받은 예수님을 최선을 다하여 정성껏 사랑으로 돌봐 드렸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얼어붙었던 그들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면서, 그분은 부인에게“여보, 감사해요, 용서해요, 사랑해요!”하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냉정했던 부인의 얼굴도 부드러워지면서“, 여보, 사랑해요”하며 서로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아들과 부인은 세례받기로 결정하면서 성가정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호스피스를 통하여 예수님은 우리의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 모두를 하느님 자녀로 새롭게 창조하신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 이경식 바오로│삼성산 호스피스 봉사회, 서울 성모병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