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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없이 초보자도 제대로 즐긴다.
배낚시 체험에 나선 날, 행운의 여신은 일행들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잔잔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수평선까지 바라다 보이는 청명한 시계 등 어떤 야외활동이라도 가능한 정말로 환상적인 날씨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유빛 한치를 해풍에 말리고 있는 포구를 지나 일행은 '수용2호'란 명칭의 작은 배에 올라탔다. 3.5t 규모의 이 배에는 선장까지 모두 10명을 태울 수 있단다. 선착장에 매여진 대부분의 배가 3∼4t 규모의 배낚시어선이다. 일행 모두가 배에 올랐음을 확인하고 출항한 시간은 정확히 오전 11시. 초보 강태공들의 선상낚시가 드디어 시작됐다.
5분 정도 시원한 바다바람을 가르던 수용2호가 차귀도 오른쪽에 멈췄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려나' 조종실에서 나온 선장님은 일행 한 명 한 명에게 낚시대를 나눠준 후 미끼로 사용될 냉동새우를 꺼내 낚시대에 끼워보였다. 그리고 나서 낚시가 처음인 여자 일행들부터 미끼 끼우는 법을 설명해줬다. 처음엔 어려워 하던 일행들도 두세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니 다들 익숙한 모양이다. '나 좀 도와달란 지원요청이 어느 곳에서도 없으니...'
1∼2분 낚시대를 드리웠나, 전혀 입질이 없다. 배 난간이 심하게 기울일 정도로 파도만 드셌다. 그런 때문인지 속이 안좋은 몇 명이 멀미끼를 느꼈다.
갑자기 선장님이 낚시대를 들어올리라며 일행들을 재촉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장소에서도 마찬가지로 입질은 없었고 파도만 셌다. 왜 우리가 가는 곳마다 파도가 셀까. 이래서야 강태공처럼낚시대를 드리우고 유유자적 세월을 낚을 수 없지 않는가. 또 이동이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차귀도에 보다 근접하니 좀전과는 전혀 딴판인 세상이 열렸다. 이상할 만큼 파도가 얌전해졌고 바람도 피해가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았다. 드디어 우리들은 낚시장소를 찜했다. 그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기라도 하듯 선장님은 돌돌 말려있던 닻을 꺼내 바다물 속으로 힘차게 던졌다. 이제부터 정말 배낚시가 시작된 것이다.
일행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모두들 좀전에 배운 기억을 되살려 각자의 위치에서 낚시대를 물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곤 무심한 듯 물속에서 신호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신호는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금방 나타났다. "여기 이상해요. 낚시대 끝이 갑자기 끄덕끄덕 거리고 엄청 무거워요" 배낚시는 물론 낚시 자체가 처음이라는 여자일행이 뭔가 잡은 모양이다. 선장님이 옆에서 거들어 낚시대를 올려보니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의 '어랭이'가 낚시줄에 걸려 있었다. 원래 낚시대에는 세 개의 미끼를 끼울 수 있게 돼 있어 잘만하면 세 마리까지 건져올릴 수 있는데 초보낚시꾼이 두 마리나 건져올린 것이다. 조금전까지 미끼 때문에 울상이던 얼굴이 어느새 환하게 피어올랐다.
"말로는 표현이 안돼요. 너무 너무 좋아요. 오늘이 첫낚시인데..." "맛있겠다!!" 첫 사냥에 성공한 노획감을 두고 말이 많다.
손맛을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난듯 다들 미끼를 재장전하고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때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낚시대 감아올리기에 정신이 없는 듯 했다. 마치 누가 많이 잡나 경쟁을 하는 것 처럼.
그러나 전혀 조급해 할 필요 없다는 선장님의 설명처럼 마치 기다리고 있다가 물기라도 하는 것처럼 물고기들의 입질행진은 계속됐다. 텅빈 양동이가 금방 풍성해졌다. 검은빛 비늘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자리돔이 그중 제일 관심을 끌었다.
이곳 차귀도는 낚시인들 사이엔 유명한 곳이라더니... 낚시인들에게 잘 알려진 이 곳 차귀도는 섬내 포인트만도 11곳이며 인근에도 포인트가 많다고 한다. 돌돔, 다금바리가 대표적인 어종이며 벵에돔, 감성돔, 부시리가 잘 낚인다고 알려져 있다. 고등어와 전갱이 등 회유성 어종이 많이 낚여 초보자들에도 인기가 있다.
낚시가 잘되니 멀미걱정도 사라지고 주변 경관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섬 곳곳에서 갯바위 낚시꾼들이 둘셋씩 무리 지어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었고 해산물 채취 작업이 열심인 해녀들의 숨비소리도 들려왔다. 우리가 출발했던 자구내 포구와 해안도로, 이름모를 바위섬 등 바다에서 바라본 제주섬 풍경이 이채로왔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다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대물을 낚아올린 모양이다. 조용하던 배안이 갑자기 부러움의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와아 정말 크다. 나도 한번 낚아봤으면..." 길이 25cm 정도 된 쥐치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잡아올린 물고기를 다준대도 바꾸지 않을 만큼 큰 쥐치가 힘차게 파닥거렸다. 갑자기 경쟁의식이 발동했는지 일행들이 조금만 더 낚시하자고 고집을 부렸다.
배낚시의 묘미가 이런 것인 모양이다. 초보자도 손쉽게 배워 그 자리서 물고기를 낚을 수 있고 행운이 뒤따르면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매운탕거리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 때문에 말이다. 세월이 아니라 희망을 낚아 올리는 배낚시.
1시간 동안 일행이 낚아올린 물고기는 30여 마리. 어랭이부터 자리돔, 쥐치까지. 시간만 허락했다면 포구식당에 부탁해 우리가 잡아올린 물고기를 재료로 시원한 매운탕을 끓여 먹었을텐데...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을 톡쏘는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그 맛 또한 기가 막히리라.
글 강은정기자, 사진 한정택기자, 신상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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