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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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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치 조 림                                                      갈 치 호 박 국


코끝이 '씽'하는 가을 찬바람이
‘쌩’ 불라치면 사람들은 으레 찾는 것이 있다. 시원하게 속도 풀어주고 든든하니 뱃속을 ‘꽉’ 채워줄 뜨끈뜨끈한 국물요리 말이다.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자연의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제주음식 중 가을철 제격인 메뉴가 있다. 바로 ‘갈치호박국’이다.
2004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고의 화두 ‘웰빙’이 아니더라도 싱싱한 재료 본연의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요리-갈치호박국을 강추한다. 천고마비를 알리는 9월. 투박하지만 인공이 전혀 조미되지 않은 자연의 신선함은 그 어떤 요리와의 대결에서도 패하지 않는 제주음식의 힘이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대표선수 중 은갈치가 있다. 제주갈치의 명성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진짜 갈치맛을 보려면 찬바람 불어오는 시기에 잡아올린 갈치가 최고다.
가을, 겨울갈치는 봄, 여름 잡아올린 갈치 보다 씨알도 굵을 뿐만 아니라 갈치의 상징처럼 돼버린 은빛 비늘도 더욱 반짝거리고 살도 두툼하게 잘 올라있다. 그 가격차이가 5만원 이상 난다고 하니 맛 차이야 오죽할까.
갈치는 단백질 함량이 많고 지방이 알맞게 들어 있어서 맛이 좋고 소량이나마 단맛을 내는 당질이 풍부한 어종이다. 보통 육지에서는 구이나 조림으로만 해먹지만 갈치산지인 제주에선 독특한 전통음식인 갈치국이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비린내가 날 것 같다, 희멀건 국물이 웬지 그렇다’는 등 선입견을 갖고 대하지만 모르는 소리 하지 마시라. 다른 건 몰라도 갈치국에 들어가는 갈치는 절대로 냉동갈치를 쓰지 않는다. 신선함이 생명이기 생갈치만 쓴다. 제주도만 갈치국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렇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선 은빛 비늘 반짝이는 싱싱한 재료가 바로바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철 이후론 말이다.
갈치 역시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칼슘에 비해 인산 함량이 많은 산성식품이어서 채소와 곁들여 먹어야 좋다. 그러기에 여름에는 갈치국에 파란 배추를 넣어 끓이기도 하지만 추석이 지나면서부터는 누런 호박을 큼직큼직하게 썰어넣어 국을 끓인다.
싱싱한 갈치를 적당한 크기로 토막쳐서 넣고 호박과 어린배추, 풋고추를 넣어 끓인다. 간은 굵은 소금으로 맞춘다. 이렇게 간단한 과정을 거치면 갈치호박국이 완성되는데 비린내가 날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개운하며, 갈치 특유의 보들보들한 감촉이 혀에서 녹아든다. 호박을 넣고 끓여 갈치호박국이라고도 하는데 뼈째 넣고 끓여서인지 매콤한 듯 진한 담백한 국물이 속풀이용으로도 손색없다.



10여년째 갈치잡이 일을 하고 있다는 뱃사람을 서귀포항에서 만났다. 경남출신인 그 역시 제주에 와서야 갈치국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일단 시원해, 술 먹고 다음날 해장용으로 먹는 북어국보다 더 시원해. 많이 넣을 것도 없어, 갈치하고 애기배추하고 호박이면 되니까. 갈치가 참 담백해. 갈치 본연의 맛이랄까. 제주 밖에 없지 갈치국 먹는데는...”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쓰던 그 선원에게 갈치국은 한마디로 신선한 문화충격이었으리라.
갈치국이 속풀이용으로 제격이라면 발그레한 양념 빛깔을 띤 갈치조림은 한마디로 밥도둑이다. 적당한 크기로 토막낸 생갈치와 적당한 크기의 무쪽 어느 것을 먹어도 밥맛이 살아난다. 잘 발라낸 갈치 속살과 발간 조림국물 한 수저를 듬뿍 떠서 공기위에 얹는다. 갈치가 부서지지 않게 밥을 살살 휘저은 다음엔 수저 가득 밥을 뜬다. 급한 마음에 양볼이 터져라 정신없이 먹다보면 다른 반찬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양념이 골고루 배인 갈치와 무만 있으면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뚝딱’.
갈치국과 마찬가지로 갈치조림 역시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단순하게 만든다. 적당히 토막낸 갈치와 무우, 대파 정도의 재료에 적당히 배합된 양념장을 끼얹어 자작하게 졸여내면 끝인 것이다.
이처럼 제주의 음식은 대부분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진다. 요리와 가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었던 제주여인의 고단한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지만 자연의 재료 그 자체만으로도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촬영협조 : 서귀포칠십리갈치요리전문점 (064)762-2366

글:강은정기자 / 사진:한정택기자

말대가리 2008.11.19  15:09

잘보고 담아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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